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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1박 2일 여행] 삶에 쉼표를 찍어준 특별한 여행 경북 칠곡
[1박 2일 여행] 삶에 쉼표를 찍어준 특별한 여행 경북 칠곡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5.08.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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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칠곡] 쳇바퀴 도느라 지쳐버린 일상을 남다른 여행으로 보상받고 싶다면 칠곡으로 떠나보자. 차마 마다할 수 없는 명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푸르스름한 기운에 오감이 생동하는 명소가, 애국심이 절로 샘솟는 유적이, 유서 깊은 천주교 성지가 숱하고 수두룩하며 즐비하다.

첫 발자국을 찍을 곳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48호인 ‘칠곡가실성당’이다. 웅대함이 느껴지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단아하면서도 아름다운 내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프랑스에서 제작한 ‘안나와 마리아 상’도 걸음을 멈춰 세운다. 슬슬 배가 고파지면 ‘복이 가득한 마실’로 내달리자. “고객의 건강을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쓰인 글귀가 눈에 띄는 한식 전문 음식점이다. 아카시아꿀을 첨가한 소스에 재워 구운 ‘전체수’를 무채에 싸먹는 ‘전체수쌈밥’ 등이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 준다. 든든한 한 끼 식사로 포만감을 느꼈다면 ‘구상문학관’으로 향하자.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구상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는 곳이다. 구상문학관을 둘러본 후에는 동족상잔의 아픔이 맺힌 ‘칠곡왜관철교’를 만날 차례다. 어둠이 내린 새까만 밤이면 조명등이 켜져 화려하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덕택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룻밤 쉬어 갈 곳은 ‘송정자연휴양림’이다.

둘째 날 여정의 시작은 ‘매원마을’이다. 400여 채의 가옥이 6.25전쟁을 치르면서 대부분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현재는 60여 채의 고택이 남았지만, 200년을 훌쩍 넘는 세월 속에서도 온전하게 남아 있는 ‘지경당’ 등의 문화재가 여행자의 눈길과 발길을 붙든다. 배꼽시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 매원마을 내부에 자리한 ‘진주댁(그대가 꽃)’에서 ‘연잎밥 정식’을 맛보자. 툇마루에 앉아 고즈넉한 농촌 마을의 풍광을 감상하며 음미하는 음식은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한 맛이다. 식도락을 만끽한 다음으로 찾아갈 곳은 ‘다부동전적기념관’이다. 6.25 전쟁 당시 북진의 기틀을 마련한 ‘다부동 전투’의 승리를 가슴 깊이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후에는 치열한 전쟁 속에서도 축성 당시의 위용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가산산성’에서 발품 깨나 팔며 등산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송림사에서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으며 칠곡 여행의 마침표를 찍자.

첫째 날, 푸르스름한 풀내음에 취하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AM 10:00 칠곡가실성당

천주교 신자가 아닐지라도 부담 없이 찾아가 한갓지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1923년 ‘신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은 경북지역 초기 천주교회 건물이다. 외부의 웅장함과 내부의 화려함을 두 눈에 담으면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건축미를 뽐내고 있음을 알아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성모님의 어머니인 ‘안나’ 성녀를 주보성인으로 모시는 성당이다.
주소 경북 칠곡군 왜관읍 가실길1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2:00 복이 가득한 마실
약초와 한약재를 활용해 맛과 건강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음식을 내놓는다. 백미, 흑미, 차조 등 일곱 가지 곡물로 지은 밥에 참외로 만든 장아찌와 여러 종류의 버섯을 올린 ‘골동반’이 대표 메뉴다. 골동반을 주문하면 곱게 다진 닭살을 둥글게 빚어 부친 ‘닭갈납’ 등 눈과 입이 즐거운 찬이 함께 나오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예약은 필수다. 일요일 휴무.
가격 골동반 1만원, 옻계탕 1만2000원, 전체수쌈밥 1만5000원, 메로찜 3인 기준 4만원.
주소 경북 칠곡군 지천면 송정원곡길 55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30 구상문학관
프랑스 문인 협회가 선정한 세계 200대 문인 중 한 명인 구상 선생의 숨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는 한국전쟁 직후 경북 칠곡 왜관에 정착해 22년간 왕성한 문학 활동을 펼쳤다. 그의 생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1층 영상실, 그의 소장 도서 등이 들어찬 2층 보존서고, 그가 거주하며 끊임없이 마음을 가다듬은 ‘관수재’ 등 볼거리가 다채롭다. 월요일 휴관.
주소 경북 칠곡군 왜관읍 구상길 191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3:00 칠곡왜관철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건너면 난간 곳곳에서 한국전쟁 당시 포탄과 총알에 의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양철 조각처럼 휘어져 있는 두꺼운 철판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칠곡왜관철교는 1905년에 개통한 군용철도의 교량이다. 한국전쟁 당시 적의 도하 방지를 위해 폭파했다가 1993년 복구해 인도교로 쓰고 있다.
주소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 872-1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4:30 송정자연휴양림
칠곡 도심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위치해 접근성이 그만이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등산로에서 걷는 재미를 누려보는 것도 즐겁겠다. 살짝이라도 숨이 차오르는 게 달갑지 않다면 산책로를 따라 발걸음을 내딛으며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한다. 숙박료 숲속의집 5만원부터(성수기 8만원부터), 산림휴양관 6만원부터(성수기 9만원부터)

주소 경북 칠곡군 석전읍 반계3길 88

둘째 날, 호국의 숨결을 찾아 떠나다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AM 10:00 매원마을
“문화란 사람이 사는 모습이지요. 집의 모양만 보고 쉬이 지나치지 말고, 가옥이 지닌 의미를 깨닫고 느낄 필요가 있답니다.” 이곳에 들러 이수욱 어르신을 찾으면 매원마을 여행이 한층 더 알차진다. 칠곡 매원마을이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영남 3대 반촌(班村)으로 이름 높다는 사실도, 지경당 등의 문화재도 보유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주소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3길 104-5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2:00 진주댁(그대가 꽃)
농촌 특유의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밥상으로 미각에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예약만 하면 아침식사부터 저녁식사까지 모두 가능하다. 식구들 먹듯 차려내는 ‘시골밥상’은 수저를 든 손이 너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 민망할 정도로 일미다. 점심과 저녁에는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연잎밥 정식을 내놓는데, 입안이 호사를 누린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맛이다.
가격 시골밥상(아침) 1만원, 연잎밥 정식(점심?저녁) 1만5000원
주소 경북 칠곡군 왜관읍 매원3길 30-3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1:30 다부동전적기념관
6.25의 참극으로 조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섰을 때 한미연합군이 피와 땀을 흘리며 막아낸 다부동 혈전의 전장이다. 1981년 건립한 다부동전적기념관 구석구석에는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는 조형물이 여행자를 반긴다. 탱크 모형의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면 전쟁에 쓰인 각종 화기를 비롯해 노획물 등이 전시돼 있어 가슴을 애잔하게 만든다.
주소 경북 칠곡군 가산면 호국로 1486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2:30 가산산성
칠곡이 호국의 고장이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듬직하게 들어서 있다. 가산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잇따른 외침에 대비하고자 삼중으로 축성한 산성이지만 치열한 한국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서린 공간이다. 현재는 등산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2.9km에서 6.6km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코스를 체력에 맞게 선택해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주소 경북 칠곡군 가산면 가산리 산 98-1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5년 9월 사진 / 박지원 기자

PM 5:00 송림사
산사의 유수한 풍취가 세상살이에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심신을 보듬어 준다. 송림사에 발을 들여놓으면 잰걸음이 몸에 밴 탓에 천천히 걸으라는 핀잔을 귀가 따갑게 들어온 여행자일지라도 자연스레 발걸음이 느려지기 마련이다. 대웅전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앉아있는 3m 높이의 ‘향목불상’ 3좌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이상하리만큼 차분해지는 기분이다.
주소 경북 칠곡군 동명면 송림길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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