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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진도항↔제주항 국내에서 가장 빠른 여객선 시속 80km 산타모니카호
진도항↔제주항 국내에서 가장 빠른 여객선 시속 80km 산타모니카호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8.18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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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도항을 이끌고 있는 쾌속선 산타모니카호.
새로운 진도항을 이끌고 있는 쾌속선 산타모니카호.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진도] 진도항에서 제주항까지 1시간 30분 만에 달리는 쾌속선이 운항을 시작했다. 폭풍우와 안개도 뚫고 간다는 쾌속선. 2박 3일 일정이면 렌터카 비용보다 저렴한 승용차 왕복 승선료라니…. 쾌적한 쾌속선을 타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진도와 제주를 오가는 산타모니카호는 국내 연안여객선 가운데 가장 빨리 달린다.
진도와 제주를 오가는 산타모니카호는 국내 연안여객선 가운데 가장 빨리 달린다. 사진/ 박상대 기자

새로운 진도항을 이끌고 있는 쾌속선 

해남 우수영에서 진도대교를 건너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진도는 그 이름대로 보배섬이다. 고려시대 삼별초 왕국이 있던 섬이자, 수많은 왜구의 침탈에도 꿋꿋이 버텨내고 조선수군을 위해 기꺼이 헌신과 봉사를 해온 사람들의 섬이다. 삼별초의 역사와 유배살이 문화, 노동요와 진도아리랑, 서화(書畫)와 풍류 의 선비문화가 살아 있는 섬 진도를 달린다.

푸르른 들판을 달려 진도항에 다다랐다. 조도와 관매도를 비롯한 이름난 섬들을 오가는 여객선이 출항하는 포구. 서남해안 작은 섬으로 나가는 관문인 포구, 한때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울음에 억눌려 있던 포구가 새롭게 일어서고 있다. 이제 겨우 토목공사가 이루어진 진도항에 3천 톤급 여객선이 서 있다. 한눈에 봐도 덩치는 큰데, 날렵하게 생겼다. 진도항과 제주항을 하루에 2회씩 오가는 쾌속카페리 산타모니카호다. 

차량은 승용차 기준 86대를 승선시킬 수 있는데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차량은 승용차 기준 86대를 승선시킬 수 있는데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최민영 씨월드지점장.
최민영 씨월드지점장. 사진/ 박상대 기자

“산타모니카호는 정부의 연안여객선 현대화 정책에 발맞춰 세계적인 선박회사(호주 INCAT사)에서 건조한 선박입니다. 길이 75m, 너비 20m, 높이 21m, 최대속력 42노트입니다. 국내 연안여객선 가운데 가장 빨리 달리는데 큰 바다에 나가면 시속 78~80km입니다. 하루에 한 번 추자도를 경유해서 가는데, 추자도에서 약 25분 멈췄다 갑니다. 그래도 2시간 이내에 도착하지요. 풍랑주의보 정도는 문제될 게 없고요, 웬만큼 짙은 안개도 극복할 수 있어요.”

최민영 씨월드지점장은 쾌적한 실내환경, 깨끗한 오션뷰도 장점이라고 말한다. 1층에는 차량을 싣고, 2층에 객실이 있다. 화물칸과 애완 동물을 위한 공간도 따로 있다. 여객은 최대 606명, 승용차는 86대를 수송할 수 있다. 승객과 차량은 모두 온라인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함께 차량에 탑승한 채 승선할 수 없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신분증과 소지품 검사도 철저히 한다. 

비즈니스석 및 가족석이 마련되어 있다.
비즈니스석 및 가족석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선실 중앙에 있는 파리바게트 빵집.
선실 중앙에 있는 파리바게트 빵집. 사진/ 박상대 기자

창밖에 펼쳐진 섬과 바다와 갈매기 

오후 2시 30분, 배 안 빵집에서 구입한 시원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배가 서서히 움직인다. 백령도나 흑산도를 오가는 제법 큰 여객선을 탔을 때, 배가 출항할 때 전해지는 둔탁한 느낌이나 소리가 전해지지 않는다. 다른 선박들이 아날로그라면 이 배는 디지털이라고 해야 할까. 창밖으로 보이던 진도항의 풍경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으로 배가 출항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산타모니카호에는 한 층에 객실이 있는데 모든 좌석은 개인의자로 되어 있다. 다만 비즈니스석, 오션뷰석, 패밀리석, 스탠다드석, 이코노미석으로 구분되어 있다. 비즈니스석과 오션뷰석은 각기 다른 칸으로 분리해 놓았다. 패밀리석은 2인용, 4인용, 6인용으로 나뉘어 있다. 중앙 스탠다드석 앞에 파리바게트 매장이 있다. 빵과 샌드위치, 커피와 음료를 판매한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세 군데나 있다. 

여객선에서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여객선에서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배가 진도항을 벗어난다. 조도 옆을 지나고, 독거도를 지나간다. 여객선에서 창밖으로 크고 작은 섬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곧 멀어진다. 그런 섬들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평온해진다. “와, 나비떼 같아요!” 창밖을 바라보던 소녀가 바닷물 위에서 춤추는 오후 햇살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작은 물결에 사뿐히 내려앉은 햇살이 마치 은빛날개를 가진 나비떼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나비떼 위로 갈매기들이 비행하고 있다. 착륙 하는 비행기처럼 물결까지 비행하는 녀석도 있고, 작은 날갯짓도 없이 공중에 떠 있는 녀석도 있고, 천천히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녀석도 있다. 설마 갈매기들도 저 빛나는 물결이 나비인 줄 알고 쫓아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 

저 멀리 화물선이 한 척 움직이고 있다. 작은 어선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수평선을 바라본다. 바다 위에서 수평선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세상은 점과 선과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수평선은 선인가 면인가 자문하다가 피식 웃었다. 선이 곧 면 아닌가. 어느 순간 바닷물의 색깔이 검푸른색으로 변했다. 제주도에 가까이 다다랐다는 설명이다. 

제주항 연안여객선터미널 제2부두에서 출항한다.
제주항 연안여객선터미널 제2부두에서 출항한다. 사진/ 박상대 기자
제주항 근처에 있는 김만덕기념관.
제주항 근처에 있는 김만덕기념관. 사진/ 박상대 기자

제주항 근처 김만덕기념관과 객주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제주는 언제가도 설레는 섬이다. 제주를 여행하기 전이나 제주를 여행한 후, 진도항으로 가는 배를 타기 전에 시간을 2시간 정도 남겼다가 제주항 근처에 있는 여행지를 둘러보면 어떨까? 여행은 호기심에서 발동하는 일이 많다. 제주항 근처, 진도 가는 배를 타는 제2부두에서 약 500미터 거리에 김만덕기념관이 있다.

김만덕은 제주도 출신으로 해산물을 팔아 미곡을 사고, 다시 제주도에 미곡을 파는 상업을 통해 거상이 된 여성이다. 1795년(정조 19), 제주도에 흉년이 들자 전 재산을 들여 육지의 곡식을 구매한 후 백성들에게 나눠 주었다. 이를 안 조정에서 그녀를 불러 금강산을 관람을 시켜주었다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기념관 가까운 곳에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김만덕 객주가 있어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배를 탔다. 제주항을 떠난 배가 추자도항에 들러 승객들을 내려주고, 새로운 승객을 태운 뒤 출발한다. 추자도에 안 가본 여행객은 아침 일찍 가는 배를 탄 후, 추자도를 둘러보고 오후 배를 타고 나와도 될 것이다. 

김만덕 객주는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작은 주막이다.
김만덕 객주는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작은 주막이다. 사진/ 박상대 기자
임회면에 있는 운림산방 전경.
임회면에 있는 운림산방 전경. 사진/ 박상대 기자

진도항 근처 남도석성과 세방낙조 

진도항 부근에도 구경할만한 여행지가 많이 있다. 임회면 남동리에 있는 남도석성은 고려시대 성곽이다. 원종때 배중손이 삼별초를 이끌고 강화도에서 진도로 남하하여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으면서 쌓은 성이라고 전한다. 1964년 사적으로 지정되었는데 둘레 54m, 지정면적 20,169㎡이다. 남도석성의 본래 규모는 둘레 1,233척, 높이 8척이고 샘과 우물이 각각 1개씩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성곽과 성터만 부분적으로 남아 있고, 성곽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민가가 있다. 성곽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직사각형 석재들을 마주하면 옛사람들의 힘과 기술 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지산면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지산면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진도에 가면 세 가지, 글씨와 그림, 노래를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 가운데 글씨와 그림은 운림산방에서 비롯되었다. 운림산방은 의신면 사천리 첨찰산(485m) 아래 자리하고 있다. 운림산방은 그 이름처럼 자연경관이 아름다우며 운무가 숲을 이루는 곳이다. 운림산방은 조선 시대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小痴) 허련(許鍊)이 기거한 곳이다. 생가를 복원해 두었고, 허씨 일가를 위한 기념관이 있다. 진도 사람들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는 세방낙조 전망대가 지산면 가학리에 있다. 세방낙조 전망대 일대 해안도로와 다도해의 경관이 압권이다. 해안도로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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