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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다산의 숨결이 깃든 산하, 강물 따라 남양주 근교 여행
다산의 숨결이 깃든 산하, 강물 따라 남양주 근교 여행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2.11.1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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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팔당호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팔당호 전경. 사진/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남양주시]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운길산은 높이가 그리 높진 않아도 산수가 수려하고 대중교통이 편리해, 반나절 코스로 가볍게 다녀오기 좋다. 특히 운길산 8부 능선쯤에 있는 수종사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팔당호의 시원한 경치만으로도 수종사에 오를 이유는 충분하다.

구름도 강도 쉬어간다는 운길산

한강을 거슬러 팔당댐과 남양주시 조안면을 지나 중앙선 운길산역에 다다르면 수종사로 향하는 산길이 나타난다. 수종사로 가는 길은 꽤나 좁고 가파르다. 구불구불 이어진 2km 남짓의 좁은 산길을 따라 운길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야 한다. 하지만 8부 능선쯤에 있는 수종사 입구까지 차량으로도 이동할 수 있으므로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 주말에는 오가는 차량이 많을뿐더러, 워낙에 경사가 가파르고 좁은 탓에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권한다.

운길산 정상의 탁 트인 전망. 사진/ 민다엽 기자

수종사 주차장에 도착하면, 운길산 정상(해발 610m)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수종사로 빠지는 길로 나뉜다. 수종사의 해발 고도가 400m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약 200m만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으니 가벼운 등산코스로 이만한 데가 또 없다. 느긋하게 올라도 30~40분 정도면 충분. 다만 경사가 제법 가파르고 쌓인 낙엽 때문에 바닥도 상당히 미끄러운 편이라 등산화는 필수다.

구름도 쉬었다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운길산에서는 비교적 쉽게 산 아래로 깔리는 환상적인 운무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나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날씨에는 더욱 그렇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점인데다, 의외로 주변에 크고 작은 산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 높은 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주 운무가 낀다고 한다.

게다가 서울에서 거리도 가까워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기에도 좋다. 사실, 정상부의 전망은 탁 트인 편이나, 아래쪽 수종사에서 보는 경치가 더욱 아름다우니 참고할 것. 정상에서는 능선을 따라 예빈산(해발590m)-예봉산(해발 683.2m)까지 산행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산 중턱에서 수종사와 운길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갈린다. 정상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사진/ 민다엽 기자
산 중턱에서 수종사와 운길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갈린다. 정상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사진/ 민다엽 기자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운길산. 사진/ 민다엽 기자

 

다산 정약용, 그리고 수종사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이 쓴 <유수종사기(游水鐘寺記)>에 따르면 수종사는 신라 때 지어진 오래된 사찰이라고 전해지지만, 근거 자료가 없어 정확한 창건 시기는 불분명하다. 설화에 따르면, 고려 태조 왕건이 산 위에서 이상한 구름 기운을 보고 가보았더니 우물 속에 동종(사원에서 사용하는 동으로 만든 범종)이 있어 이곳에 절을 세우고 수종사라고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19세기에 중건한 기록이 있으며, 한국 전쟁 때 피해를 입어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현대에 다시 지은 것들이다. 대웅전 옆에는 태종의 다섯 번째 딸 정혜옹주(~1424)의 사리를 안치한 수종사부도와 보물 제1808호 수종사팔각오층석탑이 있다. 또 세조가 하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은행나무 보호수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요한 산속에 목탁 소리가 널리 울려 퍼진다. 사진/ 민다엽 기자

수종사는 아담한 사찰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사찰에서 내려다보이는 황홀한 풍경이고, 또 하나는 다산 정약용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그간 한음 이덕형, 겸재 정선, 서거정 등 다양한 문객들이 수종사의 모습에 매료되어 글과 그림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노래했지만, 수종사와 가장 인연이 깊은 인물은 바로 근처에 살던 다산 정약용이었다. 수종사에서 멀지 않은 옛 마재마을에서는 그가 나고 자란 생가와 마을 터, 묘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수종사는 정약용이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던 장소다. 평소에는 물론, 과거에 합격한 후에도, 관직에 오른 후에도 늘 수종사에 오르곤 했다고 전해진다.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다녀온 뒤에도 가장 먼저 이 곳에 와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고 한다. 

수종사 범종과 세조가 하사했다는 500년 된 은행나무. 사진/ 민다엽 기자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수종사. 사진/ 민다엽 기자

어린 시절에서 노경에 이르기까지 틈만 나면 찾아가서 즐겼던 곳이 수종사여서, 다산의 시에는 수종사가 자주 등장하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이 거론됩니다. ‘수종산은 옛날에 나의 정원으로 여겼기에, 생각만 나면 훌쩍 가서 절 문에 당도했네(水鍾山昔作吾園 意到翩然卽寺門)’라는 시구에서 알 수 있듯, 다산이 자기 집안의 정원으로 여길 만큼 가깝게 여기던 곳이 바로 수종사였습니다.”_<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연구소의 박석무 씨는 정약용과 수종사의 인연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정약용이 쓴 다양한 글에서도 수종사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이 자주 드러난다. <유수종사기(游水鐘寺記)>에서는 어렸을 때 뛰놀던 곳에 어른이 되어 오는 것이 한 가지 즐거움이고 / 가난하고 궁색할 때 지나던 곳을 출세해 오는 것이 한 가지 즐거움이고 / 나 혼자 외롭게 찾았던 곳을 마음이 맞는 좋은 벗들과 어울려 오는 것이 한 가지 즐거움이다라며 수종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말년이 되어서는 임금의 사위께서 수종사로 놀러가자 했으나 내가 늙어서 따라가지 못함(都尉將游水鍾寺 余老不能從)’이라며, 나이가 많아 산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그 서글픈 심정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INFO. 수종사 주차장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433번길 4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는 정약용 유적지. 사진/ 민다엽 기자

 

옛 ‘마재마을’이 있던 경기도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는 다산 정약용의 고향이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긴 유배 생활에서 돌아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현재는 그의 묘와 생가터, 다산문학관, 실학박물관 등 ‘정약용 유적지’가 조성되어 있다. 팔당호의 수려한 풍광을 만끽하며 다산의 숨결을 느껴보자.

정약용은 생애 <경세유표>, <목민심서>, <여유당전서> 등 총 500여 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정약용 유적지 가장 높은 곳에는 그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정약용 유적지 가장 높은 곳에는 그의 묘가 자리 잡고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보석 같은 휴식처, 다산생태공원

정약용은 운길산 아래,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있던 마재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실학을 통해 조선의 개혁을 시도하였으나, 결국은 오랜 유배 생활 끝에 고향인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현재 마재 마을이 있던 능내리 일대는 정약용 유적지로 조성돼 그의 생애와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정약용 유적지 중심에는 그의 생가인 여유당(與猶堂)과 선생의 묘가 있으며, 바로 옆 실학박물관에서는 그가 평생을 집대성한 실학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다산생태공원은 비교적 사람이 많지 않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사진/ 민다엽 기자
북한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사진/ 민다엽 기자
자연을 가까이에서 만끽할 수 있는 다산생태공원. 사진/ 민다엽 기자

정약용유적지에서 조금만 걸으면 팔당호를 끼고 다산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수생식물원과 생태습지, 생태연못, 연꽃단지 등으로 이뤄진 다산생태공원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친환경 공원이다. 나무를 지붕 삼아 느긋하게 팔당호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고, 생태공원에 걸맞게 계절마다 갖가지 꽃과 나무가 자라는걸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게다가 주차장도 넓고 주변에 분위기 좋은 음식점과 카페, 전통찻집도 많아 편리하다.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양수리 일대보다, 한결 느긋하게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INFO. 다산생태공원

주소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56-15

문의 031-590-8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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