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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3월호
[주말여행] 7080 레트로 감성에 젖어들다…청도에서 “잘 살아 보세”​​​​​​​
[주말여행] 7080 레트로 감성에 젖어들다…청도에서 “잘 살아 보세”​​​​​​​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4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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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의 발상지, 경북 청도
70년대 풍경 고스란히 남은 유천마을
청도읍성 걸으며 액운 날리기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경북 청도의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청도]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0년대, 우리네 부모님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기 좋은 12월, 레트로 감성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새마을운동의 발상지, 경북 청도로 떠나보자.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 새마을운동이 들불처럼 전국 각지로 확산되던 1970년대는 도시 중심의 경제 개발이 진행되면서 도농 간의 격차가 벌어지던 시기다. 지금보다 더 가난했고 어려웠지만, 정이 넘쳐났고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시기이기도 하다.

70년대 향수를 자아내는 유천마을
동창천과 청도천이 밀양천에서 합류해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경북 최남단에 자리한 유천마을은 일찍이 교통이 발달했다. 현재 상동역이라 불리는 유천역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고, 밀양으로 향하는 도로와 하천도 발달해 예부터 밀양에서 대구와 한양으로 통하는 영남대로의 관문 역할을 했다.

게다가 하천이 만들어 낸 비옥한 평지에 자리했기에 이 근방에서 가장 번화한 동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처럼 사람과 물산의 이동이 활발했던 동네였지만 교통 상황이 개선되고 중심지의 기능이 인근 도시로 넘어가면서 똑딱똑딱 흐르던 시간이 멈춰 버렸다.

유천마을로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60~7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유천마을은 유호리에 자리하지만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호’라는 글자는 보기 힘들다. 유천우체국, 유천초등학교 등 유호보다는 ‘유천’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청도천과 동창천이 합류하는 근방의 11개 동네를 합쳐 유천이라 불렀는데, 유호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장인 유천장이 이곳에서 열리면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유천마을로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60~7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중앙소리사 맞은편 유천극장과 마을 전경.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유천마을 내 남아 있는 영신정미소의 건물.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현재 유천마을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건물이 꽤 많이 남아 있다. 몇 명의 사진 동호인들이 사진기를 꺼내 오래된 풍경을 담고,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이 낯선 여행자에게 소소한 인사를 건네며 조화를 이루는 동네. 세월의 흔적을 입은 낡은 건물들만이 시간이 멈춰버린 채 그대로 매일 반복되는 이 일상을 바라본다.

거리는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너비이지만, 마을은 규모가 제법 크다. 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사료 판매소, 전자제품 수리점이었던 중앙소리사 등 유천시장을 중심으로 일렬로 자리한다. 상점 중에는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는 곳도 있고, 간판은 그대로지만 제 기능을 잃어 창고나 개인 주택으로 용도가 바뀐 곳도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장이 열리는 날이면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유천극장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을 닫았지만, 최근 개축을 통해 옛 모습 일부를 복원한 상태다. 유천마을의 근대문화를 기념하기 위해 유천극장의 문을 다시 열 계획이라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유천마을은 기성세대에겐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마을로,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사진 촬영 명소와 체험의 장으로, 멈췄던 시계가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INFO 유천마을
주소 경북 청도군 청도읍 유호리 524-32

시간이 멈춰버린 폐역, 신거역
신거역 앞 철도에는 여전히 기차가 다니지만 더는 이곳에 정차하지 않는다. 폐역이 된 신거역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전국적으로 홍수가 퍼부었던 1969년 8월 여름,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고민에 빠진 채 경부선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홍수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단합으로 잘 복구된 깨끗한 농촌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마을이 바로 신거역 부근의 신도리마을이다.

다른 농촌도 신도리마을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새마을운동의 시초였다고 한다. 새마을가꾸기운동이 시작되면서 신도리마을은 전국적인 스타마을이 되었고, 수천 명이 마을을 방문해 새마을을 가꾸는 방법을 배워갔다. 신거역이 새마을운동의 초석이 된 셈이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신거역은 1989년 문을 닫았지만 2007년 청도군이 인수해 관리하고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신거역 내부에는 그 당시의 여객운임표와 열차 시간표가 흰 벽에 붙어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신거역에서 나와 좌측으로 가면 경기도 의왕의 철도박물관에 보존 전시된 대통령 전용 귀빈 객차를 그대로 재현한 열차를 볼 수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신거역의 이름은 신도리와 거연리의 앞 글자를 하나씩 따온 것이다. 신거역 내부에는 그 당시의 여객운임표와 열차 시간표가 흰 벽에 붙어 있다. 2000년에 사라진 ‘비둘기호’라는 이름과 신거역에서 대전까지 운임이 1840원이라는 글귀가 추억을 회상케 한다. 현재 역 입장료가 성인 기준 2000원이니 그 당시 열차 운임 요금이 이곳 입장료보다 더 싼 셈이다.

신거역은 1989년 문을 닫았지만 2007년 청도군이 인수해 관리하고 있다. 신거역에서 나와 좌측으로 가면 경기도 의왕의 철도박물관에 보존 전시된 대통령 전용 귀빈 객차를 그대로 재현한 열차를 볼 수 있다. 열차 내부에는 ‘달리는 집무실’이라 불리는 대통령 집무실도 복원해 놓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신거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가면 그 당시 사용했던 내부 도정 기계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신도정미소를 만날 수 있다. 1969년까지 운영되었던 방앗간으로 당시 쌀과 보리 등 곡물을 도정했던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신도정미소에서 나오면 두 갈래의 갈림길이다. 정면으로 쭉 걸으면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이 나오고 마을을 지나 위로 올라가면 새마을운동테마파크에 닿는다.

INFO 신거역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2~10월은 오후 5시 30분까지, 매주 월요일 휴무)
관람요금 성인 2000원, 청소년·아동 1500원 (주차, 신거역 관람료,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및 테마파크 입장료 포함)
주소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리 988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과 신도리마을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새마을운동 하면 노란 동그라미 안에 초록색 클로버가 그려진 로고가 먼저 떠오른다. 신도정미소 정면의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 앞에서는 새마을운동 로고가 박힌 초록 깃발이 펄럭인다. 새마을운동 당시의 생생한 기록과 이론적 자료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상 2층 건물로 조성된 기념관에서는 신도리마을 이야기, 새마을운동의 배경, 관련 복장 및 상패와 훈장 등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새마을운동 당시의 생생한 기록과 이론적 자료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새마을운동 기념관.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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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테마파크에서는 옛 물건들을 전시해 놓았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새마을테마파크의 굴렁쇠 소년.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체험을 즐기고 싶다면 기념관에서 나와 신도리마을로 가보자. 마을 곳곳에는 주민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추억의 사진들이 붙어 있다. 마을을 지나 나지막한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옛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작은 테마파크다. 새마을학교부터 초가, 기와집, 슬레이트집, 새마을구판장, 공동 빨래터까지 그 당시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물건들과 건물, 그리고 이야기가 뒤섞인다.

청도읍성을 거닐다
새마을운동 발상지에서 지난 과거를 돌이켜 봤다면 이번엔 지난해의 액운을 날리고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 보자. 새마을운동 기념관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에 자리한 청도읍성은 경상북도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읍성이다.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신앙에 따르면 읍성을 돌면 액운이 달아나고 무병장수한다는 전통이 있으며 매년 봄에는 밟기 행사도 열린다.

둘레가 1.88km에 달하는 청도읍성에 도착하면 중앙에 작은 못이 놓여 있고 성곽이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성곽을 올라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짧은 거리이지만 성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하염없이 흐른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청도읍성을 걸어서 한 바퀴 돌면 무병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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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흙을 섞어 쌓아 올린 청도읍성.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읍성 능선을 걷는 길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다 보니 낮은 성곽에서 도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돌과 흙을 섞어 쌓아 올린 나지막한 높이의 읍성 돌담길을 타박타박 걸으며 올해의 액운을 바람에 따라 날려 보내자.

INFO 청도읍성
주소 경북 청도군 화양읍 동상리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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