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통영] 통영과 거제 사이 바다 견내량 해협에선 전통어업 방식으로 바닷속 암반에 서식하는 돌미역을 채취한다. 해양수산부의 국가중요어업유산 제8호로 선정된 트릿대를 이용한 돌미역 채취어업은 바다건너 두 마을의 아름다운 상생어업이기도 하다.

두 마을 어업인들이 함께 지키는 바다자원

한국의 나폴리라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과 한국해양관광을 선도하는 거제도 사이에는 견내량 해협이 있다. 견내량 해협은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을 벌인 무대이면서 한려수도의 주요 포인트이기도 하다. 고려 의종 때(1170년) 정중부의 난으로 왕이 3년간 거제도로 추방되어 유배살이를 하면서 거제도 견내량 마을 일대는 ‘전하도’라 불렸다.

트릿대 채취어업은 ‘트릿대’라는 긴 장대로 물속 바위에 붙어 있는 미역을 감아올리는 어업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돌미역은 썰물 때 바위에 붙어 있는 미역을 손이나 낫으로 채취한다. 거제도 여차마을이나 산달도 주민들도 돌미역을 채취하는데 트릿대를 이용하지 않는다.

“트릿대 방식은 우리 할아버지들이 하던 방식이지요. 우리도 80년 대에 잠시 기계를 이용해서 돌미역을 채취했어요. 그런데 3, 4년 지나니까 미역 어획량이 대폭 감소하더라고, 씨가 말라버린 거지요. 그래서 기계를 사용하지 말자고 주민들이 결의했고, 그 후로는 전통방식을 따른 기라요.”

광리마을 정금돌 어촌계원(77)은 지금도 미역종자의 고갈을 막기 위해 무분별한 미역 채취를 하지 않고, 1년에 2개월(5월초부터 6월말까지) 전통적인 어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트릿대라는 7, 8m짜리 장대 윗부분에 손잡이를 붙이고, 아래쪽 끝에 미역을 감는 나뭇조각 두 개를 엇갈리게 꽂아서 미역을 감아올린다. 이 방법은 물살이 빠르거나 수심이 깊어서 미역 줄기가 보이지 않을 때, 심지어 갯바위가 드러나지 않은 물속 미역을 채취하는 데 적합하다고 한다.

통영과 거제는 신·구 거제대교를 통해 이어져 있지만 사실은 견내량 돌미역을 통해 공동운명체를 이루고 있다. 거제도 광리마을 주민 30여 명, 통영 연기마을 주민 25명 남짓이 트릿대 미역채취를 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간에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다툼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곳 어업인들은 미역채취 시기를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공동작업장을 조성한 것은 물론 공동브랜드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또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어업유산을 계승하려고 함께 노력하고 있다.

 

천연암반에서 자란 산모미역과 임금님 미역

견내량 해협의 길이는 약 3km, 폭은 약 180~400m, 평균수심은 5~6m이다. 주변에 높은 산이나 숲이 없어서 햇볕 투과량이 많고, 물살이 빠르고 수질이 깨끗하다. 파도가 거칠거나 물살이 빠른 곳에 서식하는 해조류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강한 섬유질을 자체 생성한다. 이곳 돌미역은 주변 환경에 맞춰 자생하느라고 미역 줄기가 다소 가늘고 질기다고 한다. 또한 사계절 미역의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견내량 미역은 물속 천연암반수에서 자라고, 거센 물살을 견뎌낸 강한 생명력 때문에 줄기에 힘이 있고, 식감이 단단합니다.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나고 진한 국물이 우러나지요.”

하형춘 광리마을 어촌계장은 견내량 돌미역의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고 자랑한다. 사계절 미역을 판매하는 수협마트도 있지만 전국 최초로 관광객이 미역국 맛을 볼 수 있는 미역국전문음식점이 마을에 있다.

미역은 건강에 좋은 대표적인 해조류이며 전국민이 해마다 미역국을 많이 먹는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자천타천으로 꼭 챙겨야 하는 식재료가 미역국이다. 미역은 기력을 보충해주고 피를 맑게 해주는 아이오딘과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아기를 출산한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천연 영양제인 것이다.

아이오딘은 과거 요오드라고 불리던 물질로 많은 양이 필요한 것은 아니나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성분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출산을 앞둔 여성에게 가장 센스 있는 선물이 미역이었다. 특히 견내량 돌미역은 산모미역이나 임금님 미역이라고 자랑한다.

미역국은 소고기나 새우, 생선, 조개, 꽃게 등 취향에 따라 재료를 더한 뒤 끓이면 된다. 생미역은 데쳐서 밥과 젓갈, 혹은 생선회를 넣어 미역쌈을 싸먹기도 하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미역은 맛도 맛이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나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돌미역의 뿌리 부분에 붙어 있는 둥그스름한 미역귀는 후코이단이라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견내량 해협 주민들의 자긍심 돌미역

견내량 돌미역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몸이 불편한데 음식 만드는 사람이 견내량 돌미역을 가져왔다.”라고 수록되어 있다. 기운이 떨어졌을 때 보신을 위해 먹는 음식이었다는 이야기다. 그 명성은 임금님 수라상에도 진상됐을 정도로 유명한 식재료였다. 통영시 연기마을 주민들은 견내량 돌미역 채취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것을 기리기 위해 기념비를 제막했다. 기념비는 연기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마을을 상징하는 표지석으로 건립했다.

거제도 광리마을 어촌계원들은 시청의 지원과 자부담으로 견내량 돌미역 건조대를 마련했다. 콘크리트바닥이나 울타리 같은 곳에 말리던 것을 더 깨끗하게 말리기 위해 건조대를 마련한 것이다. 우수한 상품을 더 깨끗하게 건조시키고 관리하기 위함이다.

 

<견내량 주변 여행지>

통영과 거제 사이를 가로지르는 견내량 해협. 눈부신 쪽빛 바다가 눈앞에 일렁인다. 견내량 해협 주변에는 남파랑길28, 29코스가 지난다. 통영타워, 카나리아 해양레포츠, 유치환 기념관 등 유명 관광지는 물론이고, 다양한 어촌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도 많다.

1. 통영타워 - 용남면 장평리 신거제대교 위쪽에 있는 통영타워.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고, 견내량 일대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2. 카나리아 해양레포츠 - 광리마을에 있는 해양레포츠 체험장. 요트 낚시와 선셋투어를 체험할 수 있다.

3. 유치환기념관 - <깃발>의 시인 유치환이 태어난 곳은 거제도이고,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곳은 통영이다. 통영시에는 유치환 문학관이 있고, 거제도에는 유치환 생가와 청마기념관이 있다.

4. 가조도와 계도마을 - 성포항에서 가조대교를 건너가면 왼쪽에 수협효시공원이 있다. 우리나라 수협이 이곳에서 시작했음을 여러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왼쪽 해안선을 따라 가면 노을이 아름다운 노을언덕이 있고, 끝지점에 계도어촌체험휴양마을이 있다. 낚시체험을 할 수 있다.

5. 성포항 - 사등면소재지에 있는 포구이다. 여행객들이 거의 모르고 지나치는 숨어 있는 포구인데 가조대교 아래쪽에 있다. 조용한 횟집과 찻집이 있고, 통영 쪽으로 넘어가는 해넘이 풍경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