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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1박 2일 여행] 탁 트인 가슴에 가득 품은 단물 경북 예천
[1박 2일 여행] 탁 트인 가슴에 가득 품은 단물 경북 예천
  • 박지원 기자
  • 승인 2014.05.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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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여행스케치=예천] 회색빛 도시에서 쓴물만 마신 그대, 이제 푸른빛 예천에서 단물 맛 좀 볼 텐가. 단물이 샘솟는 고장이라 일컫는 예천은 1300여 년의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예천을 향해 발을 내딛을 때마다 숨을 조여오던 주변 공기가 싱그러운 향기로 바뀌어 코끝을 간질인다. 요란한 도시의 소음으로 삭막해진 마음에 여유가 둥지를 튼다.

푸석푸석해진 심신을 추스르고 어루만지기 위해 예천을 찾는다면 싱그러운 피톤치드 향을 솔솔 풍기는 곤충생태원에서 첫 발자국을 찍어보자.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1만여 마리의 나비가 예천 방문을 온몸으로 환영해준다. 점심은 곤충생태원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전국을 달리는 청포집’의 청포정식을 추천한다. 채 썬 옥빛 청포묵을 뒤덮은 달걀 흰자와 노른자, 쇠고기, 숙주나물, 미나리, 당근, 김 등 신선한 재료에 구수한 된장찌개를 적당히 둘러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혓바닥이 호사를 누린다. 조기구이, 녹두빈대떡 등 밥상을 꽉 채운 17가지 반찬들도 식도락에 즐거움을 더한다. 든든하게 한 끼를 즐긴 뒤에는 진호국제양궁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내 손에 있던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 과녁에 명중할 때의 쾌감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영영 알 수 없다. 누가 과녁에 많은 화살을 꽂느냐를 두고 지인들과 가벼운 내기를 해보는 것도 양궁 체험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방법이다. 양궁장에서 15분만 달리면 천문우주센터에서 달 표면에 착륙하는 듯한 특별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중력의 변화에 따라 순식간에 몸무게가 6분의 1로 줄어드는 체험을 하면 어느새 내 옆에 떡방아를 찧는 토끼가 성큼 다가와 있을 것만 같다. 쏟아질 듯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관찰하는 것도 색다른 추억을 만들기에 더없이 좋다. 예천에서의 첫 경험을 곱씹으며 여독을 풀 자리는 회룡포 여울마을 체험학교에 마련하자. 폐교를 리모델링한 이곳 교정에 누워 이순신 동상에 얽힌 무서운 이야기로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추억이 된다.


이튿날 여정은 천년고찰 용문사에서 시작한다. 용문사는 대장전에 국내 유일의 회전식 불경보관대인 윤장대를 소장하고 있다. 윤장대를 한 바퀴 돌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매년 음력 3월 3일과 9월 9일에만 돌릴 수 있으니 반드시 이루고픈 소원이 있다면 때를 맞춰 가보는 것도 좋겠다. 용문사를 벗어나 금당실 전통마을로 향하면 고택과 초가집이 어우러진 조선시대 전통가옥 모습을 온전히 눈에 담을 수 있다. 마을 안을 미로처럼 잇는 돌담길은 어디에서 사진을 찍든 기막힌 배경이 돼 돌아보는 내내 즐겁다. 슬슬 배꼽시계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면 용군순대로 갈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두툼한 돼지 막창으로 된 순대피가 알찬 순대속을 둘렀는데, 쫀득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느니 담백하고 깔끔한 맛에 젓가락을 든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인다느니 하는 구구절절한 설명은 하고 싶지도 않다. 백문이 불여일견 불여일식이다. 회룡포 전망대에 오르면 절경으로 눈이 호강할 차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올라가야 볼 수 있는 비경은 아닐까란 근심은 넣어두자. 장안사 바로 밑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을 택하면 10여분 만에 말문이 막히거나 격한 탄성을 내뱉을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마지막 목적지는 삼강주막이다. 큼지막한 배추전에 알싸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면 가뭄에 단비를 만난 땅처럼 삭막했던 마음에 촉촉한 여유가 돋는다. 예로부터 예천은 단물이 샘솟는 고장이라고 했던가. 물맛이 좋은 고장의 막걸리 맛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임을 새삼 깨닫는다.

첫째 날
이색 체험 찾아 총총총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10:00 곤충생태원
곤충을 직접 만지면서 다양하고 신기한 곤충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비단벌레관은 약 12만 마리의 비단벌레에서는 화려한 빛깔을 뽐내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양 최대 규모인 훨훨나비터널도 압권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꼬리명주나비 등 10여 종이 넘는 나비 1만여 마리가 눈앞에서 살랑살랑 춤을 추며 인사를 건넨다. 관람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월요일 휴관.
주소 경북 예천군 상리면 은풍로 1045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13:00 전국을 달리는 청포집
예천군청 인근에 자리 잡은 이곳은 요즘 쉽게 맛보기 어려운 녹두를 갈아 만든 청포묵을 제대로 하는 집이 있다. 대표 메뉴 청포정식은 가늘게 채 썬 옥빛 청포 위에 달걀 흰자와 노른자, 쇠고기, 숙주나물, 미나리, 당근, 김을 얹어 내 보자마자 침샘을 자극한다. 노릇노릇 구워낸 조기구이와 구수한 된장찌개 등 무려 17가지의 반찬도 미각을 즐겁게 하는 데 한몫 거든다. 청포정식 1만원.
주소 경북 예천군 예천읍 군청앞길 23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14:00 진호국제양궁장
세계 양궁 선수권대회 5관왕에 빛나는 김진호 선수의 이름을 딴 이곳은 사전에 예약만 하면 누구나 양궁 체험을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을 위해 보호 장구 착용법, 시위 자세 등 양궁의 A부터 Z까지 세밀하게 알려준다.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양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 내 손에 있던 화살이 활시위를 벗어날 때의 기분은 어떨까? 과녁을 비껴갔을 때의 아쉬움과 명중했을 때의 쾌감은 또 어떨까?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이 모든 것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체험비 무료
주소 경북 예천군 예천읍 양궁장길 38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18:00 천문우주센터
우주환경체험관과 천문대를 함께 갖춘 국내에서도 몇 안 되는 천문 우주 체험장이다. 중력의 변화는 물론 방향감각과 평형감각을 상실하는 체험을 하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몸무게가 6분의 1로 줄어드는 경험까지 더해지면 달 표면에 착륙한 듯한 착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쏟아지는 별들을 눈에 모두 담아내기 버거운 천문대도 매력 만점이다. 낮에는 태양의 거대한 불기둥인 홍염과 태양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흑점도 포착할 수 있다. 야간은 예약제이니 사전 문의는 필수다. 월요일 휴관.
입장료 4000원, 우주환경체험 1만원, 천체관측 주간 6000원, 천제관측 야간 2만2000원

주소 경북 예천군 감천면 충효로 1078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00 회룡포 여울마을 체험학교
폐교된 향석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이곳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오는 숙소다. 이순신과 세종대왕 동상이 지키고 있는 숙박동 중에는 형태에 따라 취사가 가능한 곳도 있다. 직접 만든 음식을 교정에 펼쳐놓고 옛이야기를 풀어내면 하룻밤이 모자란다. 계절별로 감자, 고구마, 포도 등 농산물 수확체험도 할 수 있다. 체험은 농산물 시세에 따라 유동적이다. 숙박료는 4인 기준 4만원.
주소 경북 예천군 용궁면 용개로 357

둘째 날
싱그러운 향기 따라 킁킁킁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10:00 용문사
천년고찰인 용문사에는 국내 유일의 회전식 불경보관대인 윤장대가 있어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글자를 모르거나 불경을 읽을 시간이 없는 중생들이 윤장대를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을 얻을 수 있고 한다. 근래에는 윤장대를 돌리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전해지면서 여러 사람들이 너무 많이 돌려 훼손됐다. 이 때문에 이제는 음력 3월 3일과 9월 9일에만 돌릴 수 있다.
주소 경북 예천군 용문사길 285-30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11:30 금당실 전통마을
조선시대 전통가옥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한 마을. 마을 안으로 들어서 미로처럼 이리저리 나 있는 돌담길을 걷다 보면 사진을 찍어 남기고 싶은 배경이 차고 넘친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푸른 하늘 밑으로 고택과 초가집이 오밀조밀 어울려 있는 풍경이 정겹기 그지없다. 여름에는 시원한 물 한 모금을, 겨울에는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 줄 것 같은 주민들의 미소가 푸근하다. 고택 민박과 연날리기 체험 등도 가능하니 고려해볼만 하다.
주소 경북 예천군 용문면 금당실길 118-32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13:00 용궁순대
예천에 왔다면 반드시 맛보고 가야 할 용궁순대. 두툼한 막창을 피로 사용해 일반 순대와 달리 식감이 쫀득하다. 혹여나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란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우유빛깔 피 속을 꽉 채운 순대는 무척 담백하고 깔끔해 젓가락을 든 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연탄불의 막강한 화력에 볶아 나오는 오징어불고기와 돼지불고기도 별미다. 순대국밥 5000원, 순대 8000원, 오징어불고기·돼지불고기 각 8000원
주소 경북 예천군 용궁면 용궁로 158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14:00 회룡포 전망대
산과 강이 어우러져 빚은 절경이 전국에서 으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곳. 장안사를 거쳐 전망대로 오르는 길을 택하면 잘 조성된 계단을 따라 10여 분 만에 도착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350도를 휘돌아 빠져나가는 육지 속의 아름다운 섬마을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한 폭의 산수화를 펼쳤다는 표현도 모자랄 풍경에 말문이 막힌 어느 트로트 가수의 노랫말처럼 아주 그냥 죽여줘요.
주소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대길 168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2014년 6월 사진 / 박지원 기자

15:30 삼강주막
시끌벅적한 주막에 앉자마자 주모를 외친 보부상이 콧소리로 교태를 부리는 주모가 냉큼 내온 탁주 한 사발을 게걸스레 들이키며 ‘캬아!’를 외치는 모습이 오버랩 되는 곳. 안동의 낙동강, 예천의 내성천, 용궁의 금천에서 흐른 물이 모인 곳에 자리 잡아 삼강주막이다. 주막 뒤에는 악귀를 물리친다고 전해지는 500년 된 회화나무가 버티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가격도 착해서 막걸리 한 주전자 5000원, 배추전 3000원. 
주소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길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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