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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어촌뉴딜사업으로 변신하는 어촌마을, 무안 도리포
어촌뉴딜사업으로 변신하는 어촌마을, 무안 도리포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1.11.11 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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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산바다의 남쪽 끄트머리, 해제반도 끝에 있는 도리포.

[여행스케치=무안] 해수부에서 추진한 어촌뉴딜사업으로 전국 300개 어촌마을이 새로운 옷을 입고 있다. 무안군 해제면 도리포는 그 가운데 하나다. 칠산대교 아래 있는 도리포, 해돋이와 해넘이를 같은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 김과 숭어와 낙지, 황가오리로 유명한 도리포마을에 다녀왔다.

어부 남편과 망부석 부인의 슬픈 전설
전남 무안군에 도리포라는 포구마을이 있다. 도리포는 함평·영광으로 이어지는 칠산바다의 남쪽 끄트머리, 해제반도 끝에 있는 포구이다. 영광군 염광면과 무안군 해제면 도리포를 잇는 칠산대교가 2019 년 12월에 개통되었다. 2km도 안 되는 거리에 다리가 개통되면서 도리포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칠산대교 덕분에 영광이나 광주,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수도권에서 신안군 지도나 임자도 방면으로 갈 사람들은 아주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벤에는 다리 이야기보다 도리포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도리포는 오랜 세월동안 여객선조차 다니지 않고, 몇몇 어민이 칠산 앞바다에서 잡힌 조기를 말려서 파는 아주 조그맣고 한적한 나루터 였다. 그러던 중, 1980년대 초 KBS TV문학관에서 갯마을을 무대로 드라마를 촬영했는데 그 장소가 바로 도리포였고, 그 일을 계기가 전국에 아름다운 포구마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어부와 부인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환선바위 망부석. 사진/ 박상대 기자
칠산대교가 개통되면서 도리포는 반도의 끝이 아니라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되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도리포(道理浦)란 지명과 관련해 주민들은 옛날에는 ‘도로포’였는데 60년대 무렵 행정관청에서 ‘도리포’라 쓰면서 현재의 이름으로 쓴다고 한다. 백창석 전 무안문화원장은 “한자 표기와 달리 도리포는 돌아오는 포구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칠산바다에 나간 어부들이 돌아 오는 포구, 환선바위와 망부석에 얽힌 전설이 그런 뜻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고 설명한다. 실제 도리포에는 몇 가지 슬픈 전설이 수천 년을 전해오고 있다.

옛날 도리포에 금슬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부부는 늘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했고, 집안에서는 웃음소리가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 부부에게는 아기가 없었다. 부인은 아기를 잉태하기 위해 조석으로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했다. 그 때 마을에는 한 가지 전설이 전해 졌는데 천둥번개가 치는 날 영롱한 빛을 따라 바다에 가면 금은보화를 얻고,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남편은 마을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말리는 데도 부인의 소원인 아기를 얻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그런데 남편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부인은 날마다 밤낮으로 바닷가 바위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쓰러졌고, 그 자리에서 돌덩이가 솟아올랐다는 것이다. 훗날 사람들이 이 바위를 환선바위라 부르며, 망부석을 세워 주었다고 한다.

도리포를 지키고 있는 낙지등대. 사진/ 박상대 기자
도리포는 돌아오는 포구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사진/ 박상대 기자

서해에서 마주하는 도리포 해돋이
해제반도와 육지 쪽의 무안, 함평, 영광군이 감싸는 바다를 ‘함해만’ 이라 한다. 이름은 좀 어렵지만 그 바다는 서남해안 물고기들의 최대 산란장이다. 숭어나 도미, 민어, 가오리 등 다양한 어종이 이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킨다. 어린 물고기들은 큰바다로 나갔다가 어미가 되면 알을 부하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다. 도리포는 어부들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도 돌아오는 포구인 것이다.

도리포가 있는 송계마을은 바다나 어촌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꽤유명한 마을이다. 도리포에서 해마다 새해맞이 축제와 숭어축제가 열린다. 이곳에서 해넘이와 해돋이를 볼 수 있다. 무안과 함평 쪽 산을 넘어온 태양이 함해만에 붉은 불빛을 드리우면 인근 바다와 땅이 온통 붉은색으로 변한다.

도리포 앞 바다인 함해만에 떠오르는 해돋이 모습. 사진/ 박상대 기자

한때 이 바다를 매립하는 간척사업이 추진되었다.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정권 때, 이 바다를 매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는데 10.26사태 이후 전면 백지화 되었다. 인근 주민들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었는지 모른다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지금도 함해만 바다에는 김양식장과 굴양식장이 있고, 살이 통통 오르고 부드러운 무안 뻘낙지가 무수히 많이 잡히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도리포 수협위판장에선 주민들이 밤새 잡아온 낙지를 사고파는 경매가 열린다.

도리포는 아주 수려한 포구는 아니다. 그런데도 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어촌 100곳’에 선정되었다. 얼핏 보면 별것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깊은 아름다운 자태를 발견할 수 있다. 김양식장의 대나무발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과, 굴양식장의 부표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 서해로 해가 지는 모습이나 갯골도 볼만하다.

또한 가까운 이웃에 있는 송계마을은 우수어촌체험마을 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여 거금을 상금으로 받아온 바 있다. 이 체험마을에는 대구의 중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다녀갈 정도로 유명한 어촌이다. 청소년들은 갯벌에 들어가 뒹굴고, 조개를 잡고, 갯벌관찰을 하면서 온몸에 갯벌을 묻히고 놀았다.

도리포 동쪽에 있는 수협어판장. 이른 아침에 제철수산물의 경매가 이루어진다. 사진/ 박상대 기자
도리포마을의 거리가 날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칠산대교의 야간 조명쇼도 볼만하다. 사진/ 박상대 기자

도리포에 새옷을 입히는 어촌뉴딜사업
도리포는 칠산대교가 개통하면서 육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워졌다. 육지에서 5분이면 포구에 도착하여 싱싱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고, 저녁에는 칠산대교에서 벌어지는 조명 불빛의 향연을 구경할 수 있다. 달이 없는 밤에는 별들의 쇼도 구경할 수 있다.

주민들은 이집저집에서 민박집을 운영한다. 거리도 깨끗하게 정비하고 있다. 밋밋하던 건물벽에 화려한 광고판이나 그림을 그려넣고 있다. “어촌뉴딜사업 덕분에 마을에 생기가 돌고 있어요. 젊은이들이 돌아 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희망이죠. 20대 청년들도 어촌에서 살기 위해 돌아오고 있어요. 주민들도 겉모습만 변한 포구가 아니라 사람까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냐고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길용 어촌계장 겸 어촌뉴딜 추진위원장. 사진/ 박상대 기자
도리포 횟집에서는 칠산바다에서 잡아온 생선회를 먹을 수 있다. 횟집이 여러 집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이길용 어촌계장은 어촌의 근대화에 기대가 크다고 말한다. 선착장을 연장하고, 물양장도 넓히고, 부잔교를 더 넉넉하게 설치하는 등 어선 접안시설을 보강하고 있다. 어업인회관을 새로 짓고, 야외 쉼터도 정비하고 어부마켓을 설치하는등 포구경관을 더 아름답고, 편리하게 꾸미고 있다. 어민과 여행객, 상인들이 누구나 도리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안특산물판매 장도 열었다.

“마을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판매하던 것을 부녀회 차원에서 판매합니다. 여행객들이 생수를 마시고 싶을 때나 차를 마시고 싶을 때도 이용하고... 싱싱하고 맛좋은 김이나 양파즙, 참기름과 고춧가루, 고구 마나 양파 등 주민들이 먹으려고 생산한 상품들을 판매합니다.” 특산물판매장을 지키고 있는 강연순 도리포마을 부녀회장은 수익금은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질 것이라고 한다. 부녀회에서는 이미 새해맞이축제 때면 떡국을 쑤어서 제공했고, 숭어회를 비롯한 수산물을 여행객들에게 판매하여 수익을 내본 경험이 있다.

도리포 해변에 있는 무안농수특산물 판매장. 사진/ 박상대 기자
강연순 부녀회장. 사진/ 박상대 기자

도리포에는 목포수협 무안 수산물위판장이 있다. 무안·함평·영광 일대에서 잡힌 수산물이 이곳 위판장에서 이른 아침에 거래된다. 경매된 수산물은 중개인을 통해 매입이 가능하다. 여행객이 직접 구매할수 없어서 아쉽지만 도리포에 횟집이 여러 곳 있어서 싱싱하고 맛있는 수산물을 맘껏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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