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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②]  갯벌의 주름진 왕자 꼬막요리
[수산물 따라가는 맛있는 전남여행 ②]  갯벌의 주름진 왕자 꼬막요리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2.09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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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꼬막 요리들.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벌교] 꼬막은 찬바람이 불 때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겨울부터 봄까지 남도를 여행할 때면 한 끼니는 꼭 꼬막정식을 먹는다. 목포에서 해남, 강진, 장흥, 보성, 여수까지 한정식을 먹을 때면 꼬막요리한 접시가 꼭 올라온다.

눈부터 행복한 다양한 꼬막요리

남해안 여러 바다에서 꼬막이 서식하고(혹은 양식하고), 꼬막을 잡아올리지만 ‘꼬막요리’는 벌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다른 지방에서는 좀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벌교역 부근에는 생꼬막을 파는 상인들이 수십 명 앉아 있고, 벌교읍내에는 꼬막정식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20여 개나 있다. 꼬막은 데친 후 다양한 레시피로 식탁에 오른다. 데칠 때부터 향긋한 바다향이 주방을 채운다. 그런데 꼬막은 물로 씻어서 데칠 때부터 기술이 필요하다. 도시 처녀가 남쪽 해안가 남자를 만나 결혼한 뒤, 설에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가 꼬막을 데치라고 시킨다.

꼬막은 찬바람이 불 때 주로 여성들이 잡아온다. 사진/ 박상대 기자
벌교역 인근에서 판매하는 생꼬막. 사진/ 박상대 기자

적당히 물이 끓으면(80℃ 정도) ‘잘저어라’고 하는데 새댁이 이리저리 뒤죽박죽 저으면 시어머니한테 꼬막도 안 데쳐본 아이로 지적을당하고, ‘한쪽으로만(10회 정도) 저으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시집살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꼬막은 이리저리 저으면 입이 벌어지고, 짭조름하고 향긋한 맛있는 꼬막물이 빠져버린다. 꼬막은 삶지 않고 데친다. 삶아버리면 살이 질겨지기 때문에 4~5분 익힌 후 꺼내서 찬물에 헹군다. 그래야 꼬막의 탱탱한 속살과 그 밑에 고여 있는 물을 제대로 먹을 수 있다. 벌교읍내 꼬막 정식집에서 정식을 시키면 식탁 위로 다양한 꼬막요리가 올라온다.

물에 데쳐서 알꼬막 그대로 내놓는 꼬막숙회(은박지에 꼬막을 구워서 내놓기도 한다), 데친 꼬막의 한쪽 껍질을 떼어내고 양념을 살짝 얹은 양념꼬막, 꼬막 살만 까내서 초고추장과 무 등 양념을 넣고 버무린 꼬막무침, 중국 음식인 탕수육 소스를 넣어 만든 꼬막탕수육, 물근 달걀에 적셔 만든 꼬막전, 꼬막과 버섯을 다져서 만든 꼬막떡갈비 등등 여러 가지 메뉴가 시선을 끈다. 야채와 버무린 꼬막무침은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꼬막비빔밥이 된다.

피꼬막(상)과 새꼬막(중)과 참꼬막(하). 사진/ 박상대 기자
꼬막정식. 사진/ 박상대 기자

참꼬막과 새꼬막, 그리고 피꼬막의 차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 ‘피꼬막(피조개)’으로 나뉜다. 참꼬막과 새꼬막의 차이는 종자(종표)가 다르다. 혹자는 새꼬막을 수입산이라고 말하는데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갯벌에서 사는 방식이 좀 다르다. 참고막은 얕은 바다, 하루에 두 번씩 물이 빠지는 갯벌에 서식한다. 이때 하늘도 보고 바람도 쐴 것이다. 그리고 보통 4~5년 쯤 되어서 사람들 손에 잡혀 올라온다.

새꼬막은 24시간 바닷물이 잠겨 있는 좀 깊은 바다 갯벌에서 서식한다. 2~3년 정도 자라면 어부들의 손을 거쳐 식탁에 오른다. 참꼬막은 껍질의 골이 깊고 뚜렷하며 두껍다. 새꼬막은 골이 얕고 껍질이 하얗고 껍질이 얇다. 참꼬막은 껍질을 까면 속살이 검붉은 색이고 피 같은 물이 고여 있다. 새꼬막은 속살 색깔이 누르스름하고 갈색 물이 나온다. 어떤 꼬막이 더 맛있는지는 말할 수 없다. 먹는 사람마다 미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식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참고막이 좀 더 비싸다고 보면 된다. 남도 사람들은 “꼬막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죽은목숨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꼬막 맛을 제대로 알고 죽은 사람에게는 제사상에 꼬막을 올린다고 한다.

꼬막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큰 게 피조개라 불리는 피꼬막이다. 어린이 주먹만한 피꼬막은 참꼬막처럼 껍질의 골이 깊다. 그리고 짧은 털이나 있다. 껍질을 벗기면 탱글탱글한 검붉은 살이 있고, 살을 칼로 자르면 붉은 피가 흐른다. 피꼬막은 주로 날것으로 먹는다. 피꼬막은 헤모글로빈이 많아 철분이 풍부하고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등이 함유돼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다. 숙취 해소에 좋고, 동맥경화와 빈혈 예방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름에는 익혀 먹기를 권하고, 간경화를 비롯한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날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 종표를 뿌린 꼬막들이 계속 어업인들의 손을거쳐 시장과 식탁에 오르고 있다. 꼬막을 먹으면 기분이 좋고, 건강에도 좋지만 어업인들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돌게 한다. 오늘 저녁에 수산시장에 들러 꼬막을 사가야겠다.

매생이국에는 굴을 넣는다. 사진/ 박상대 기자

겨울 끝자락 영양 만점 요리, 매생이국

매생이는 감태보다 더 가늘고 부드러운 녹조류이다. 전남 강진, 완도, 장흥 등지 갯벌에서 자란다. 먼 옛날부터 남도 사람들은 겨울철 별미라며 즐겨 먹었는데 수도권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부임한 후 홍어와 함께 널리 번져나갔다. 매생이가 영양식으로 알려지면서 국이나 죽, 전으로 만들어 먹는다. 매생이는 5대 영양소가 모두 들어있는 식물성 고단백 식품이다. 철분과 칼슘을 함량하고 있어 빈혈과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음식으로 평가 받는다.

엽록소와 식이섬유도 풍부해 포만감을 주면서도 소화 및 흡수가 빠르다. 남도 사람들은 숙취해소에 좋다면서 즐겨 먹고, 육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여성들은 다이어트용으로 먹기도 한다. 국을 끓일 때는 굴이나 떡국을 넣어 끓이고, 참기름을 조금 넣어 먹으면 더 고소한 맛을 느길 수 있다. 남도 여행중에 한정식 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있다.

벌교역 전경. 사진/ 박상대 기자
소설 속 흔적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맛있는 벌교 여행 벌교읍내

벌교는 조정래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의 주요무대다. 지금도 소설속에 등장했던 하천과 다리는 물론 여관과 금융조합 건물이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활용되고 있다. 꼬막요리를 먹고, 곳곳에 크고 작은 주차장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으니 차를 주차해두고 산책하면 좋다. 벌교천을 중심으로 주변에 꼬막거리가 있고, 한쪽에는 소설가 조정래길이 조성되어 있다.

벌교역 주변에는 수산물과 농산물을 판매하는 시장이 있고, 역사 앞쪽에는 근대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골목길과 건물들이 앉아 있다. 거리에는 커피를 파는 카페도 있지만 떡이나 빵, 옛날 과자를 판매하는 가게도 있다. 또한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한 무대나 등장인물들과 관련 있는 장소는 친절하게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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