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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지친 마음이 일렁이는 곳 '물길따라, 영월'
지친 마음이 일렁이는 곳 '물길따라, 영월'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05.1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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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에서 즐기는 땟목 체험. 사진/ 민다엽 기자
한반도 지형에서 즐기는 땟목 체험.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영월] 연둣빛 신록이 곱게 물들어간다. 절벽을 휘감아 도는 푸른 물줄기는 청명했고, 곳곳에 숨어있는 소담스러운 풍경에 지친 마음이 일렁인다. 숲 따라 물길 따라, 자연 속으로 힐링 여행을 나섰다. 빼곡한 솔숲 사이로 빛줄기가 스며들더니, 이내 무거웠던 공기에 생기가 감돈다. 잠시 마스크를 벗고 벤치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솔 내음 가득한 공기와 지저귀는 새소리, 뺨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에 마음이 더없이 평온해진다. 예기치 않은 순간, 일상의 위로를 받았다.

시간이 빚어낸 청정자연

백두대간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마을 곳곳을 굽이쳐 흐르고, 푸른 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영월은 아직까지 때 묻지 않은 자연을 품고 다. 특히 영월은 태기산에서 발원된 주천강과 오대산 남쪽에서 발원된 서강(평창강)과 태백에서 발원한 동강, 3개의 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이다. 오랜 세월 동안 물줄기가 흐르면서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한반도 지형의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탐방로 주변으로 핀 야생화를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선암마을에서는 한반도 지형 땟목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아마도 영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한반도 지형이 아닐까 싶다. 한반도 지형은 서강(평창강)과 주천강의 합류부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석회암 지대로, 그 모습이 마치 한반도의 지도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우연한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우리나라의 지도와 비슷해 놀라울 따름. 자세히 보면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지형적 특성까지 세세하게 닮아있다.

한반도 지형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산책이 필요하다. 탐방로를 따라 전망대까지는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경사가 완만하고 바닥도 잘 깔려있어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산책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조금만 살피면, 야생화가 수줍게 고개를 빼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야생화들과 속삭이며 한적한 숲길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닿는다. 절벽을 따라 굽이쳐 흐르는 유려한 물줄기가 한눈에 담긴다. 한반도 지형은 명승 제75호와 습지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주차비는 2,000, 따로 입장료는 없다.

전망대 아래 선암마을에서는 뗏목을 타고 한반도 지형을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다. 유유자적 물줄기를 따라 절벽 지형을 보다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영월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는 체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것하고는 달리, 가까이에서 본 한반도 지형은 생각보다 영롱한 빛깔을 지녔고, 훨씬 웅장했다.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사진/ 민다엽 기자
자연과 어우러진 청령포. 외부와 단절된 무거운 분위기가 흐른다. 사진/ 민다엽 기자
단종이 유배생활을 하던 거처. 사진/ 민다엽 기자

청령포, 비운의 단종을 마주하다

한반도면에서 하나로 합쳐진 물줄기는 동강을 만나기 전 크게 휘몰아치며 청령포를 만들어냈다. 삼면이 깊은 강물로 둘러싸여 있고 한 쪽은 험준한 절벽으로 막혀있는 이곳은 어린 나이에 세조(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의 유배지다. 나룻배를 타야만 오갈 수 있는 그야말로 육지 속의 외로운 섬이다. 바로 지척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스라이 보이는 청령포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서글프게 느껴진다. 현재까지도 매년 4월이 되면 단종의 묘인 장릉에서는 단종문화제가 열린다.

족히 수백 년을 됐을 법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청령포. 그 중 가장 오래된 소나무는 관음송이다. 무려 높이는 30m, 그 둘레는 5m에 이르고, 수령은 최소 600년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종이 이 나무의 갈라진 밑동에 앉아 유배의 시름을 달랬다고 전해지며 현재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붉은색을 활용한 조형물이 시선을 잡아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이색적인 작품을 감상하며 산책하기에도 좋다. 사진/ 민다엽 기자
야외 전시관에는 사진찍기 좋은 장소가 많다. 사진/ 민다엽 기자

요즘 영월을 느껴보자

젊은달와이파크는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복합예술공간이다. 강릉의 하슬라아트월드를 기획한 최옥영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그의 시그너처인 붉은색을 활용한 조형물이 단 번에 시선을 빼앗는다. 젊은달미술관을 중심으로 야외 조각 공원과 붉은 파빌리온, 마리오네트 전시관, 술 전시관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현대미술관답게 전시 내용도 꽤 흥미롭다. 이색적인 작품을 감상하며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고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지난 10월 오픈한 영월관광센터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영월의 관광 콘텐츠를 비롯해 각종 문화와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청령포 주변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게다가 영월에서 가장 최근에 조성된 시설인 만큼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감각적이다. 센터 내부에는 푸드 코트와 카페, 야외 쉼터, 그리고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영월관광센터의 하이라이트 미디어아트 전시관. 사진/ 민다엽 기자
영월관광센터의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사진/ 민다엽 기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그중 영월관광센터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미디어 체험관이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선의 민화가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밖에도 체험실에서는 꽃차 만들기, 비누 만들기 등 꽃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해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게다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자란 영월의 특산물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해 볼 수 있는 로컬 푸드존도 놓치지 말 것.

 

짜릿한 힐링을 원한다면

별마로 천문대는 국내 시민 천문대로서는 최대 규모의 망원경과 관측실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하루 7100% 예약자에 한해 관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천문대라고 해서 별만 보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오히려 요즘 같은 계절에는 날이 밝을 때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최근 재정비를 통해 밤에도 낮에도 전부 매력적인 여행지가 되었다영월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사진 찍기 좋은 포토 스폿도 많다.

별마로천문대에서 즐기는 짜릿한 패러글라이딩. 영월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사진/ 민다엽 기자
낮에도 방문하기 좋은 별마로 천문대. 사진/ 민다엽 기자
별마로 천문대 전시관은 별도의 예약없이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해발 800m 봉래산 정상에서 짜릿한 패러글라이딩도 즐길 수 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허공을 향해 힘껏 뛰어내리면 비로소 하늘을 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비행은 기본 10~15분 정도 소요되며, 바람이 좋은 날에는 15~30분까지 짜릿한 비행이 이어진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손예진이 북한으로 불시착하게 된 문제의 패러글라이딩 장소가 바로 이곳. 현실은 국대 출신의 전문 조종사가 동행하기 때문에 안전에는 전혀 문제없다. 산 꼭대기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만으로도 힐링된다. 천문대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삼림욕장도 마련돼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들러보도록 하자.

영월에 가면 꼭 맛봐야 할 메밀전병. 사진/ 민다엽 기자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다슬기해장국. 사진/ 민다엽 기자

전통 시장 탐방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영월 시내에 있는 영월 서부시장에 가면 지역 특산물인 메밀전병과 메밀전, 올챙이국수, 다슬기해장국 등 다양한 음식을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특히 메밀전병은 값도 싸고 1인분씩 종류별로 시킬 수 있어서 가볍게 간식으로 먹기에 그만이다.

느끼하지 않고 메밀의 고소함과 알싸하게 매운 속이 어우러져 간식으로 질리지 않고 계속 먹게 된다. 여기에 시원한 올챙이국수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할 만큼 든든하다. 다슬기 해장국은 영월역 앞 다슬기향촌 성호식당이 가장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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