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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1박2일 주말가족여행] 선운사 동백, 구시포 일몰 그리고 청보리밭, 달려보자 봄볕 나른한 고창 들판을!
[1박2일 주말가족여행] 선운사 동백, 구시포 일몰 그리고 청보리밭, 달려보자 봄볕 나른한 고창 들판을!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6.04.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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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고창 학원농장의 청보리밭 풍경.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고창 학원농장의 청보리밭 풍경.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고창] 봄볕 따스한 주말 가족 나들이로 고창만한 곳도 없다. 산으로는 선운산, 바다로는 구시포와 동호해수욕장, 하전갯벌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이 자라는 푸른 들판까지.

1박2일 주말가족여행 일정

첫째 날
12:00 서해안고속국도 고창IC. 고창읍. 추천 식사 - 동백가든에서 한정식.
13:30 고창읍성
15:00 고창 고인돌군
16:00 하전갯벌
18:00 선운산도립공원. 추천 식사 - 풍천만가 장어구이정식 또는 우정회관 게장백반.

둘째 날
07:30 선운산. 도솔암 왕복 2시간 소요.
09:30 추천 식사 - 선운산관광호텔 한식당 해장국
10:30 학원농장 출발. 약 30분 소요.
12:00 구시포 이동. 추천 식사 - 털보네횟집 조개구이.
14:00 구시포 해수월드 해수찜 및 사우나.
15:30 귀가. 고창IC.

선운사 동백꽃이 눈물처럼 후두둑 진다는 노래를 들어서일까? 고창을 생각하면 봄이 먼저 떠오른다. 노래는 설움이 깊지만 실상 고창의 봄은 나른하다. 고만고만한 언덕이 물이랑처럼 울렁거리는 들판에 나른하게 떨어지는 봄볕.

둘러보면 어느 한구석에 게으른 고양이가 늘어지게 자고 있을 듯하다. 세상에 별일 없고 앞으로도 내내 아무 일 없을 것 같은 평화가 고창 들녘에 배어있다. 아픈 역사는 지워지나보다. 동학농민군이 쳐들어가 불태웠다는 읍성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복원되어 있다.

고창읍성의 정식 명칭은 모양성이다. 해마다 성밟기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고창읍성의 정식 명칭은 모양성이다. 해마다 성밟기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보통 읍성에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데 고창읍성에는 관아만 있다. 임진왜란 후에 지었는데 군사적 필요가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도 모양성이라고 따로 있다. 이 성은 여자들이 쌓았다는 설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윤삼월에 여자가 머리에 돌을 이고 성곽을 따라 도는 성밟기 풍속도 있다.

한 바퀴에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에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면 극락을 갈 수 있다는 소리에 먼 곳에서도 찾아와 일부러 돌고 간단다. 옛 동헌과 정자, 옥, 객사 등이 줄지어 있어 언뜻 시간을 거슬러 올라 조선시대 어느 날을 어슬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학원농장 가는 길에 무장읍성이 있고 구시포 위쪽으로는 동호해수욕장도 있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학원농장 가는 길에 무장읍성이 있고 구시포 위쪽으로는 동호해수욕장도 있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읍성에 맹종죽 군락지가 있는데 영화 ‘왕의 남자’ 사냥 장면을 찍었던 곳이다. 서해안고속국도 고창IC로 나와서 10분이면 읍성에 도착한다. 고창 여행의 출발점으로 잡기에 딱 좋다. 점심 무렵 도착하여 읍에서 한정식으로 식사를 한 후 가볍게 산책을 하기에 알맞다.

읍성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가면 매산이 나온다. 산발치에 커다란 돌들이 곳곳에 모여 있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군이다. 고창에는 모두 85개소 2,000여기의 고인돌이 6개 코스를 이루는데 이 가운데 1,2코스가 우리가 흔히 아는 형태로 많이 남아 있다.

고인돌 축조시기는 기원전 10세기 경부터 기원 전후. 이 시기는 한반도 청동기시대에 해당한다. 고창 고인돌의 특징은 여러 가지 양식의 고인돌군이 한 지역에 모여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밀집된 양상을 보인 다는 것. 동북아시아 고인돌 변천사를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때문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고인돌 축조시기는 기원전 10세기 경부터 기원 전후. 이 시기는 한반도 청동기시대에 해당한다. 고창 고인돌의 특징은 여러 가지 양식의 고인돌군이 한 지역에 모여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밀집된 양상을 보인 다는 것. 동북아시아 고인돌 변천사를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때문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고인돌 군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하전갯벌은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지. 드넓은 갯벌을 보면 언제 저 끝까지 가나 한숨이 나올 텐데 염려할 것 없다. 마을 갯벌체험장에 가면 트랙터가 준비되어 있다. 갯벌체험도 체험이지만 생소한 트랙터 타기가 아이들에게는 더 재미있는 놀이다.

잠자리는 선운산도립공원 입구에 정하는 게 좋다. 호텔과 유스호스텔 모텔 등이 몰려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선운사와 도솔암까지 다녀오면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선운사 뒤편으로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동백은 4월 중순께 가면 붉은 꽃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도솔암까지 가는 길은 관광버스도 지날 수 있도록 넓게 닦여 있다. 10월 경에 오면 붉디붉은 상사화 꽃무릇이 길 따라 피어난다고 하니 가을에도 좋은 길이다. 가는 길에 잘생긴 소나무 장사송이 있고 그 옆에 진흥왕이 도를 닦았다는 진흥굴도 있다.

도솔암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장사송.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도솔암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장사송.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도솔암에 이르면 깎아지른 절벽에 새긴 커다란 부처도 만날 수 있다. 절벽 위에 암자가 있는데 여기에 서면 선운산이라는 고아한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선경이다. 선운산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는다.

드라마 ‘대장금’의 흔적이 남아 있고 지금은 ‘서동요’ 전투 장면 등을 촬영한다. 공교롭게도 선운사를 창건한 이가 백제 위덕왕이다. 그 아들 무왕의 일대기를 그리는 ‘서동요’를 이곳에서 촬영하니 인연은 인연이다. 고창하면 풍천장어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고창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인천강은 밀물 때는 거센 바람이 불어 풍천이라 한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고창 북부를 가로질러 서해안으로 흘러드는 인천강은 밀물 때는 거센 바람이 불어 풍천이라 한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고창 북쪽을 가로 질러 서해로 가는 인천강. 밀물 때면 바다에서 밀려드는 바람이 세다. 그리하여 이름이 풍천. 장어는 그 바람을 타고 오르내리기에 풍천장어라 한다. 인천강 민물에 사는 풍천장어가 어느 날 먼 바다로 나간다.

태평양까지 나간다는데 거기에서 알을 낳는다. 부화한 새끼는 바다를 거슬러 올라 어미가 살던 인천강 곳곳 지류까지 올라온다. 민물장어라지만 실상 바닷물과 민물을 오가는 셈이다. 옛날에는 병약한 이들이 푹 고아 먹었던 보양식. 선운사계곡 입구에 장어집들 즐비하다.

봄에 고창을 찾으면 학원농장을 빼놓을 수 없다. 파릇파릇한 청보리밭이 30만평에 이른다. 학원농장이 약 15만평인데 그 옆 밭주인들도 보리를 심었다. 서로 경계가 없으니 말 그대로 넓고 넓은 보리들판이다.

90년대 후반에 사진작가들의 작품에 담기면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단다. 물어물어 찾아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단체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보리를 보여주고픈 부모들도 많이 찾아온다.

4월 초순부터 5월 중순까지가 제일 아름다운 시기이다. 마지막 여행지는 구시포. 서해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횟집이 11집 있는 작은 해변인데 구시포해수월드가 들어섰다. 가족단위로 해수찜과 해수사우나를 즐길 수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딱 알맞다.

Tip. 가는 길
자가운전 _ 서해안고속국도 고창IC → 고창읍성(10분)

풍천만가 장어구이. 위에서부터 차례로 고추장, 매실, 복분자 소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풍천만가 장어구이. 위에서부터 차례로 고추장, 매실, 복분자 소스.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Info 맛집
<풍천만가> 장어구이

“옛날 선운사 계곡에 장어가 정말 많았지요. 금녹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도 고창 풍천장어는 잘 구우면 배가 황금색으로 빛납니다. 다른 지방 장어와는 확실히 다르지요.”

향토요리경연대회 제1회 대상, 2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맛의 명가 ‘풍천만가’ 최병권 사장은 이곳 토박이다. “일단 돌무더기를 쌓은 다음 며칠 뒤에 그물로 두르고 돌을 하나씩 꺼내면 숨어 있던 장어들이 꼼짝없이 잡히죠.” 어렸을 적에 장어 잡던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준다.

장어 고르는 법도 알려주었다. 장어를 구입할 때는 머리가 붙어 있는지 꼭 확인을 하라고 한다. 머리가 없으면 중국산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중국산 장어 파동 덕분에 덩달아 피해를 봤는데 억울하기 짝이 없다.

고창 풍천장어만 쓰기에 아는 이들은 꼭 찾아오는 집이다. 고추장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외에 새로 개발한 매실 소스와 복분자 소스를 두른 장어구이도 있는데 맛이 달콤하다. 여성과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맛.

혹 병치레 후나 수술 전후 몸을 보하기 위해 자연산 장어를 구하고 싶으면 2~3일전에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자연산 장어는 1kg에 15만원에서 20만 원 정도. 장어구이 1만4,000원. 선운산도립공원 들어가는 초입 삼거리 모퉁이에 있다. 서울 강서구청 앞에 지점도 있다.

털보네 조개구이.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털보네 조개구이.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털보네 횟집>조개구이
​​​​​​조개구이는 의외로 제대로 먹기가 힘든 음식이다. 자칫하다간 다 태워 꼬들꼬들하고 맛없게 먹기 일쑤. 때문에 술안주로 각광 받으면서도 누군가 곁에서 일일이 손보지 않으면 제 맛보기가 어렵다. 생김은 우락부락하지만 마음은 여린 털보 아저씨가 수시로 손을 봐주기에 조개의 참맛을 볼 수 있다.

구시포에 있는 횟집들은 푸짐한 곁들이가 특징. 때문에 횟값이 꽤 나온다. 털보네 횟집은 곁들이보다는 본 음식 위주로 내기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동백가든의 한정식.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동백가든의 한정식.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동백가든> 한정식
올해 들어 새롭게 한정식을 선보인 집이다. 바다가 가까운 고창답게 풍성한 해산물이 입맛을 당긴다. 식당 상차림이라기보다는 고향마을 잔칫상같은 느낌이 든다. 산해진미가 놓이는데 그래도 소박한 입맛에는 청국장 맛이 일품으로 느껴진다.

입구 계산대 뒤편으로 유명 연예인의 사인이 죽 걸려있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왕의 남자 출연진들의 이름이 대번 눈에 뜨인다. 알고 보니 정혁진 사장이 연예인들과 친분이 깊단다. 고창 공설운동장 앞에 있다.

우정회관 게장백반.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우정회관 게장백반. 2006년 4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우정회관> 게장백반
밥도둑이라는 말이 딱 맞다. 짭쪼름하면서도 고소한,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맛. 칠산 앞바다산 토실토실한 게로 담근 게장은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감돈다. 8년째 게장백반을 하고 있는데 크게 수다 떨지 않아도 읍은 물론이고 도내 각지에서 찾아와 먹는 집이다. 철 따라 자연산 석화와 서대탕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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