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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월드 트래블]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타이베이 골목여행
[월드 트래블]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타이베이 골목여행
  • 박은하 여행작가
  • 승인 2023.03.15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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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과거를 살펴볼 수 있는 디화제 거리.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타이베이] 타이완은 우리나라의 3분의 1 정도만한 크기의 작은 섬나라지만 지역마다 특색이 달라 취향에 따라 다양한 테마여행을 즐길 수 있다. 타이완 여행이 처음이라면 수도 타이베이부터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영어도 잘 통하고, 대중교통도 잘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타이베이의 오래된 골목으로 떠나볼까.

오래 기다렸다.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보수적인 입장을 이어온 타이완은 지난해 10월에서야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른 입국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비행시간 부담 없고, 소소한 볼거리와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여행지, 타이완을 3년 만에 다녀왔다.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절 용산사.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용산사 촛불. 사진/ 여행스케치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절 용산사
1738년에 세워진 용산사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용산사는 1738년 청나라 때 푸젠 성 이주민에 의해 지어졌다가 화재와 자연재해 등으로 소실된 후 1957년에 복원했다. MRT 룽샨쓰 역에 내려 용산사까지 걸어가는 길에 소박한 풍경이 펼쳐진다. 타이베이에 왔다면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은 바로 용산사. 용산사 주변은 청나라 때 모습이 거리에 남아 있어 길을 걷다보면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기분이다.

용산사 입구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에 압도되는 느낌이랄까. 사찰 입구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시원한 물소리를 내뿜는 인공 폭포가 흐른다. 정문을 지나면 본전과 후전으로 이어지는데 본전에는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상이 있고, 후전에는 천상성모, 문창제군, 관우, 유비상 등이 있다. 우리나라 절과는 달리 도교, 불교, 토속신앙 등 다양한 신을 모시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신을 모시고 있어 자칫 산만해 보일수도 있지만 각 종교의 색채가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진다.

독특한 모양의 점 보는 도구.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과자를 공양하기도 한다.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화려한 건축양식도 눈여겨볼만 하다. 전통 불교사찰은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 해탈문, 수미산으로 이어지는 가람배치가 일반적인데 용산사는 이러한 격식이 없다. 특히 지붕을 장식한 화려한 용 조각과 역사적 인물이 춤추는 모습을 새겨 넣은 기둥이 인상적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제단 위에 놓인 공양물이다. 과일, 음료수, 빵, 과자, 사탕, 초콜릿, 꽃, 쌀 등 각양각색의 공양물에 눈길이 간다. 타이완 사람들에게 종교는 일상 그 자체다. 공양물의 값어치를 떠나 정성스레 준비한 마음을 신에게 전한다.

사찰에서 셀프로 점을 보는 사람도 많다. 반달모양 나무 조각 두 개를 바닥에 던져 서로 다른 방향이 나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같은 방향이 나온다면 다른 방향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던지면 그만이다. 용산사에서 소원을 빌면 꼭 하나는 이루어진다고 하니 잊지 말고 소원을 빌고 올 것.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보피랴오 거리.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보피랴오 거리.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용산사 근처에는 시대물 영화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보피랴오 거리가 있다. 보피랴오는 ‘나무 껍질을 깎는 집’이라는 뜻인데 청나라 말기, 삼나무 목재를 수입해 이곳에서 나무껍질을 깎았다고 한다. 100m 남짓 이어진 거리에 오래된 건물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건물마다 다양한 전시가 열려 가볍게 둘러보기 좋다.

100년 전 골목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타이베이에서 독특한 분위기의 거리를 걷고 싶다면 디화제를 추천한다. 디화제는 18세기 말 중국 푸젠 성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모여 살던 동네다. 19세기 중반 무역상들이 단수이 강을 통해 물자를 운송하면서 따다오청 중심거리인 디화제에 상점가를 형성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디화제 일대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발전한다.

독특한 감성이 느껴지는 디화제 거리.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디화제에는 100년 넘은 옛 건물이 여럿 모여 있다.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MRT 베이먼 역에서 따챠오터우역까지 이어지는 옛 거리를 디화제라 하는데 겉으로 보기엔 그저 허름한 옛날 동네지만 골목을 걷다 보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트렌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거리에는 10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건물이 즐비하다. 정부의 허가 없이 구조를 변경하거나 철거할 수 없어 오늘날 까지 옛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다.

이곳은 동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의 건물 형태에 새로운 감각과 에너지를 불어 넣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공간으로 재탄생 했다. Old & New가 어우러진 레트로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년이 넘은 왓슨스 건물.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디화제 거리.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거리 곳곳에 개성넘치는 공방과 아트숍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디화제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1917년에 지어진 왓슨스 건물이 나온다. 세계적인 드럭스토어 왓슨스(Watsons)가 100년이 넘은 브랜드였다니 놀랍다. 지금은 자리만 남아있고, 그곳에 기념품 숍이 들어섰다. 디화제 거리에는 양 옆으로 상점이 빼곡하게 어깨를 맞대고 있는데 원단가게, 차 가게, 건어물 가게, 그릇 가게는 물론이고 카페, 디자인 숍 등.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치 서울의 경동시장 (한약재 시장)과 인사동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드든다. 이름 모를 수많은 약재, 말린 버섯, 말린 과일, 향 등을 파는 가게가 많다. 그래서인지 거리에 들어서면 여러 냄새가 섞여 후각을 자극한다.

오래된 상점 사이로 세련되고 개성 넘치는 가게가 하나둘씩 숨어 있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다. 어디
그뿐인가. 기념품, 잡화 등 아기자기한 아이템이 많아 지갑이 절로 열린다. 가게마다 옛 구조를 살린 것이 특징인데 가게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길쭉한 구조로 이어져 또 다른 가게와 연결되기도 한다. 옛 골목에 퍼지는 진한 차향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공간에 머물며 옛것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본다.

유명 맛집이 모여 있는 융캉제.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소소한 매력이 있는 융캉제 골목.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라오허제 야시장. 해가지면 화려한 조명이 불을 밝힌다.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골목을 걷는 즐거움 융캉제
융캉제는 과거 일본 문관이 거주했던 동네다. 지금은 주택가 사이로 상권이 형성되어 여행자의 발걸음을 이끈다. 딘타이펑 본점, 융캉 우육면, 스무시 빙수집, 썬메리 펑리수, 이지셩 베이커리 등 타이베이의 대표 맛집이 모여 있어 타이베이 여행 필수 코스로 손꼽힌다. 디화제가 인사동이라면 융캉제는 삼청동 같은 느낌이랄까.

타이완 사람들의 국민간식 충좌빙(타이완식 토스트)을 파는 곳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밀가루 반죽을 철판에 구워내는데 계란, 햄, 옥수수 등 기호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추가할 수 있다. 융캉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다름아닌 디저트 가게다. 콩으로 만든 대만 전통 디저트인 더우화(豆花)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가게가 눈길을 끈다. 더우화는 소스를 곁들인 연두부인데 두부 푸딩 같은 느낌이다.

취향껏 먹거리를 즐겼다면 골목을 따라 걸어볼 차례다. 골목마다 개성 넘치는 숍이 즐비해 구경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타이베이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융캉제 주변의 로컬 시장을 탐방해 봐도 좋다. 1928년부터 100년 가까운 전통을 이어가는 동문시장, 깔끔한 실내 시장으로 단장한 남문시장 등이 도보 거리에 있다.

타이베이 대표 야시장 스린 야시장.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활기 넘치는 스린 야시장의 풍경.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야시장 인기메뉴인 새송이 버섯 구이.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타이베이 로컬 먹방투어 아침식사 vs 야시장
호텔 조식 말고 대만사람들이 즐겨 먹는 아침식사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로컬식당을 찾아 볼 것. 아침 맛집으로 유명한 푸항또우장은 이른 시간부터 줄을 길게 설정도로 인기가 많다. 1958년에 오픈해 지금까지 대만사람들의 아침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2018, 2019, 2020 3년 연속 미쉐린가이드 빕구르망에 이름을 올렸다. 음식 가격도 저렴해 주머니 사정 가벼운 여행자들도 즐겨 찾곤 한다. 화덕에 구운 빵과 두유, 딴삥(얇은 밀가루 전병사이에 계란 부침을 넣어 만든 크레페), 유탸오(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긴 꽈배기) 등이 주요메뉴다.

야시장 인기메뉴 화덕만두.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중국 전통 달걀 요리 차예단. 사진/ 박은하 여행작가

타이베이 여행을 하며 야시장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면 타이베이 여행 중 1일 1야시장에 도전해 봐도 좋다. 타이베이 곳곳에 야시장이 열리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스린 야시장이다. 1909년에 오픈해 오늘날까지 타이베이 핫플 야시장으로 유명하다. 다른 야시장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인데 보통 오후 4시쯤 영업을 시작해 다음날 새벽 1시~2시에 문을 닫는다.

치즈감자, 송이버섯 구이, 화덕만두, 고구마볼 튀김, 소시지, 초대형 치킨, 굴전 등 먹거리가 즐비하다. 웃음이 절로 나는 맛. 음식 맛도 수준급이다. 어딜 가나 인기 맛집은 웨이팅이 필수다. 스린 야시장 외에 시내 중심가에 있는 닝샤 야시장, 600m 직선거리에 조성된 라오허 야시장, 활기찬 대학가와 가까운 스따 야시장 등이 있다.

▲Travel Information

타이완 타이베이
비자 90일간 비자 없이 여행한다.
기후 습한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는 6월부터 9월까지는 평균 기온이 약 28℃에 달할 정도로 매우 덥고 습하다.
백신 백신접종 필수 아님
항공 대한항공을 비롯해 저비용 항공사들이 다수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2시간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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