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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국가중요어업유산 따라가는 여행] 부안 곰소 천일염업
[국가중요어업유산 따라가는 여행] 부안 곰소 천일염업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7.12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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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소염전에서 소금을 채염하고 있는 염부 이강연 씨.
곰소염전에서 소금을 채염하고 있는 염부 이강연 씨.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 부안]세계인의 식탁을 가장 오래 이끌고 있는 식품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변신하여 우리의 밥상에 오르고, 건강한 삶을 지탱하게 하는 소금밭을 찾아갔다.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명품 소금 생산 현장. 부안 곰소 천일염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0호이다.

곰소염전의 해질녘 모습. 곰소항은 해넘이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곰소염전의 해질녘 모습. 곰소항은 해넘이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곰소항이 낳은 명품 곰소 소금

부안 변산반도 곰소항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곰 한 쌍이 수영하고 놀았다는 예쁜 연못(沼)에서 따온 이름 곰소항은 해넘이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곰소항 일대 부안 갯벌은 람사르습지 보호지역이고, 갯벌생물과 염생식물들이 서식한다. 주변에 오염원이 없어서 갯벌이 깨끗하고, 바닷물도 맑은 편이다. 그 갯벌 너머에 있는 곰소염전이 해양수산부에서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0호로 선정한 부안 곰소 천일염업의 생산현장이다. 곰소 천일염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는 역사성·전통문화·고품질 성분 등 다양하다. 곰소염전은 <세종실록지리지>와 <택리지>에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역사가 깊다. 일설에는 삼국시대부터 이 지역에서 소금을 생산했다고 하니, 지역 주민들이 소금밭을 일구어온 장구한 세월을 짐작할 수 있겠다. 또 쓴맛을 내는 염화나트륨은 중국산보다 9% 낮고, 몸에 좋은 칼슘은 신안산보다 20%, 중국산보다 거의 2배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곰소염전의 76년 역사와 현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신종만 남선염업(주) 대표이사.
곰소염전의 76년 역사와 현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신종만 남선염업(주) 대표이사. 사진/ 박상대 기자

“조부님이 앞장서고, 부안 주민들이 참여하여 기업형 염전을 개발했지요. 곰소항 바닷물이 무기질이 풍부한 갯벌에 오래 머무르다 염전으로 유입되는 지리적인 이점이 있고, 조상 대대로 생산해온 전통 방식의 소금밭에 전문지식과 현대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해방 직후에 염전을 일굴 때부터, 염전학을 전공한 기술자도 초빙했고, 70년 넘게 소금 생산기술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지요.” 신종만 대표이사는 곰소염전의 모기업인 남선염업을 이야기할 때 눈이 빛난다. 창업자(고 신원섭. 부안여고 설립자)의 손자인 신 대표는 염전을 일군 초창기에 아버지(고 신동근)와 조부님의 손을 잡고 이곳에 구경 다녔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3대째 염전을 일구고, 소금을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해온 그는 이제 아들(신정우 과장)이 뒤를 이어 염업을 꾸려가길 기대하고 있다.

소금은 사람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귀한 식품이다.
소금은 사람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귀한 식품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신 대표는 소금을 생산하는 염업은 가업을 넘어 국가의 소중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1차 산업을 넘어 2차, 3차 산업을 병행하고, 국내 소비뿐만 아니라 수출도 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변산반도 일대가 국립공원이고, 대부분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어요. 봄마다 송홧가루가 날아들었고, 덕분에 소금에 비타민C와 아미노산이 담겨 있대요. 이건 소금성분을 분석한 자료에 나와 있어요. 또 인근 산이나 밭이 황토로 되어 있어요. 황토에 섞여 있는 우수한 미네랄 성분이 바다로 유입되어서 명품 소금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소금을 채염한 후 물을 재사용하지 않고 바다로 내보내고, 새로운 물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도 곰소염전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염전 1칸(55평)에서 1회에 소금 약 400~500kg을 수확한다.
염전 1칸(55평)에서 1회에 소금 약 400~500kg을 수확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사람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소금

소금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태아가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 양수는 바닷물과 거의 같은 염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성경에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소금 이야기가 나온다. 소금은 음식이 썩지 않게 하며,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간을 맞추는 중요한 재료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금 같은 사람이 되라”는 덕담과 충언을 주고받는 것이다. 바닷물이 소금으로 변화는 과정은 염전에서 이루어진다. 얼핏 보면 바닷물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소금이 만들어지는 듯하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손이 많이 간다. 바둑판 모양을 하고 있는 염전 한 칸은 55평. 저수지에서 제1, 제2, 제3증발지로, 다시 결정지로 물을 이동시킨다. 55평 염전에서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마술같은 일은 햇볕과 바람과 시간, 그리고 염부의 노련한 몸짓이 조화를 이룬 결과물이다.

염전에서 낮은 지붕을 하고 있는 것은 맑은 소금물을 보관하는 저수창고인 해주이다.
염전에서 낮은 지붕을 하고 있는 것은 맑은 소금물을 보관하는 저수창고인 해주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바닷물을 저수지로 유입하여 저장하는데 초기 염수농도는 2° 이하이다. 이를 제1증발지로 옮긴 후 태양열을 통해 염수농도가 4~7°에 이르게 한다. 다시 제2증발지와 제3증발지를 거쳐 결정지에 옮겨오면 염수농도는 25°에 이른다. 결정지의 염수는 바닷물보다 10배 더 진한 농도를 기록한다. 그리고 염수농도가 30°에 이를 때 비로소 하얀 소금결정체가 만들어진다. 이 결정체가 생길 때 염부들은 “소금꽃이 피었다.”라고 말한다. 이때 만들어진 소금꽃, 즉 소금 알갱이들을 염부가 채염한다.

결정지에서 소금을 채염하고 있는 모습.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다시 한쪽으로 모은다.
결정지에서 소금을 채염하고 있는 모습.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다시 한쪽으로 모은다. 사진/ 박상대 기자

소금꽃은 염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핀다

바닷물이 염전에 들어와 하얀 소금꽃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20일 정도 걸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바닷물이 3단계 증발지를 거쳐 결정 작용이 일어나는 결정지까지 15일 정도, 그리고 결정지에서 3~5일을 지나면 콩조각만한 소금 결정체가 생긴다. 곡식이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소금도 염부의 손길과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만들어진다. 결정지 바닥이 소금결정체로 하얗게 변하면 염부는 한쪽으로 밀어낸다. 한쪽에 모은 소금을 바깥으로 옮기는데 예전에는 바구니에 담아 나르거나 외바퀴수레에 싣고 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플라스틱 화차에 실어 염전둑에 깔아놓은 레일을 이용해 밖으로 운반한다. 그리고 소금창고에서 탈수를 거친 후 포대에 담아 출고한다. 탈수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이물질이나 소금의 짠맛을 내는 간수가 많이 제거된다. 곰소항에는 젓갈을 파는 매장이 100여 곳 자리하고 있다. 액젓이나 멸치젓, 새우젓, 오징어젓, 명란젓, 갈치젓, 창란젓 등 다양한 젓갈을 판매한다. 곰소항 젓갈 매장에서는 대부분 곰소천일염을 사용한다.

결정지에서 3~5일이 지나면 소금 결정체가 완성된다.
결정지에서 3~5일이 지나면 소금 결정체가 완성된다. 사진/ 박상대 기자

 


직소폭포.
직소폭포. 사진/ 박상대 기자
곰소항 나룻산공원.
곰소항 나룻산공원. 사진/ 박상대 기자

<부안 곰소염전 주변 여행지>

부안은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신선봉을 비롯한 산세가 수려하고, 해변에는 기기묘묘한 절벽과 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변산해변, 격포항과 채석강, 내소사 등을 품고 있으며, 부안마실길 7코스와 코리아둘레길 서해랑길 47코스가 지나간다.

1. 직소폭포 -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는 30m 높이의 폭포. 선인봉 동남쪽 기슭에 있으며 웅장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는 1.5㎢에 이르는 용소가 있다.

2. 격포항 - 부안군에 변산면에 있는 포구이다. 해넘이가 아름답고 해수욕장이 있으며, 수산시장에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주변에 숙박업소가 많이 있는 부안의 대표적인 여행지다.

3. 채석강 - 격포항 가까이에 있는 해안절벽이다. 마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절벽이 1.5㎞에 이른다. 절벽 앞으로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변산팔경 중 하나인 채석범주(彩石帆舟)가 바로 이곳이다.

4. 내소사 - 백제시대 창건한 천년고찰로서 일주문 일대 전나무숲이 유명한 사찰이다. 대웅전은 조선 중기 목조건축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5. 곰소항 - 나룻산공원 곰소항 선착장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식사나 젓갈 쇼핑을 마친 후 곰소항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코스 가운데 하나다. 해넘이 광경이 특히 장엄하다.

 

INFO 남선염업(주)

남선염업은 1946년에 설립하여 한때 30만 평 염전을 운영했다. 하지만 과잉생산에 따른 소금값 폭락을 막아내기 위한 국가정책에 따라 1996년 15만 평으로 축소되었다.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염전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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