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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숨은 여행지 찾기] 곳곳에 자리한 지질명소 따라, 한반도를 품은 영월을 만나다
[숨은 여행지 찾기] 곳곳에 자리한 지질명소 따라, 한반도를 품은 영월을 만나다
  • 조아영 기자
  • 승인 2020.06.10 0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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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명과 지질 특성이 보전된 한반도습지
두 갈래로 갈라진 절벽이 빚는 절묘한 비경, 선돌
5억 년 전의 흔적이 쌓인 문곡리 스트로마톨라이트
영월 한반도습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습지의 풍경. 사진 / 영월군청
영월 한반도습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습지의 풍경. 사진 / 영월군청

[여행스케치=영월] 방랑시인 김삿갓의 풍류가 흐르는 곳이자 조선시대 단종의 애달픈 이야기가 서린 고장, 영월. 고즈넉한 분위기가 넘실대는 이곳에는 아득히 먼 옛날을 기억하는 지질명소가 즐비하다. 자연이 솜씨 좋게 빚어낸 명승지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다채로운 풍경이 눈앞에 그득하게 펼쳐진다. 

영월과 지질, 두 단어를 함께 놓고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곳은 ‘한반도지형(명승 제75호)’일 것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우리나라 국토를 쏙 빼닮은 이곳은 영월을 찾은 여행객이라면 꼭 한 번 들르는 곳이다. 그러나 한반도지형이 속한 ‘한반도습지’에 대해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다양한 생명과 지질 특성이 보전된 습지
영월군청이 자리한 읍내에서 한반도면을 향해 차량으로 20분 남짓 달리면 한반도습지 생태문화관에 닿게 된다. 지난 6월 새롭게 개관한 이곳은 영월 한반도습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조성된 공간으로, 습지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제공한다.

영월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히는 한반도지형. 사진 / 조아영 기자
영월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히는 한반도지형. 사진 / 조아영 기자
한반도습지 생태문화관에서 습지에 대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한반도습지 생태문화관에서 습지에 대한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하식애, 하식동굴, 돌리네 등 습지에서 나타나는 지형의 단면을 보여주는 모형. 사진 / 조아영 기자
하식애, 하식동굴, 돌리네 등 습지에서 나타나는 지형의 단면을 보여주는 모형. 사진 / 조아영 기자

함철국 한반도습지 생태문화관 자연환경해설사는 “한반도지형을 품고 있는 한반도습지는 평창강과 주천강 합수부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하천습지”라며 “두 강이 합쳐지기 전에 크게 휘돌면서 동쪽은 높고 서쪽이 낮은 한반도와 유사한 모습의 지형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2012년 생물 다양성을 인정받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한반도습지는 2015년 제주 숨은물뱅듸와 같은 날(5월 13일)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생태문화관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습지의 개념과 중요성을 설명한 패널이 보인다. 수질정화, 재해방지를 비롯해 생태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습지에 대해 간략히 학습할 수 있다. 패널 아래로는 터치스크린 기기가 설치돼 실제 한반도습지에서 살아가는 육상식물과 포유류·조류·어류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전시관에는 한반도습지에 나타나는 독특한 지형 또한 모형으로 재현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모형 아래 마련된 버튼을 누르면 하식애, 하식동굴, 돌리네(석회암이 물에 용해되어 생기는 움푹 파인 지형) 등 다양한 지형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함철국 해설사는 “이처럼 다양한 지형이 생성된 것은 습지를 이루는 석회암이 물에 잘 녹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오랜 세월 빗물과 하천에 의해 녹고 깎이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고 말한다.

영상체험관에서 360도 VR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영상체험관에서 360도 VR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탐방로를 오르면 습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탐방로를 오르면 습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2층은 영상체험관과 제2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체험관에서는 열기구 모양 기구에 탑승해 전용기기를 착용한 후 360도 VR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영상은 제8경으로 꼽히는 한반도지형을 비롯해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영월 10경’을 담고 있으며, 수달, 삵 등 습지에 사는 동물도 실감 나게 만날 수 있다.

한편, 생태문화관을 나서면 습지탐방로(800m)를 거닐며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습지를 관찰할 수 있다. 이어지는 전망대탐방로를 오르면 한반도습지의 전체 경관이 발아래로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한반도습지 생태문화관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한반도습지 생태문화관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한반도습지 생태문화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강원 영월군 한반도면 안새내길 63-40(신천리)

갈라진 절벽과 하천이 빚은 절묘한 비경
한반도습지 일대를 둘러봤다면 다시 동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생태문화관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에는 또 다른 지질명소가 자리한다. 바로 소나기재 너머 강변에 높이 솟은 절벽, 마치 자연이 부러 갈라놓은 것 마냥 두 쪽으로 나뉜 ‘선돌’이다. 한반도지형에 이어 명승 제76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민경문 영월군 지질해설사는 “과거 유배길에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던 단종이 ‘저곳이 바로 신선이 살던 곳 아니냐’라는 말을 남겨 이름에 신선 선(仙) 자가 붙었다고 전해진다”며 “선돌은 석회암에 발달한 수직 절리의 틈에 물이 스며들면서 확장되고, 용식 작용이 일어나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한다.

데크와 나무 계단을 10분 동안 따라가면 선돌 전망 시설에 닿게 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데크와 나무 계단을 10분 동안 따라가면 선돌 전망 시설에 닿게 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두 갈래 절벽으로 나뉘어 장엄한 풍경을 자랑하는 선돌. 사진 / 조아영 기자
두 갈래 절벽으로 나뉘어 장엄한 풍경을 자랑하는 선돌. 사진 / 조아영 기자

말끔히 정비된 나무 계단을 10분가량 따라가면 선돌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시설이 나타난다. 높이가 70m에 달하는 두 갈래 절벽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장엄한 풍경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선명하게 쪼개진 절벽 사이로 보이는 강과 마을 풍경은 더욱 이채롭게 느껴진다.

선돌과 인접한 곳에는 청령포가 있다. 평창강의 흐름이 만든 퇴적 지형인 청령포는 서쪽의 도산을 제외한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물을 건너야 다다를 수 있는 섬과 같은 곳이다.이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단종은 1457년 여름 홍수로 강이 범람해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겼다고 전해진다. 처연한 어린 임금의 이야기가 무색하게도 유려한 자연 경관만은 시선을 빼앗기 충분하다.

청령포는 물을 건너야만 다다를 수 있는 섬과 같은 곳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청령포는 물을 건너야만 다다를 수 있는 섬과 같은 곳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청령포에서는 복원한 어소와 단묘재본부시유지비를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청령포에서는 복원한 어소와 단묘재본부시유지비를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어린 임금 단종과 신하의 모습이 모형으로 재현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어린 임금 단종과 신하의 모습이 모형으로 재현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유일한 교통수단인 배에 몸을 실으면 채 5분도 되지 않아 육지 속 섬에 닿게 되며, 천연기념물 제349호인 관음송과 임금이 머물렀던 어소 등을 살펴볼 수 있다.

INFO 선돌
주소
강원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 산122

INFO 청령포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주소 강원 영월군 남면 광천리 산67-1

5억 년 전의 흔적이 쌓인 곳, 문곡리
청령포를 벗어나 북면 문곡리로 향하면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 영월탐방객센터를 만나게 된다. 지질에 관해 더욱 깊이 있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영월을 비롯한 각 지역의 특징적인 실물 암석도 볼 수 있어 지질명소 여행을 시작하거나 마무리 지을 때 방문하기 좋다.

센터 인근에는 수억 년의 세월을 품은 명소가 자리한다.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 불리는 이곳은 약 4억9000만 년에서 4억50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표면이 인상적인 화석이다.

영월탐방객센터에서 각 지역의 특징적인 실물 암석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영월탐방객센터에서 각 지역의 특징적인 실물 암석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문곡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사진 / 조아영 기자
문곡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사진 / 조아영 기자

민경문 해설사는 “바닷물 속에 녹아 있던 암석 알갱이가 미생물의 끈끈한 표면에 달라붙으며 얇은 퇴적층을 이루고, 그 위로 다시 암석 알갱이가 달라붙는 식으로 생성된 거대한 화석”이라며 “1년에 1mm도 쌓이지 않을 만큼 아주 느린 속도로 형성되며, 각 층이 쌓인 시기마다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한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해 절벽을 연상케 하는 화석을 감상하며 억겁의 시간을 헤아려본다. 나무에 새겨진 나이테처럼 땅 위로 겹겹이 쌓아올린 역사는 오랜 시간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영월탐방객센터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영월탐방객센터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영월탐방객센터
주소
강원 영월군 북면 밤재로 7

영월 지질명소 주변 여행지

지난해 개관해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복합문화공간 젊은달와이파크. 사진 / 조아영 기자
지난해 개관해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복합문화공간 젊은달와이파크. 사진 / 조아영 기자

젊은달와이파크
현대미술 작품과 술샘박물관, 목공예ㆍ금속공예 공방 등이 모여 있는 복합문화공간.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최옥영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붉은 파빌리온>은 이곳의 랜드마크로 꼽히며, 포토스폿으로 큰 인기를 끈다. 예약을 하면 전문 큐레이터의 전시해설도 들을 수 있다.
주소 강원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 1467-9

사진 / 조아영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천문대인 별마로천문대. 사진 / 조아영 기자

별마로천문대
봉래산 정상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천문대. 지름 80cm의 주망원경과 보조망원경이 여러 대 설치되어 있어 달과 행성, 별을 관측할 수 있으며, 천체투영실과 천문전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천문대 뒤편에는 활공장이 있어 시원하게 펼쳐진 영월읍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 강원 영월군 영월읍 천문대길 397

사진 / 조아영 기자
1960년대 마차 탄광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한 강원도 탄광문화촌. 사진 / 조아영 기자

강원도 탄광문화촌
과거 ‘검은 황금’으로 불리며 호황을 누렸던 석탄 산업과 탄광촌 광부들의 생활상을 담은 박물관. 광업소 사무실로 쓰이던 건물에 광부들의 집을 비롯해 이발관, 상회, 선술집, 복지회관 등 1960년대 마차 탄광촌의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소 강원 영월군 북면 밤재로 351

사진 / 조아영 기자
아프리카 여러 부족의 그림, 장신구 등을 상설 전시하는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사진 / 조아영 기자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주 나이지리아 대사를 역임했던 조명행 관장이 운영하는 박물관. 원시적 생명력을 품은 아프리카 여러 부족의 그림, 생활도구, 장신구 등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중앙 로비에는 카페를 갖추고 있으며, 평소 접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관련 기념품도 판매 중이다.
주소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영월동로 11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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