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임실] ‘임실군’이라 하면 누구나 바로 치즈를 떠올리게 될 만큼 임실은 우리나라 치즈 산업의 메카다. 그림 같은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나만의 치즈를 만들고 다양한 치즈를 맛보는 등 치즈를 테마로 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치즈 동산에서 신나는 주말을 보내고 왔다.

전북에 있는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에게 완벽한 주말 여행지다. 다양한 연령대가 두루 즐길 수 있는 풍성한 볼거리와 즐거운 치즈 만들기 체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공원이 어우러진 곳으로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떠나기에 안성 맞춤이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누구에게나 신나는 일로 가득한 치즈 동산의 풍경들을 담았다.

주말 가족 나들이 여행지로 제격
치즈테마파크에서는 치즈를 테마로 한 교육 프로그램에서부터 치즈 만들기 체험, 인터랙티브 전시회에 이르기까지, 꼭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방문객들이 즐거울 만 한 요소로 가득한 가족 친화적인 목적지다.

방문객들은 테마파크 내 다양한 장소를 오가며 치즈 제조의 역사와 과학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며 유럽의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본떠 만든 마을 곳곳을 한가롭게 돌아다니며 치즈 놀이터와 포토존, 미니 동물원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매년 10월에는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치즈들을 맛볼 수 있는 치즈 축제가 성대하게 개최되니 치즈 마니아들이라면 놓치지 말 것.

임실은 어떻게 대한민국 치즈의 본고장이 되었을까?
임실은 우리나라 최초의 치즈 공장이 설립된 곳으로 명실공히 한국 치즈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도 13곳에서 목장을 직접 운영하여 양과 소에서 얻는 원유로 모짜렐라, 체다, 카망베르 등 다양한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오늘날 임실 치즈를 있게 한 인물은 바로 벨기에 출신 선교사인 지정환 신부다. 선교를 위해 이 작은 마을에 온 그는 가난한 농촌이었던 임실 주민들을 위해 치즈 만들기를 전파하며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로를 모색했다. 1966년 허름한 작업장에서 산양 두 마리로부터 원유를 짜서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 지정환 신부는 현지인들에게 초보적인 장비를 사용해 소량의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임실산양협동조합을 구성하면서 보다 체계적인 제조 과정 속에서 치즈를 생산하게 되었다.

하지만 양질의 치즈를 만들어 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몇 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그는 치즈를 만드는 전문 과정을 배우러 프랑스로 떠났다. 그렇게 유럽의 선진 치즈 산업을 익힌 지정환 신부는 다시 임실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치즈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전파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임실의 치즈 제조업은 크게 성장했고 현재는 지역 사회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임실 치즈 관련 사업을 모두 주민에게 넘긴 상태다.

‘한국 치즈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우리나라 치즈 제조업의 선구자로 추앙받으며 2016년 법무부에서 우리나라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에게 수여하는 국적 증서를 받았다. 법적으로 ‘임실 지씨’를 창성창본하며 진정한 한국인이 된 것. 이후 2019년 향년 8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지정환 신부는 전북 전주의 성직자 묘지에 안장되었다. 임실치즈테마파크 곳곳에서 지정환 신부의 동상을 볼 수 있다.

내 손으로 만든 치즈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우유를 응고시켜 치즈를 추출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치즈를 만드는 방법을 배워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에게 흥미로운 체험이고, 가장 좋은 점은 여러분이 직접 만든 수제 치즈를 집에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죠.”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가장 즐거운 체험 중 하나는 아이들을 위한 치즈 만들기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치즈를 직접 만들어보고 맛보고 즐기며 치즈의 모든 것을 느껴 볼 수 있는 곳. 김다원 강사의 말에 따라 아이와 어른이 한 몸이 되어 본격적으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한다. 단순하게 이미 만들어진 치즈를 만져보는 것이 아닌, 과학적인 방식을 통해 치즈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체험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체험 프로그램은 임실 치즈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치즈 체험과 치즈를 가지고 맛있는 피자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피자 체험으로 나뉜다. 치즈 체험은 원유에 유산균을 넣어 치즈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다. 임실치즈과학연구소에서 만들어진 10배 농축한 유산균을 통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남짓 걸리는 과정을 20분 내로 단축했다. 슬슬 얇은 치즈 덩어리가 만들어지더니 이내 작은 치즈가 보자기처럼 쭉쭉 늘어난다. 여기저기서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치즈는 원유의 종류나 온도, 기간, 그리고 박테리아, 효소 발효 등에 따라 그 맛과 종류가 천차만별이지요. 아이들이 재료를 다루는 촉각적인 경험부터 치즈를 만드는 과정 뒤에 숨겨진 과학까지, 치즈가 탄생하는 신비로운 과정을 통해 치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유럽의 시골 마을을 마음껏 누비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체험뿐만 아니라, 너른 들판에서 마음껏 뛰놀며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즐기기 제격이다. 이국적인 풍경의 언덕 위를 마음껏 뛰놀며 치즈를 주제로 한 놀이기구를 타고 오르고 미끄러지며, 미니 동물원에서는 갖가지 동물들도 구경할 수 있다. 또는 서바이벌 체험장에서 총싸움을 하거나 트릭아트 전시관에서 독특한 사진을 남겨볼 수도 있다.

치즈로 유명한 스위스의 아펜젤 마을을 본떠 만든 임실치즈테마파크는의 전망은 퍽 이국적이다. 유순한 언덕과 탁 트인 전망, 그리고 아기자기한 건축물과 아름다운 정원까지 곳곳에서 유럽풍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치즈의 본고장’으로도 불리는 아펜젤에서는 수 세기 전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치즈를 만든다. 마을의 이름을 딴 아펜젤러 치즈(Appenzeller cheese)는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급 치즈에 속하는 소젖 치즈. 보통 몇 달 동안 숙성시켜 쌉쌀하면서도 꼬릿한 특유의 맛과 톡 쏘는 향이 특징이다.

임실이 이 마을을 모티프로 삼은 것도 한국의 아펜젤을 꿈꾸고 있기 때문일까. 아직 임실만의 특별한 치즈는 개발되지 않았지만, 40여 년의 전통과 선진국 수준의 제조공정ㆍ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미래에는 임실을 대표하는 새로운 치즈가 세계 속에서도 사랑받길 기대해 본다.

민다엽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