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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⑤] 제 길로 들어선 이야기,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다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⑤] 제 길로 들어선 이야기,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다
  • 황소영 여행작가
  • 승인 2021.11.23 17: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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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레인저들의 모습 그려져
9화에서 구영과 양선이 산행한 장소는 바래봉
10화에선 경남 산청의 덕산사가 나왔다
바래봉 가는 길에 바라본 무등산.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지리산] 드라마 지리산엔 여러 개의 직간접 광고가 나온다. 아웃도어 용품, 1회용 커피, 생수, 콜라겐, 치킨, 샌드위치 등등. 냉정히 생각해보면 지리산이 가장 중점적으로 광고하는 건 그 어떤 제품도 아닌 국립공원공단이다. 상주하는 직원들의 노고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엔 산꾼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쏙 빠져 있다.

지리산의 전부가 아닌 일부

트위터에서 본 글이다. 원체 오래돼 다시 찾을 순 없었지만 내용은 대략 기억하고 있다. 삶이 힘들어 죽기를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지리산에 오른 사람이 있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이 자포자기 상태로 오른 산이지만 그이는 등산객들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건네는 간식을 먹고 무사히 하산했단다. 그리고 삶의 위로를 얻었다지?

지리산은 많은 이들의 추억 생산소다. 처음 본 이들도 삼삼오오 대피소에 모여 마치 10년은 만난 사이처럼 마음속 깊은 대화를 나눈다. ‘()’이 끼지 않은 ()’일 때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엔 어김없이 불법 산행팀과 무개념 등산객뿐이고, 공단 직원(레인저)은 산을 지키는 진짜 산신으로 묘사된다. 스포츠 만화처럼 서로 믿으면 할 수 있어!”라는 대사는 말할 것도 없다.

처음 만난 이들도 대피소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곤 한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지리산 내 사망 원인 대다수는 심정지지 실족이나 살인은 아니다. 그나마도 1년에 몇 건 되지 않는다. 2020년 기준 사망 1, 부상 7명이니 한 달에 한 번도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119산악구조대의 경우 연간 100건 이상 출동이 많다.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하여 현재 지리산국립공원엔 레인저로 불리는 재난구조팀이 따로 없다. 언론 매체들은 부상에도 빛난 사명감코끝 찡한 감동 열연” “부상도 막지 못한 뜨거운 사명감” “온몸 불사한 고군분투등의 제목을 내세워 공단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대사 속에서도 산을 지킨다, 사람을 살린다, 목숨을 구한다 등등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레인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시청자 대다수는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감동한다. 이는 전폭 지원한 국립공원이 드라마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이득일지도 모르겠다.

우중산행 땐 옷도 배낭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극중에서 감나무집으로 등장하는 남사예담촌마을.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9, 다원의 죽음과 양근탁의 등장

최고 10.7%였던 시청률은 7.8%까지 떨어졌다가 범인의 윤곽이 잡힌 10화에서 다시 8.3%로 반등했다. 이강(전지현 분)의 부탁을 받고 비번에 산을 오른 다원(고민시 분)은 결국 죽은 채로 발견된다. 다원이 마지막으로 만났던 사람은 분소장 조대진(성동일 분), 이강은 대진의 비번마다 사건이 발생한 점, 또 다원이 죽던 날 근무지를 벗어나 다원 앞에 나타난 점을 들어 분소장을 의심한다.

어제 근무일지 보면 대장님은 거점 근무지로 가신다고 했어. 대장님 거점 근무지는 접목골이 아니잖아.” “, 그만해!” 구영(오정세 분)은 이강과 대립한다. 다원의 사체를 수습한 후엔 다원이 산에 보낸 건 너야.” “네가 돌아오고난 다음부터 다 엉망이 됐어.”라며 이강을 원망한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지리산의 현조(주지훈 분)는 자신과 이강만이 아는 나뭇가지 표식을 누군가 바꾸었다는 사실을 알고, 마침 길을 지나던 약초꾼에게 나타난다. “부탁이 있어요. 해동분소 서이강 선배한테 내 말을 전해줘요. 이번에 표식을 남긴 건 내가 아니예요.”라고. 다원의 죽음에 증거가 될 만한 무인카메라와 수첩은 모두 사라진 뒤,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 시간은 2019년 봄으로 거슬러 간다.

이강과 현조는 여전히 조난자 구조에 고군분투하고, 막 사랑을 시작한 구영과 양선(주민경 분)은 데이트를 겸해 산행에 나선다. 옷은 물론 도시락과 생수까지 PPL 상품으로 무장한 이 산행에서 구영은 왼쪽을 가리키며 저녁쯤 올라오면은 저쪽에 해가 걸려 있어요.”라고 말하는데, 구영이 가리킨 천왕봉은 동쪽, 그러니까 저녁엔 그쪽에 해가 걸릴 일이 없다.

구영이 천왕봉 쪽을 가리키며 저녁 때 해가 걸린다고 했지만 천왕봉은 동쪽이다. 사진 출처/ tvN

1화 후반부, 휠체어를 탄 이강의 의견으로 개암폭포에 갔던 구영과 다원이 백골의 양근탁을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2020). 이강이 양근탁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생령 현조의 표식 덕분이었다. 그 양근탁이 이번 화에 등장한다(2019). 양근탁은 지리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위원장이다.

등산객들을 상대로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남녀노소 누구나 10분 만에 지리산 정상에 올라갈 수 있어요. 회유하는 그 앞에 건강원 남자의 사망으로 좌천된 김계희 소장(주진모 분)이 나타난다. “대신 산이 형편없이 망가지겠죠! 지리산 망치려고 작정이라도 한 겁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편의를 내세운 케이블카 설치는 자연 파괴만 가져오는 게 아니었다. 주민들은 각을 세우며 유치 경쟁을 벌인다. 지금도 지리산 지자체엔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설치를 찬성하는 현수막과 반대하는 현수막이 나란히 붙어 있다.

장면은 검은다리골을 찾아 나선 BJ로 넘어간다. 30여 년 전 갑자기 사라진 유령마을을 소개하러 온 BJ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빛에 놀라 달아나며 9화가 끝난다.

하늘 아래 첫동네로 불렸던 지리산 심원마을은 극중 검은다리골마을처럼 현재는 철거되고 사라진 마을이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10, 30년 전 검은다리골에선

1991, 그러니까 30년 전 이야기로 10화가 시작된다. “눈이 안 왔을 때도 험한 곳” “험하기로 소문난 덕서령 깊은 산속” “지도에도 안 나와 있는” “워낙 험한 데다 경치도 뛰어나질 않는” “산이 사람을 홀리는” “직원들도 자주 길을 잃는 곳으로 묘사된 검은다리골마을이 갑자기 케이블카 입지로는 정말 딱!”인 곳으로 왜 설정됐는진 모르겠지만 양근탁은 이주보상금 운운하며 마을 주민이 떠나기를 바라고, 주민들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 돈을 쥐어줘도 고향이자 삶의 터전을 쉽게 버릴 수 없는 게 지역민들이다.

하지만 누군가 우물에 동물 사체를 넣어 오염시키고, 이장 김재경의 아내도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게다가 밤이면 나타나는 도깨비불 등의 이유로 주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을을 떠난다. 국립공원에서도 마을 철거를 최종 결정한다.

2019, 이강과 현조는 BJ를 찾기 위해 검은다리골마을을 헤매지만 GPS와 휴대폰은 무용지물. 둘은 곰의 추격을 피해 도망가다 철문이 있는 동굴 안에 몸을 숨긴다. 동굴 안에는 검은다리골을 오르던 중년의 여인이 쓰러져 있다. 이강과 현조는 여인을 업고 어둠 속을 뛴다. 여전히 길 찾기는 힘들었지만 지원조인 일해(조한철 분)와 구영을 만나고 환상방황을 한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반대로 가.”라는 대진의 무전 지시 하에 하산에 성공한다.

경남 산청의 대원사. 이번 10화엔 산청의 덕산사가 나왔다.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다시 배경은 1991, 백토골에서 요구르트를 마시고 숨진 금례 할머니도 검은다리골 주민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범인은 검은다리골 혹은 케이블카와 관계 있을까. 아내의 죽음과 마을의 와해로 괴로워하던 이장 김재경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어린 사내아이는 고아가 된다. 그 아이의 3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동굴에서 구조된 여인은 왜 매년 절을 찾아 김재경을 추모했을까.

레인저들에게 긴급 문자가 온다. “전묵골 암릉지대에서 대형 낙석사고 발생산신제를 지켜보던 레인저도, 오랜만에 부인을 만난 레인저도, 상견례를 하던 레인저도 문자를 받고 즉각 산으로 뛰어간다. “무슨 일 났어요?”라는 한 남자의 질문에 동굴여인은 답한다. “산을 지키러 가는 거예요. 진짜 산신들이.” 레인저를 지리산 산신으로 치켜세운 작가의 배려는 이해하겠지만 누차 말했듯 지리산은 (암봉과 암릉은 있지만) 어머니에 비유될 만큼 온화한 흙산이다. 암릉이나 추락사 설정은 지리산보단 설악산에 더 어울린다.

비 내리는 지리산 주능선.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10화는 검은다리골 동굴에서 끝난다. “선배는 여기 어쩐 일이세요?” 낮에 다시 동굴을 찾은 현조가 동굴 안에 홀로 앉은 김솔(이가섭 분)에게 묻는다. “여기 내가 어렸을 때 아지트였어요. 여기가 내 고향이에요.” 솔의 말에 따르면 마을이 사라진 건 도깨비불 때문이다.

어두울 때 야생동물의 눈이 빛에 반사되면 그렇게 보인다고 들었어요. 제가 본 건 반달곰의 눈이었어요현조의 말에 솔은 그때 산에는 곰이 살지 않았어요.”라고 답한다. 30년 전에도 살지 않았던 곰이 왜 지금은 70여 마리나 될까. 일전에 이미 설명한 것처럼 타국에서 수입해 방사한 것들이다.

곰의 방사가 지리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진 아직 모른다. 필요에 의해 수입 방사한 베스, 블루길,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등은 모두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개체수가 늘어나 먹이와 활동영역이 부족해지면 그때 지리산의 곰들은 어떻게 될까.

이강은 말한다. “아무리 공격성이 없다 해도 곰은 맹수 중의 맹수야. 키는 2m에 몸무게는 100kg이 넘어” “먼저 네들이 건드린 거 아냐?” 생태복원센터의 윤수진(김국희 분) 연구원은 되묻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지리산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제일 안전해야 할 대피소에 곰이 나타나 등산객들이 혼비백산한 사건이 있었다. 영역 다툼에서 패한 곰들은 지리산을 떠나 남쪽의 백운산과 북쪽의 수도산까지 올라갔다. 등산로는 물론 민가까지 내려와 인근 주민과 등산객들은 긴장 상태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매번 안전하단 보장도 없다.

1화 첫장면에도 나왔던 남원 백두대간생태교육장전시관.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동굴을 벗어난 솔은 예의 검은 장갑을 낀 채 서늘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면 30년 전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가 성장해 솔이 되었을까. 공식 홈페이지 인물 설명에 따르면 모범생 스타일의 외골수. 고지식한 4차원 귀신 마니아. 지리산 인근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이곳에서 자란 토박이로 설명돼 있다.

1화에서 처음 빨치산들이 사용하던 연락수단이라며 나무 표식의 용도를 알려준 것도 솔이었다. 그때 솔은 무언가 허둥대는 모습이었는데, 현조가 자신의 범죄에 걸림돌이 될 것을 미리 알았던 걸까. 굿하던 이들을 몰아내고 다른 직원들이 액땜주를 마시러 갈 때도 솔은 가지 않았다. 구영의 표현대로라면 오히려 붙은 귀신이 떨어질까봐 액땜도 안 하는 괴짜다.

현조는 동굴 속에서 본 군번줄를 찾으러 온 모양인데 뭘 찾는진 모르겠지만 꼭 찾길 바랄게요.”라는 솔의 바람과는 달리 찾을 수 없었다. 유실물을 수거해갈 때 옮겨졌을까. 아니면 홀로 남았던 솔이 갖고 갔을까. 그렇다면 그 목걸이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랜턴으로 자리를 살피던 현조에게 다시 환상이 보인다. 폭포와 장갑과 장승, 환상에서 깨어난 현조가 급히 동굴을 나서며 10화가 끝난다. 드라마는 절반을 넘어서며 스토리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벚꽃엔딩이 한창인 화개십리벚꽃길. 사진/ 황소영 여행작가

TIP. 오늘 나온 장소는 어디?

9화에서 구영과 양선이 산행한 장소는 바래봉(1165m)이다. 다른 화에 이미 소개한 것처럼 5월 철쭉과 겨울 설경으로 유명한 봉우리다. 대진이 전직 소장을 찾아가 대화하는 장면은 남원 백두대간생태교육장전시관에서 촬영했다. 그밖에 기존에 소개된 와운마을(해동마을), 남사예담촌마을(감나무집), 그리고 산청 덕산사 등이 나왔다. 계절이 봄으로 바뀌면서 벚꽃이 나오는데, 지리산에선 화개십리벚꽃길과 구례 섬진강벚꽃길이 유명하다. 그밖에 제주도와 부여군, 대둔산케이블카 등에서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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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희 2021-11-26 00:37:42
참 이상한 시선이네요..2년전 천왕봉에서 늦게 하산하다가 길을 잃고 꼼작 못할 때 와주셔서 날 구해 주신분들이 이야기하신 진솔한 산꾼이었는지..없다고 주장하신 지리산 레인저인지는 모르겠습니다..그분들은 국립공원 직원분들 이셨구요. 너무 고마워 이름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법정산행하다가 과태료 받으셨죠? 그게 아니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글 쓰지 마세요..나머지 밑에 글들은 볼 필요도 없네요..기자시면 더 뭐라고 하고 싶지만 작가시라니까 소설썼다고 생각할께요..고생하시는 분들 제발 이런 식으로 비하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