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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버려진 폐광의 화려한 변신, 광명동굴·도담길
버려진 폐광의 화려한 변신, 광명동굴·도담길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04.13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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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폐광을 재개발해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 광명] 광명동굴은 수도권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동굴 관광지로 아이와 함께 가볍게 방문해 보기 좋은 곳이다. 총 20여 가지의 다양한 테마로 이뤄져 있어 지루할 틈이 없고 곳곳에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해 있어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총 20개의 테마, 지루할 틈이 없다
광명동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종유석이 가득한 ‘석회동굴’이 아닌, 광물 채광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이다. 지난 2011년 동굴과 부지를 광명시에서 매입, 버려진 폐광을 재개발해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테마파크로 탈바꿈시켰다. 현재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명소 ‘21-22 한국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는 등 매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광명동굴의 총 길이는 7.8km, 깊이는 무려 275m에 이르며 깊이에 따라 총 9층의 갱도로 나뉜다. 동굴 안에는 다양한 테마 전시관이 있으며 음악회나 미디어 파사트 쇼 등 갖가지 공연도 열린다. 규모는 작지만 수족관과 식물원도 있다. 광산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과 다양한 국내산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와인 동굴도 마련돼 있다.

광명동물 입구. 사진/ 민다엽 기자
미개발 부분 대부분에는 지하수가 들어차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국내산 와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와인동굴. 사진/ 민다엽 기자

사실 현재까지 공개된 동굴은 전체 동굴의 1/3조차 되지 않는다. 총 7.8km의 길이 중 현재 개방된 부분이 2km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거대한 규모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안전상의 문제로 막혀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향후 미공개 구역 개발을 통해 점차적으로 코스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현재 개방된 지역은 해발 180m에 해당하는 +1 레벨과 0 레벨(해발 102m), 그리고 -1 레벨(해발 75m)의 일부 정도다. 나머지 부분은 대부분 지하수가 들어차 있어 사실상 개발이 쉽지 않고, 가장 깊은 곳은 -7 레벨(해발 -95m)에 있다.

힘겨웠던 광부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광명동굴. 사진/ 민다엽 기자
경사가 심하지 않아 아이들과 탐방하기에도 좋다. 사진/ 민다엽 기자

우리나라 근대 역사의 흔적
광명동굴은 일제 강점기부터 산업화 시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근대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 ‘시흥동굴’이란 이름으로 불렸던 광명동굴은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으로 일제강점기인 1912년부터 약 60년 동안 금·은·동·아연 등을 생산했다. 특히 과거 일제 강점기 수탈과 징용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일제의 수탈과 횡포가 극에 달하면서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 노역을 하던 곳으로 자원수탈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은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또 한국전쟁 기간 중에는 주민들의 피난처로 활용되기도 했다고. 해방 이후에는 경제개발 시대의 어렵고 힘든 환경 속에서 힘겨웠던 광부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다. 전성기 시절(1968년 경)에는 하루에 최대 250톤의 광물을 생산했으며, 500여 명 이상의 노동자가 근무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1955년부터 1972년까지 금이 52kg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니, 가슴이 턱턱 막히는 어둠 속에서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한 그들의 꿈과 희망이 더욱 처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굴 암벽을 수놓는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 쇼. 사진/ 민다엽 기자
다양한 국내산 와인을 시음해보거나 구입할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내부 코스는 대부분 일방통행인 데다 친절한 안내로 둘러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게다가 각 스폿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해 있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총 20여 개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코스마다 테마가 확실하고 볼거리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중 가장 눈여겨 볼만한 장소는 바로 동굴 예술의 전당.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하고, 동굴 암벽을 수놓는 화려한 미디어 파사드 쇼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공연은 일정 시간마다 꾸준히 진행되니 놓치지 말길 권한다. 이밖에도 관람객들의 소망을 담은 황금패를 전시한 소망의 벽과 소망의 초신성, 황금 폭포와 황금의 방 등 황금과 관련된 장소가 많은 편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영화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의 특수효과·소품 전문 회사인 웨타 워크숍이 제작한 작품도 인상적이다.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아이샤 힐링 숲. 사진/ 민다엽 기자
출구에서 아이샤 힐링 숲을 지나, 도담길로 다시 입구로 돌아올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힐링 산책 코스 도담길과 독특한 전시
서쪽 동굴 입구에서 출발해 1시간~2시간 남짓의 동굴 투어를 마치면 반대편 동굴 입구(동문)로 빠져나온다. 다시 오던 길을 가로질러 원래의 입구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산책로를 따라 동굴 외곽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는 광명시민들의 산책 코스라는 성격이 강한 곳이다. 특별히 볼거리는 없지만, 자연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구간이다.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되며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걷기 좋은 길이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난 테크를 따라 아이샤 힐링 숲에서 상쾌한 숲 내음을 느껴보거나, 광명동굴 도담길을 걸으며 크고 작은 꽃과 나무를 감상해 볼 수 있다. 중간중간 소소한 쉼터가 마련돼 있으며 광명동굴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구간도 눈 여겨볼 만하다.

한복과 보자기 등을 활용한 K-에코디자인. 사진/ 민다엽 기자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작품. 사진/ 민다엽 기자

광명동굴 주차장 앞 메인 광장에 있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재활용(Re-Cycle)’에서 한 단계 진화해 버려지는 물건에 예술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작품이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전시장에서는 ‘업사이클’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예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한편에는 업사이클 제품을 판매하는 아트샵과 작가 협업이나 워크숍 등이 이뤄지는 공연장이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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