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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비경 트레킹] 80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길 산방산 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
[비경 트레킹] 80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길 산방산 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
  • 주성희 기자
  • 승인 2014.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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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여행스케치=제주] 80만년 전부터 차곡차곡 새겨진 ‘지구의 지문’을 따라 걸었다. 노란 유채꽃과 푸른 바다, 한적한 마을에 둘러싸인 지구의 지문을 더듬는 내내 시원한 제주 바람이 귓가에 속삭였다. 조들리지 말앙, 느긋이 구경행 갑서.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산방연대에 오르면 용머리해안의 풍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제주의 지질, 역사, 문화, 생태 깃든 길 

아주 오래 전 뜨거운 용암이 제주의 남서쪽 대지에서 솟구쳤다. 하지만 끈끈한 점성 때문에 멀리 흐르지 못한 용암은 종 모양의 용암돔을 만들었다. 한편 땅 속에서 끓던 마그마는 지하수를 만나 격렬하게 이동하며 화산재를 분출,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듯한 형상의 해안을 낳았다. 약 80만 년간 지구의 시간을 제 몸에 새겨 ‘지구의 지문’이라고도 불리는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의 이야기다.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산방산 아래 자리 잡은 용머리해안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다.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은 2010년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인증을 받은 제주의 9개 세계지질공원 중 하나다. 이 지역은 지질과 역사 문화, 생태가 깃든 명품 길의 탄생으로 최근 다시 조명받고 있다. 제주의 화산 지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질 자원과 아름다운 풍경, 향토색 짙은 제주의 역사?문화 자원이 어우러진 ‘산방산 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로 지난 4월 5일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의 묘미, 해녀 할머니가 즉석에서 썰어주는 싱싱한 소라, 해삼, 멍게, 문어.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산방산 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은 2개 코스로 나뉜다. A코스는 14.5km로 사계리와 덕수리 마을을 경유한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형제섬해안도로를 따라 거닐며 붉은색의 퇴적층 하모리층과 사람발자국 화석지, 덕수리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주물공에 ‘불미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지질학적 가치뿐 아니라 제주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풍성히 담긴 길이다. 짧은 탐방을 원할 경우 10.7km의 단축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B코스는 15.6km로 사계리, 화순리, 덕수리를 모두 아우른다. 산방산에서 화순리 방향으로 펼쳐진 금모래 해변과 제주 생태의 보고 화순 곶자왈을 즐기며 논농사를 위해 지은 수로와 소금막 등 척박한 환경에서 지혜롭게 살아온 제주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코스다.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사계리해안에 펼쳐진 붉은색의 하모리층과 그 위를 덮고 있는 해빈모래는 송악산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퇴적층이다.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함께 새기는 지구의 발자국
어느 코스를 택하든 트레일의 기점 용머리해안을 들러 가는 것이 좋다. 탐방 전 산방산 아래 봉수터 산방연대에 먼저 오르길 추천한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비롯 트레일 코스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특히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용의 풍모가 한눈에 들어와 감탄을 자아낸다. 용머리해안은 화산 분출로 겹겹이 쌓인 화산재가 80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에 깎이고 다듬어지면서 만들어낸 절경이다. 산방연대와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가면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바닷가 옆으로 움푹 팬 해식동굴과 암반에 구멍이 숭숭 뚫린 풍화혈 등 다양한 지질 형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해발 395m의 거대한 조면암질 용암돔, 산방산.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2003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사람발자국 화석. 현장 보존을 위해 아쉽지만 울타리 밖에서 사진으로 확인해야 한다. 2014년 6월 사진 / 주성희 기자

용머리해안의 꼬리와 등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칼로 자른 듯한 절리가 형성돼 있다. 전설에 따르면 중국 진시황이 제주도에 제왕이 태어날 지세를 지닌 용머리해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풍수에 능한 호종단을 파견해 지세를 끊어놓은 흔적이란다. 이때 흘린 붉은 피가 지층에 스며들어 용머리해안이 검은색과 붉은색을 띠게 되었다고. 

용머리해안을 거니는 동안 전설의 흔적을 더듬는 재미만큼이나 쏠쏠한 것이 바로 지구의 지문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해녀가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삼과 멍게 등을 맛보는 즐거움. 놀멍 쉬멍 걷는 가운데 층층이 쌓인 억겁의 세월 위로 나의 발자국도 한 겹 겹쳐진다. 

INFO. 산방산 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 코스

A코스 용머리해안~사계포구∼해안사구와 하모리층∼사람발자국 화석∼단산∼산방산탄산온천~불미마당~용머리해안 (14.5km)
B코스 용머리해안∼소금막∼화순금모래해변∼화순선사유적지∼곤물~화순곶자왈∼군물∼용머리해안 (14.4km)
소요 시간 4~5시간

Tip. 탐방 전 필수 확인 사항
용머리해안 탐방 가능 시간
바다와 바로 접해 있는 용머리해안은 밀물 때나 바람이 심하면 탐방이 제한되므로 탐방 전 입장 가능한 시간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지질 트레일 코스 중 유일하게 입장료를 지불해야 탐방할 수 있다.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코스별 편의시설 위치 
A코스 내 음식점과 매점은 사계포구 일대에 밀집되어 있으며, B코스 내 매점과 화장실은 화순해수욕장 이후부터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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