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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옛 정원에서 노닐기] 별서정원 함안 무기연당
[옛 정원에서 노닐기] 별서정원 함안 무기연당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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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무기연당은 개방적인 공간처럼 보이지만, 또 한편 수줍게 숨겨진 모습이기도 하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무기연당은 개방적인 공간처럼 보이지만, 또 한편 수줍게 숨겨진 모습이기도 하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여행스케치=함안] 좋다. 참 좋다. 이제 시작인데 여기선 이제 그만 머물고 싶어진다. 경남 함안군 칠원면에서 만난 무기연당. 비교적 잘 보존된 우리 옛 별서정원 (살림집이 딸린 별장 정원)이다. 정원 대부분은 사각형의 연못(方池)이다. 가공하지 않은 투박한 자연석으로 둘러싸여 있다. 자세히 보면 2단의 석축이다.

그 중간에 가족과 함께 걸터앉아 발을 씻든 갓을 씻든 낚싯대를 드리우든, 세상 시름 씻길 것 같다. 못을 한 바퀴 거닐면 만물을 본다. 티없이 맑은 하늘과 묘하게 굽은 소나무와 향나무, 정자와 누각 하나, 그리고 온갖 기암괴석과 섬 하나가 못에 아른거린다.

풍욕루에서 바라본 무기연당. '바람에 몸을 씨는 누각'이다. 3칸 건물인데 앞뒤로 트인 마루 때문에 바람이 상쾌하다. 댓돌 위에 높게 자리잡고 있어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풍욕루에서 바라본 무기연당. '바람에 몸을 씨는 누각'이다. 3칸 건물인데 앞뒤로 트인 마루 때문에 바람이 상쾌하다. 댓돌 위에 높게 자리잡고 있어 정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못 가운데 돌로 쌓은 섬에 양심대(養心臺)라 씌어 있다. 도가의 신선사상이 담긴 삼신산의 하나인 봉래산을 상징한다. 정원 주인의 마음자리가 어디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무기연당(舞沂蓮塘)은 주재성(周宰成,1681-1743년)의 생가 한편에 마련된 정원이다.

그는 영조 4년(1728년) 이인좌의 난 때 가산을 팔아 의병을 일으켜 난을 평정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를 기려 관군과 의병이 마을 입구에 창의사적비를 세우고, 이곳에 연못을 판 것이다. ‘무기’라는 말은 <논어>의 “기수에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 쐰다”(浴乎沂 風乎舞雩)는 문구에서 따온 말이다.

하환정. '어찌 바꾸겠는가'. '이 유유자적의 경지를 어찌 벼슬자리와 바꾸겠는가'하는 뜻이다. 정면과 측면 각 2칸의 소담한 정자다. 1칸은 마루로 이뤄졌고, 뒤쪽 한편에 방 1칸이 조그맣게 딸려 있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하환정. '어찌 바꾸겠는가'. '이 유유자적의 경지를 어찌 벼슬자리와 바꾸겠는가'하는 뜻이다. 정면과 측면 각 2칸의 소담한 정자다. 1칸은 마루로 이뤄졌고, 뒤쪽 한편에 방 1칸이 조그맣게 딸려 있다. 2005년 7월. 사진 / 김진용 기자

공자가 장래 희망을 묻자, 제자 증점이 벼슬길보다는 풍류를 즐기며 유유자적하겠다고 한 대답이다. 조정은 출사를 종용했지만, 주재성은 벼슬에 매이지 않고 이곳에서 학문에 전념했다. 자그만 공간에 하늘이니 땅이니 신선이니 온갖 걸 담고있다. 지금 보면 참 쓸데없다 싶고 소꿉장난 같기도 하고 하인들은 또 웬 고생이었겠나 싶지만, 어찌할 거나, 유유자적했을 그 세상살이가 부러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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