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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자연의 빛깔을 담은 호숫가 여행, 대청호를 거닐다
자연의 빛깔을 담은 호숫가 여행, 대청호를 거닐다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11.14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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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호숫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청남대.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청주] 충북 청주시에 있는 대청호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호수로 ‘내륙의 바다’로 불릴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호수를 끼고 야트막한 산과 수목들이 둘러싸고 있어 주변 경관이 무척이나 수려하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 대청호를 따라 자연의 빛깔을 한껏 머금은 풍경 속을 거닐었다.

충북에는 대청호와 청풍호·단양호, 괴산호 등 757개의 크고 작은 다양한 호수와 저수지가 있다. 그중 청주시와 옥천군, 보은군, 대전시에 걸쳐있는 대청호는 ‘대통령 별장’으로 유명한 청남대를 비롯해, 호수를 따라 아름다운 산책길과 드라이브 코스가 조성돼 있어 계절마다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한편으론, 대청댐 건설로 인해 약 4,075세대, 2만 6,000여 명의 원주민들 의 삶의 터전이 수몰된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봉황의 숲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청남대의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대통령이 휴가를 보냈던 호숫가 별장, 청남대
대청호의 중심에는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사용되던 청남대가 자리 잡고 있다. 수려한 경치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란 뜻을 가진 청남대는 20여 년간 역대 다섯 명의 대통령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1983년 완공된 이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까지 다섯 명의 대통령들이 매년 4~5회, 많게는 7~8회씩 이곳에서 여름휴가나 명절을 보냈다고 한다. 현재는 충청북도로 소유권이 이관되어 ‘대통령 테마파크’로 활용되고 있으며, 매년 수많은 여행자가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청남대는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개방되기 전까지만 해도 베일에 싸여 있던 미지의 공간이었다. 대통령 가족을 포함해, 국무총리나 부처 장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빈이나 사절단 정도만 출입할 수 있었으며, 그 외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이처럼 국가 1급 경호시설로 다중의 경계 철책과 대통령경비대가 사시사철 경비를 수행했기에 그 모습이 처음 사진으로 공개된 것도 1999년에 이르러서다.

청남대 입구.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자들이 사진 촬영에 한창이다. 사진/ 민다엽 기자

사실 대청호 주변에서 유일하게 청남대를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반대편 산기슭에 자리 잡은 현암사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세워진 이 사찰에서는 청남대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이러한 탁 트인 전망 덕분에 현암사는 오랫동안 청남대 경비에 요주의 대상이었다. 만약 대통령이라도 찾는 날이면, 불공을 드리러 왔다가 검사를 받는 시간이 더 길었고, 불자보다 경호실 직원이나 군인, 경찰이 더 북적거리는 날도 많았다고 한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한 폭의 수채화
눈길이 닿는 곳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청남대는 오랫동안 국가중요시설이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철저히 보호되었던 탓에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청남대 주변으로 반송과 금송, 메타쉐쿼이어 등 총 124종 11만 6,000본의 조경수목과 143종의 야생화가 피어있고, 먹이도 풍부해 천연기념물인 수달이나 날다람쥐, 멧돼지, 너구리, 수달, 꿩, 두루미 등 수십여 종의 야생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겨울이면 각종 철새가 날아드는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대청호는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인공 호수다. 사진/ 민다엽 기자
5명의 역대 대통령이 실제로 사용했던 본관. 사진/ 민다엽 기자

사방이 산과 대청호로 둘러싸인 청남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호수를 끼고 구불구불 이어진 좁은 도로가 유일한 진입로다. 주말에는 사전에 예약한 일부 차량에 한해서만 자가용을 타고 입구까지 들어갈 수 있으며, 그 외에는 외곽에 있는 문의매표소 인근에 주차한 뒤 셔틀버스를 통해서만 청남대로 들어갈 수 있다.

입구에 닿는 길조차 황홀하다. 햇살에 반짝이는 대청호를 감상하며 도로를 따라 수 km에 이르는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이어진다. 봄이면 꽃잎이 흩날리고 가을이면 고운 단풍, 겨울이면 새하얀 눈꽃이 피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만 즐겨도 좋은 코스. 실제로 건설교통부가 꼽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된 바 있다.

청와대를 60% 크기로 축소해 본뜬 청남대의 대통령기념관. 사진/ 민다엽 기자
대한민국 제10대 대통령 최규하 동상. 사진/ 민다엽 기자

역대 대통령들의 자취를 따라
청남대의 규모는 무려 3만 3,000평에 이른다.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본관과 오각정, 헬기장, 골프장,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대통령길과 하늘정원, 전망대 등 볼거리가 워낙 방대해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 보통 하루에 둘러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람 코스로는 ‘대통령기념관-양어장-메타세쿼이아 숲-오각정길-봉황의숲 전망대-본관’ 정도가 적당하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다면 북쪽으로 김대중대통령 동상이 있는 민주화의 길을 따라 출렁다리, 1전망대까지 이어진 등산로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중 역대 대통령들이 실제로 생활했던 주거 공간인 본관은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내부에서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지만, 침실과 거실, 서재, 주방, 응접실 등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예상외로 소탈한 내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청남대 구석구석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민다엽 기자
청남대의 포토존 중 한 곳인 메타세쿼이아 숲. 사진/ 민다엽 기자

2015년 개관한 대통령기념관에도 볼거리가 많다. 광화문에 있는 청와대 본관을 60% 크기로 축소해 본 떠 만든 건축물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다양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주변에 메타세쿼이아 숲과 호수가 있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산책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봉황의 숲 중앙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청남대와 대청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사방에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풍광이 압권이다.

INFO. 청남대
입장시간 09:00 ~16:30, 월요일 휴무
관람시간 09:00 ~18:00, 월요일 휴무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
문의 043-257-5080

대청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문의문화재단지의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성곽 모양의 문의문화재 단지 입구. 사진/ 민다엽 기자

 

사라진 것들, 문의문화재단지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호가 생기기 이전의 옛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민속촌’ 개념의 향토 문화재 단지다. 봄·가을이면 꽃과 단풍으로 물든 눈부신 풍광이 펼쳐니지 나들이 장소로도 좋겠다. 문의문화재단지는 1980년 대청댐 건설로 인해 이주하게 된 수몰민들의 흔적과 자칫 사라질 뻔한 청주의 전통문화, 그리고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재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관아부터 양반 기와집과 초가집, 토담집, 주막에 이르기까지, 대청호 주변의 옛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이들중 대부분은 실제 가옥을 옮겨와 복원한 것들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마을에서 발견된 고인돌과 조선시대 관아 건물인 문산관(충북유형문화재), 문의 IC의 건설로 베어질 위기에 처했던 마을의 수호목도 이곳으로 옮겨 왔다.

대청댐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재를 옮겨오거나 재현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문의문화재단지 입구에는 수몰민들의 애환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마을 저잣거리를 걷다, 원주민으로 보이는 한 어르신이 마당에서 볏짚으로 새끼를 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가까이 다가가니 한 바탕 푸념 섞인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는다. 이야기를 듣고나니 마냥 관광지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을 전체가 수몰 지역으로 지정되어,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동안 사라져가는 것,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해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닐까. 마을 너머 펼쳐진 호수의 눈부신 풍경이 갑자기 짠하게 느껴진다.

INFO. 문의문화재단지
운영시간 09:00~18:00(동절기), 월요일 휴무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721
문의 043-20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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