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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농촌의 매력과 즐거움이 가득한 예산 고덕
[마을따라 마음따라] 농촌의 매력과 즐거움이 가득한 예산 고덕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2.11.14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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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구릉지 야산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고덕의 자랑거리라 할 만하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예산] 콘크리트에 갇혀 사는 도시인들에게 농촌은 연둣빛 로망이다. 푸릇푸릇한 농장에서 느릿느릿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그러다가 잘 익은 과일을 골라 따먹는다거나 동물들과 교감의 시간을 갖기라도 한다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고 싶진 않을 것이다. 고덕에서 만나는 예산사과와인의 와이너리 체험이나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의 낙농체험은 도시인들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준다.

충남 예산군의 고덕면은 ‘여행 좀 다닌다’하는 여행자들에게도 낯선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예산에서도 변방인데다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가볼 만한 관광지가 없다. 그렇지만 비옥한 평야에서 만들어지는 쌀과 낮은 구릉지 야산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고덕의 자랑거리라 할 만하다.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곳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농촌다움이 고덕을 기존 관광지와는 다른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과농장을 한 바퀴 도는 예산사과와인 사과기차.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과체험을 즐기는 외국인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과파이 만드는 체험 중인 외국인 가족.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사과파이 체험과 와인 이야기가 있는 송년회라면?
커다랗게 자란 사과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사과 그리고 그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은 가을을 더욱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든다. 이 풍경 안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 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평일인데도 예산사과와인의 사과밭에는 삼삼오오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과 노란 버스를 타고 온 어린이 단체손님 사이로 금발머리의 서양인들 모습도 많다.

방문객들은 바구니를 들고 사과밭을 누비며 튼실한 사과를 골라 딴다. 사과나무 사이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사과를 직접 따서 바구니에 담기까지 하니 체험객들은 붕붕 떠다닐 태세다. 사과농장을 한 바퀴 도는 ‘사과기차’라도 타게 되면 들뜬 기분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실내에서는 사과파이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과를 듬뿍 넣어 파이를 만들어 놓으면 오븐기에 구워서 직접 맛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파이는 바로 내손으로 만든 사과파이다.

예산사과와인 양조장 해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예산사과와인 정제민 대표.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어른들은 와인 생산현장에 더 관심이 많다. 와인이 생산되는 과정과 오크통으로 가득한 숙성실 등을 둘러보면서 간단하게 시음도 하니 외국여행에서나 만날 수 있는 와이너리투어의 감동 그대로이다. “오크통에 있는 와인은 가만히 놓아두어도 조금씩 없어집니다. 이렇게 없어지는 와인을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하죠. 그래서 눈에는 안 보이지만 이곳에는 술 취한 천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달콤한 와인처럼 맛깔나게 와인 양조장을 안내하는 이는 오늘날의 예산사과와인을 일군 주인공 정제민 대표다. 그는 원래 인터넷 와인동호회를 운영하던 와인 마니아였다. 회원들과 사과와인을 만들기 위해 장인이 운영하던 예산의 사과농장을 곧잘방문하곤 했는데 2017년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으로 장인을 도와주기 위해서 귀농까지 하게 되었다. 사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고민하고 좋은 술을 연구하다 보니 지금처럼 와인에 푸욱 빠지게 되었단다.

유명인의 사인이 남아있는 오크통.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예산사과와인에서 생산하는 와인과 증류주. Ⓒ예산사과와인

“좋은 술을 만들어서 소주 중심의 술판을 변화시켜 보고 싶었습니다. 와인시장은 최근 2배 이상 성장하여 2조 원대에 달하고 있는데 한국 와인은 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됩니다. 한국 와인을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싶다는 각오로 달려왔죠.”

그가 사과로 만든 와인과 증류주는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이 있다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2회나 수상하였고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도 대상 중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Best of Best’에 2회나 선정되는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과농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은데 특히 외국인들의 참여 비중이 높다.

매년 11월에는 농장 안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사과와인페스티벌’을 소규모로 진행한다. 작년에는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1,200명 가량 몰려들었는데 그중 외국인이 1,000명이나 될 정도로 인기였다. 9월부터 시작된 사과 따기 체험은 11월 중순에 종료되지만 사과파이 만들기와 맛깔난 와이너리 양조장 안내는 연중 계속되고 있어 연말의 특별한 팜파티나 송년모임 장소로도 제격일 듯하다.

아그로랜드 캠핑장.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아그로랜드 트랙터.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목장에서 낙농체험 명소로 변신한 곳도 
예산군 고덕면과 당진시 면천면의 경계에는 또 다른 체험 명소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이 있다. 30만 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가 예산군은 물론 당진시 쪽에도 걸쳐있어 목장 주소도 두 곳을 가지고 있다. 20여 년 전, 국내 낙농시장 여건이 어려워지자 소를 키우고 우유 짜던 곳을 일찌감치 낙농체험장으로 돌렸다. 드넓은 초지에 아름다운 꽃을 심고 다양한 포토존을 만드니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던 모습은 사라지고 관광객들이 그 빈 자리를 메우게 되었다.

입장료 수입과 체험 프로그램 운영이 주 사업이다 보니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젖소 먹이 주기와 우유 짜기 체험과 같은 목장체험은 기본이고 트랙터 열차 타고 목장 한 바퀴 돌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승마체험 등도 즐길 수 있다. 목장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을 원하는 이들은 목장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

늦가을까지 피어있는 아그로랜드 코스모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아그로랜드 트로이목마.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또한 낙농체험 외에도 대규모 꽃밭을 조성해 발 빠르게 요즘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봄에는 수레국화가 초지를 덮고 수레국화가 진 자리는 코스모스가 대신 올라와 늦가을까지 장관을 이룬다. 고덕면 소재지에는 ‘김셰프사과발효빵’이라는 맛있어 보이는 간판이 있어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곳은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판매장은 인근 덕산면 충의사 옆에 있다. ‘고덕’이라는 인연의 실을 붙잡고 덕산까지 따라가 기어이 맛을 보고야 말았다.

달고 맛난 예산사과의 발효액을 활용해서 만든 빵이었다. ‘김셰프’로 통하는 김종진 대표는 30여 년 요리사 경험에서 나오는 발효의 미학을 빵에 접목하였다. 심지어는 커피까지 사과발효액을 활용하였으니 진정한 벤처 사업가라 할만하다. 판매장에서는 생두를 사과발효액으로 싹 틔워 발효시킨 후 로스팅한 희한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INFO. 여행쪽지

예산사과와인축제 모습 . /사진 제공 예산사과와인

예산사과와인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체험 프로그램 외에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이나 증류주, 사과빵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올해로 19년째인 예산사과와인페스티벌은 매년 첫 주 토요일에 열리는데 올해는 11월 5일에 열렸다.
문의 041-337-9584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조형물이 많은 아그로랜드.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아그로랜드 태신목장
11,000원 (주중) ~12,000원 (주말)의 입장료가 있으며 트랙터 열차 타기는 무료, 그 외 세부 체험 프로그램은 추가 비용이 있다.
문의 041-356-3154

사과발효 단팥빵.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김셰프 사과발효빵
덕산면 충의사 옆에 매장이 있으며 대표 시그니처 빵은 사과발효 단팥빵이다. 팥이 순하고 부드러우며 많이 달지않아 뒷맛이 개운하고 속도 편하다.
문의 041-338-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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