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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농촌체험] 임실 느티마을, 낙농 밸리를 꿈꾸다
[농촌체험] 임실 느티마을, 낙농 밸리를 꿈꾸다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6.04.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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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엿가락처럼 죽죽 늘어나는 치즈에 아이들의 환성이 터져 나온다. 2006년 4월. 사진제공 / 한민영
엿가락처럼 죽죽 늘어나는 치즈에 아이들의 환성이 터져 나온다. 2006년 4월. 사진제공 / 한민영

[여행스케치=임실] 치즈 좋아하는 아이들이 직접 치즈를 만들고, 그 치즈를 요리할 수 있다. 넓은 초지의 젖소에게 직접 꼴을 먹이며 젖소와 사진도 찍는다. 거기다 자전거로 개천 옆 느티나무 가로수길을 달리며 농촌을 감싸는 산들바람까지 쐬게 해주고 싶다면, 아이 손을 잡고 느티마을로 갈 것.

아이들이 안달이 났다. 치즈를 만들기 위해 응고된 우유인 응유를 반죽하고, 응유를 잡아 늘리고, 치즈를 비스킷에 얹어 전자렌지에 데우는 것까지, 모두 먼저 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아이들이 치즈 체험에 쏟는 이 집중력과 친근함의 정체는 대체 뭘까? ‘피자 한입 베어 물면 죽 늘어지는 치즈 가락!’ 치즈 하면 곧바로, 그렇게도 사족을 못 쓰는 피자를 떠올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임실읍 금성리 느티마을의 드넓은 초지에 파릇파릇 풀이 돋아나면 풀어놓은 젖소에게 꼴을 먹이며 놀고, 젖을 짜는 과정도 체험할 수 있다. 달구지와 트랙터를 타는 체험도 준비 중이다. 식사는 ‘국내산 치즈의 원조’라는 임실 치즈로 만든 요리다.

숲골유가공연구소의 전용목장 풍경.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숲골유가공연구소의 전용목장 풍경. 2006년 4월. 사진제공 / 숲골유가공연구소

치즈 만들기 체험과 농로 자전거 하이킹은 연중 이뤄진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느티나무 가로수길이 한적한 정취를 풍긴다. 그 외 새끼꼬기, 봄나물 캐기, 작물 수확, 된장체험, 두부 만들기 등이 체험신청자와의 협의 하에 계절별로 이뤄진다.

현재 마을의 목사 부부 내외와 마을 관계자가 체험을 주관하고 있다. 10명 이상 체험이 가능하므로, 2~3가족이 같이 신청하는 게 좋다. 느티마을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을 내 ‘숲골 유가공연구소’라는 유가공 공장과 공동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장소나 장비, 그리고 기술적인 지원은 물론 공장 견학, 유제품 구입까지 원활히 이뤄진다. 이 연구소는 전용 목장에서 자연 방목한 젖소의 우유를 짜 스위스 전통 목장형 방식으로 제품을 당일 생산한다. 무엇보다 맨 손으로 시작해 스위스와 독일 유가공 연수를 다녀와 연구소를 일으킨 사장의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의욕이 대단하다.

아이들이 만든 치즈로 샐러드와 비스킷 간식. 요구르트도 함께.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아이들이 만든 치즈로 샐러드와 비스킷 간식. 요구르트도 함께.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또 임실군이 느티마을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대규모 치즈산업 클러스트 조성에 나서, 체험 프로그램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낙농 마을이니 당연히 축산 분뇨 냄새를 우려했는데, 그리 심하지 않다. 축산 농가 5~6가구가 있는데, 느티나무가 우거진 푸른 마을을 가꾸자는 다짐 하에 자율적인 협의와 규제를 통해 축산 분뇨를 처리한다고 한다.

임실(任實)은 한자 그대로 ‘열매의 고장’이다. 느티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느티마을의 국화봉에서 꽃이 피어야 임실에 열매가 많이 맺는다’ 고 믿고 있다. 임실의 평화로운 정취가 고스란히 담겼다는 뜻일 게다.

500년 된 고목 2그루를 뭣보다 소중히 가꾸고 보전하고자 하며, 선천적인 장애인과 치매 노인이 한 분도 안 계셨다는 느티마을을 느껴보자.

Info 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전주IC → 26번국도 전주 방향 → 17번국도 남원 방향 → 임실역 지나자마자 느티마을 입구로 좌회전(전주IC에서 40분 소요)

치즈 늘이기 체험.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치즈 늘이기 체험.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임실 치즈의 어제와 오늘
개그맨 박명수가 치즈피자점을 열면서 최근 홍보에 나선 치즈가 바로 임실 치즈이다. 임실 치즈의 역사는 우리에게 치즈가 제대로 알려지기 전부터 시작됐다. 1964년 벨기에인인 지정환 신부가 임실 성당의 주임 신부로 부임한 것이 계기다.

지 신부는 산양 두 마리를 가져와 기르면서, 농민에게 자활의 터전을 마련해 주고자 산양을 보급했다. 그런데 산양수가 늘어나면서 짜낸 우유 재고가 넘치자 이를 소득원으로 연결시키고자 유럽 낙농기술로 치즈 가공을 시작했던 것이다. 지 신부는 치즈를 모르는 농민에게 ‘우유로 만든 두부’ 라고 설득하면서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다 1967년 임실읍에 임실 치즈 공장(현 임실치즈농협)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몇 달이 지나도 그대로인 일반 치즈와 달리, 임실 치즈는 곰팡이가 생긴다. 방부제가 없고 자연적 발효 생산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국내산은 결국 우리  체질에 맞는 영양분이 잘 흡수된다 게 장점이다.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박재현 목사 내외와 유덕자 사무장.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박재현 목사 내외와 유덕자 사무장. 2006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Interview
이일섭 전도사 (군산 서부제일교회)
최근 교회 아이들을 인솔한 전도사의 치즈마을 체험 평가

마을에 도착한 우릴 첨 맞이한 것은 맛있는 치즈 돈가스였다. 좀 늦게 도착해서 이미 식어버린 데다 고급 레스토랑의 멋진 음식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어머니의 손맛이었다.

젖소들이 여유롭게 누워있거나 여물을 먹고 있는 축사는 생각보다 냄새가 적었다. 그림으로만 젖소를 보아왔던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젖소의 늘어진 젖을 보고 신기해했고 변을 보는 모습 하나에도 탄성을 질렀다. 직접 젖을 짜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은근한 우리의 바람이었지만 젖 짜는 시간은 하루에 두 번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우리가 도착한 정오에는 젖 짜는 모습을 볼 수 없단다.

치즈 만들기 체험장에서는 퀴즈를 통해서 우유의 성분과 치즈나 요구르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부하고, 소위 피자치즈라 불리는‘모짜렐라’치즈 만들기에 도전했다. 아이들 어른 할 것 없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치즈를 만들었다고 자랑을 하기 시작했고 치즈를 늘리기 시작했다.

내 손에서 치즈가 늘어지기 시작하니 꼭 마술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냥 주무르기만 했을 뿐인데…! 과자와 빵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치즈를 얹어 먹기도 하고 그곳에서 생산된 요구르트로 과일 샐러드를 먹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유제품이 생산되는 숲골유가공연구소 공장이었다. 우리가 그저 먹기만 하던 치즈나 요구르트의 가공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너무나 좋았다. 방문했던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아주 만족해했으며 다시 가자는 아이도 있었다.

만약 다시 간다고 하면 인원은 25명에서 30명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관리도 힘들고 교육에 소홀해지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치즈 공장 체험이 주위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쳐야 했다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안에도 들어가서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얼음 썰매타기를 마을의 담당 목사님께서 주관하셨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얼음이 많이 녹았음에도 목사님께서 직접 시범을 보여 주시다 그만 저수지에 빠지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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