[여행스케치=함안] 좋다. 참 좋다. 이제 시작인데 여기선 이제 그만 머물고 싶어진다. 경남 함안군 칠원면에서 만난 무기연당. 비교적 잘 보존된 우리 옛 별서정원 (살림집이 딸린 별장 정원)이다. 정원 대부분은 사각형의 연못(方池)이다. 가공하지 않은 투박한 자연석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세히 보면 2단의 석축이다.
그 중간에 가족과 함께 걸터앉아 발을 씻든 갓을 씻든 낚싯대를 드리우든, 세상 시름 씻길 것 같다. 못을 한 바퀴 거닐면 만물을 본다. 티없이 맑은 하늘과 묘하게 굽은 소나무와 향나무, 정자와 누각 하나, 그리고 온갖 기암괴석과 섬 하나가 못에 아른거린다.
못 가운데 돌로 쌓은 섬에 양심대(養心臺)라 씌어 있다. 도가의 신선사상이 담긴 삼신산의 하나인 봉래산을 상징한다. 정원 주인의 마음자리가 어디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무기연당(舞沂蓮塘)은 주재성(周宰成,1681-1743년)의 생가 한편에 마련된 정원이다.
그는 영조 4년(1728년) 이인좌의 난 때 가산을 팔아 의병을 일으켜 난을 평정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를 기려 관군과 의병이 마을 입구에 창의사적비를 세우고, 이곳에 연못을 판 것이다. ‘무기’라는 말은 <논어>의 “기수에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쐰다”(浴乎沂 風乎舞雩)는 문구에서 따온 말이다.
공자가 장래 희망을 묻자, 제자 증점이 벼슬길보다는 풍류를 즐기며 유유자적하겠다고 한 대답이다. 조정은 출사를 종용했지만, 주재성은 벼슬에 매이지 않고 이곳에서 학문에 전념했다. 자그만 공간에 하늘이니 땅이니 신선이니 온갖 걸 담고있다. 지금 보면 참 쓸데없다 싶고 소꿉장난 같기도 하고 하인들은 또 웬 고생이었겠나 싶지만, 어찌할 거나, 유유자적했을 그 세상살이가 부러운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