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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낙동강 둘러보기] 하회마을의 숨은 보물 부용대, 선비들의 글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
[낙동강 둘러보기] 하회마을의 숨은 보물 부용대, 선비들의 글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
  • 박영오 객원기자
  • 승인 2006.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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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부용대에 오르면 누구나 겸허해지고 사색에 잠긴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부용대에 오르면 누구나 겸허해지고 사색에 잠긴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안동] 여행을 다녀 온 뒤에, 나중에 절친한 사람과 다시 찾아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 느낌을 함께 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가장 좋은 여행지일 것이다. 내 마음속에 담아 둔 그런 여행지 중에 하나가 바로 안동 하회마을의 ‘부용대’와 ‘병산서원’이다.

봄은 진작 우리 곁에 와 있는데, 지리산 산동마을에는 가장 이른 봄에 핀다는 산수유가 꽃눈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전해지는데, 마음은 여전히 겨울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묵은 겨울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듯, 마음속에 쌓인 여러 시름을 강물에 흘려보내고 조용히 봄맞이할 수 있는 곳, 오랫동안 사색에 잠겨 자신을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해 역사기행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본다.

안동 하회마을은 너무나 잘 알려진 전통 민속마을이기에 “또 하회마을인가” 하고 식상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회마을에 숨은 비경이 있다면 그 식상함이 덜어지지 않을까?

낙동강이 강원도 황지에서 발원하여 남으로 물길을 잡아 흘러 흘러가다가, 안동 하회마을를 내려다보는 언덕 ‘부용대’에 이르러 용트림하듯 크게 굽이쳐 물길을 잠시 돌려놓고 다시 남으로 흘러내려간다. 그러기에 하회마을은 낙동강과 부용대가 만들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회마을에서 바라본 부용대. 양쪽 끝에 겸암정과 옥연정이 자리 잡고 있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하회마을에서 바라본 부용대. 양쪽 끝에 겸암정과 옥연정이 자리 잡고 있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한 해 동안 수많은 사람이 하회마을을 다녀가지만 막상 하회마을 건너 바라보이는 부용대에 올라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회마을에서 부용대로 건너가는 나룻배가 없었고, 우회해서 부용대로 가는 찻길은 미로처럼 숨어있어서 찾아가기가 어려웠다.

요즘도 여전히, 나룻배는 여행객이 넘치는 여름철이 되어야 이용할 수 있고, 찻길은 부용대로 가는 이정표가 마련되어 있지만 특별히 관심 갖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오히려 비경을 간직할 수 있어 더 좋은 곳인지 모른다.

부용대로 오르는 길. 그리 경사가 급하지 않는 조용한 솔숲을 오르면 언뜻언뜻 낙동강과 하회마을이 내려다보이는데, 그 경치가 아름다워 미처 다 오르기 전에 마음 먼저 설레게 된다. 부용대 산마루에 다 오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참으로 자신도 모르게 ‘아!’ 하는 짧은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을 내려다보면 과거 조선시대로 되돌아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부용대에서 하회마을을 내려다보면 과거 조선시대로 되돌아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굽이쳐 흘러내려오는 낙동강과 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조망할 수 있다. 높은 곳에 오르면 누구나 다 그러하겠지만, 아옹다옹하며 사는 세상살이와 여러 시름들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 한쪽이 시원해진다.

이런 감정을 혼자만 누리기 아까워 여러 사람들과 여러 번 부용대를 올랐지만 여전히 감탄사는 변하지 않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름난 풍수가들은 하회마을을 ‘연화부수형’이니 ‘행주형’이니 ‘산태극수태극형국’이니 제 나름대로 말들이 많다.

그런데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을 내려다보면, 연꽃이 물 위에 떠있다는 연화부수형,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행주형, 산과 물로 이루어진 태극모양 산태극수태극 형상이 비로소 눈에 들어와 생소한 풍수지리 용어들이 이해가 되고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부용대 절벽에서 바라본 낙동강. 곳곳에 숨은 비경이 있다. 부용대에서 초가와 기와집이 알맞게 어우러진 하회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조선시대로 되돌아온 듯한 느낌도 든다. 먼 길을 떠나온 나그네라면 사색, 우수, 고요함, 낯선 풍경 등으로 여행의 참맛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으리라.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부용대 절벽에서 바라본 낙동강. 곳곳에 숨은 비경이 있다. 부용대에서 초가와 기와집이 알맞게 어우러진 하회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조선시대로 되돌아온 듯한 느낌도 든다. 먼 길을 떠나온 나그네라면 사색, 우수, 고요함, 낯선 풍경 등으로 여행의 참맛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으리라.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부용대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강 건너 하회마을의 지나친 상업성과 번잡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딴 세상에 온 듯한 적막함 속에 앉아 소리 없이 흘러가는 낙동강과 하회마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나 사색에 젖게 되고 내면의 진지함으로 돌아오게 된다.

풍류를 즐기던 옛 사람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을 지닌 부용대를 어찌 그냥 지나쳤겠는가? 자연과 세월이 만든 부용대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간결한 두 채의 정자 ‘옥연정’과 ‘겸암정’이다.

옥연정은 이순신과 함께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던 서애 유성룡 선생이 낙향하여 후학을 가르치고 정진하던 곳이고, 겸암정은 유성룡의 맏형 유운룡 선생이 머물고 수양하던 정자이다.

옥연정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하회마을과 낙동강.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옥연정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하회마을과 낙동강.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부용대를 찾아가는 풍산읍에 있는 '채화정'. 아름다운 정자가 곳곳에 숨어있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부용대를 찾아가는 풍산읍에 있는 '채화정'. 아름다운 정자가 곳곳에 숨어있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이 두 채의 정자는 부용대 양쪽 끝, 부용대에 오르는 초입에 숨어있듯 자리 잡고 있는데,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듯 꼭 필요한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 바깥 풍경을 안으로 들이려는 듯 나지막하게 담을 쌓았고, 정자를 출입하는 대문은 쪽문에 가깝게 자그마하게 마련해 두었다.

이렇게 좁은 문을 마련한 것은 누구나 이 문을 지나며 고개를 숙여 겸손함을 지니고 비대해진 몸과 마음의 욕심을 줄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요? 겸암정이든 옥연정이든 찾아오는 길손들에게 관대하기에 늘 개방되어 있다.

정자 대청마루에 앉아있으면 낙동강이 가슴속으로 흐른다. 더도 덜도 말고 며칠만 이곳에 지낼 수 있다면, 도시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이 다 해독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미련이 남아 정자마루를 떠나지 못해 한참동안 머뭇거리다가 겨우 발길을 돌린다.

목백일홍 필 무렵(7월) 병산서원. 그때가 가장 아름답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목백일홍 필 무렵(7월) 병산서원. 그때가 가장 아름답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하회마을을 답사할 때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병산서원’이다. 안동 지역에는 여러 서원들이 있는데, 그 중 퇴계 이황 선생을 모신 도산서원과 유성룡 선생을 제향한 병산서원이 대표적 서원이다.

하회마을 바로 이웃해서 자리 잡고 있는 병산서원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간결한 건축미와 빼어난 주위 풍경으로 더욱 유명하다. 병산서원의 ‘만대루’ 난간에 기대어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푸른 낙동강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병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왜 다들 병산서원이 아름답다하고 서원건축의 백미라고 하는지 알게 된다.

변산서원 만대루. 낙동강과 병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늘 개방되어 있어 편히 쉬어갈 수 있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병산서원 만대루. 낙동강과 병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늘 개방되어 있어 편히 쉬어갈 수 있다. 2006년 4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만대루’는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어 여행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어갈 수 있다. 하회마을을 찾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부용대를 하회마을 여행의 시작으로 잡고 그 끝은 병산서원으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면 이곳을 떠날 때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로 마음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Info 가는 길
부용대 _ 중앙고속국도 서안동IC → 풍산 → 916번 지방도 하회마을 방향 → 하회마을 입구 국도 삼거리에서 500m 직진 → 풍천면 소재지 파출소 앞에서 좌회전 → 겸암정, 옥연정 이정표 → 광덕 다리 건너 좌회전 → 화천서원, 옥연정 주차장에서 300m 정도. 옥연정에서 부용대를 거쳐 겸암정까지 다녀오는 것이 가장 좋은 코스이다. (도보 30분)

병산서원 _ 하회마을 진입 직전에 병산서원 이정표 따라 3~4km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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