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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 겨울, 바다의 맛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
이 겨울, 바다의 맛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포항 구룡포 과메기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2.11.14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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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운 과메기 한상. 사진/ 여행스케치

[여행스케치=포항] 다시 겨울이 왔다. 수산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겨울바다의 맛을 즐기기 위해 몸과 마음이 바빠지는 시기다. 최근 들어 겨울 미식의 선두주자가 된 방어를 시작으로, 날씨가 추워야 날 것으로 맛볼 수 있는 삼치회와 생굴도 인기가 높다. 그리고 평소에는 싸구려로 취급받던 꽁치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변신하는 과메기도 빠질 수 없다.

주로 동해 바닷가에서 만들어지는 과메기는 찬바람이 불어야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는 전형적인 겨울 제철음식이다. 꽁치가 바닷바람에 말려지는 동안 맛과 향이 깊이 들고, 담백하고 쫀득한 과메기로 변신한다. 영덕, 울진 등 동해 다른 지역에서도 과메기를 생산하지만, 포항 구룡포 과메기야말로 우리나라 과메기의 대명사로 여겨질 만큼 유명하다.

덕장에서 생산하는 과메기는 세로로 반절한 편과메기가 일반적이다. 사진/ 여행스케치
잘 말려진 과메기는 껍질을 벗겨 먹는다. 사진/ 여행스케치

우리 역사 속 과메기의 탄생

과메기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이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먼저 1918년 발행된 <소천소지(笑天笑地)>라는 이야기책에는 동해안의 한 선비가 한양으로 가던 길에 배가 고파 바닷가 나뭇가지에 눈이 꿰인 채로 말려진 청어를 먹었는데, 그 맛이 아주 좋아서 이후로도 겨울마다 청어를 말려먹은 것이 과메기의 기원이 되었다고 적혀있다.

이보다 앞선 1809년에 만들어진 <규합총서>에도 과메기로 짐작되는 내용이 적혀있는데, ‘비웃(청어)을 들어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하여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려 쓰는데 그 맛이 기이하다.’는 대목이다. 이에 따르면 청어 100마리 중에 1~2마리 정도 섞여있는, 반대편 눈이 비칠 정도로 머리가 투명한 관목이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이 물고기가 과메기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관목을 부엌 천장에 매달아 훈연 한 후 익혀먹는다고 설명한 <규합총서>의 내용이 과메기를 만들던 전통 방식과 흡사해 근거에 힘이 실리고, 일각에서는 관목이 꽁치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처럼 옛 문헌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이용해 만든다. 지금은 주로 꽁치를 이용해 과메기를 만들고 있지만, 이전에는 청어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현지인들에 의하면 1960년대 후반 정도부터 청어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 가까운 연안에서 청어들이 잡히고 있어 사라졌던 청어 과메기도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추세다.

겨울철 구룡포에서는 과메기 말리는 진풍경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기름을 뚝뚝 떨어뜨리며 잘 말라야 맛있는 과메기가 만들어진다. 사진/ 여행스케치

과메기를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 구룡포

나이가 제법 있는 포항 사람들은 과메기를 집집마다 만들어 먹었다고 기억한다. 과메기를 만드는 전통 방식대로 겨울철 싸리나무나 대나무 등을 이용해서 꽁치의 눈을 꿴 후, 재래식 부엌의 봉창(부엌의 위쪽에 틔워둔 작은 구멍) 부근이나 처마에 걸어두어 자연적으로 새어나가는 연기에 그을리며 건조시켰다는 것이다. 밤에는 부엌에서 불을 사용하지 않고 음식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엌문을 열어두기 때문에 꽁치가 얼고, 아침에 밥을 하기 위해 불을 지피면 따뜻해져 꽁치가 저절로 얼고 녹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 며칠 동안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시켜 과메기를 만든 것이다.

과메기가 유명해진 지금은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덕장들을 통해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덕장에서는 꽁치를 깨끗이 씻은 다음, 10마리씩 묶어서 나무기둥에 매달아 건조시킨다. 이 덕분에 과메기 철에 구룡포를 가보면 어디에서든 꽁치가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구룡포항 인근에서 과메기 식당을 쉽게 찾을 수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구룡포 과메기는 특산품으로 상품화되어 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그렇다면 왜 포항 구룡포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과메기 생산지가되었을까? 당연하게도 과메기를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겨울에 부는 북서계절풍과 호미곶으로 불어오는 맞바람이 와류현상을 일으키고, 호미곶 일대의 나무들이 건조된 바람을 만들어 과메기를 더 잘 만들어지게 한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포항 사람들만 주로 먹던 과메기였지만, 구룡포 특산품으로 상품화가 되면서 변한 점도 있다. 보통 과메기라고 하면 꽁치를 세로로 반절해 말린 편과메기를 떠올리지만, 예전에는 한 마리를 통째로 말린 통과메기가 일반적이었던 것이다. 통과메기는 배도 따지 않고 물고기의 배가 위를 향하게 거꾸로 매달아 만드는데, 말리는 동안 내장의 기름이 살 속으로 퍼져 더욱 풍부한 맛이 난다고 한다.

통과메기를 만드는 모습. 사진/ 여행스케치
구룡포시장에서 과메기를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입 안 가득 바다향을 뿜어주는 과메기의 맛

과메기는 포항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지만, 과메기의 맛은 포항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진한 생선 비린내를 못 견디는 사람도 있고, 딱딱한 과메기를 씹는 어려움에 고개를 내젓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과메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기름기의 중독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과메기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곁들임 세트가 필요하다. 가장 주역이 되는 곁들임은 생미역과 김이다. 과메기와 마찬가지로 겨울이 제철인 생미역과 김이 과메기의 강렬한 향을 완화시켜주고, 입안에는 더욱 바다향이 감돌아 과메기의 맛을 좋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쌈으로 먹는 방법도 좋다. 생파, 생마늘, 청양고추 등을 곁들여 배추, 상추, 깻잎 등 쌈채소에 싸먹으면 기름기의 느끼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여러 가지가 섞여 건강식을 먹는 기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 과메기는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과메기를 많이 먹어 탈이 나는 경우를 포항 사람들은 아다리 걸린다고 표현하는데, 다음날에 화장실을 들락날락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배앓이를 뜻한다. 이를 피하는 방법은 포항 사람들의 생활 속 지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소주)과 함께 먹거나 생고구마를 같이 먹으면 탈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과메기는 쌈으로 먹어도 좋다. 사진/ 여행스케치
택배로 주문하면 받을 수 있는 과메기 한 상 세트. 사진/ 여행스케치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과메기는 택배를 이용해 집에서 편하게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다. 생미역과 김, 그리고 쌈에 필요한 각종 채소들을 함께 포장해 보내주기에 전화 한 통이면 잘 말려진 구룡포 과메기를 편하게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겨울에는 포항 구룡포를 들러 제철 과메기의 풍부한 맛에 빠져보자. 코끝을 시리게 만드는 바닷바람을 맞은 후, 따스한 공기가 감도는 실내에 들어가 과메기 세트를 한 상 받으면 비주얼만으로도 군침이 절로 돌 터이다. 제철음식이란 현장의 공기와 분위기가 함께 해야 더욱 맛이 좋은 법이니 말이다.

 

구룡포항을 천천히 여행하는 것도 추천한다. 사진/ 여행스케치

INFO. 구룡포항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호미로 222-1

INFO. 구룡포과메기문화관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길 117번길 28-8

문의 054-270-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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