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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호젓한 마을로 떠나는 가족여행, 청양 대치
[마을따라 마음따라] 호젓한 마을로 떠나는 가족여행, 청양 대치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04.12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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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기 좋은 청양군. 사진은 칠갑산오토캠핑장.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청양] ‘3대 가족여행’이란 말이 낯선 요즘이다. 결혼에 관심 없는 젊은이들이 많아졌고 출산율이 0.78명에 이를 정도로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이 많다.시대의 변화에 따라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가족도 등장했다. 가정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보는 5월이다.

청양은 ‘충남의 알프스’란 수식어가 말해주듯 고즈넉하고 청정한 산간지방이다. 산자락, 골짜기, 구석구석에 옛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로 시간이 더디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청양에 최근 수년 사이 흥미로운 즐길거리들이 많이 들어섰다. 특히, 아이들 손잡고 가기 좋은 곳들이 많아졌다. 자연 속에서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고 가족끼리 체험도 즐기면서 쉼표 찍기 좋은 곳, 청양군 대치면이다.

청양군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의 자연사체험 코너.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청양군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 내부 목재체험 코너.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구석구석 아이들 즐길거리가 많네!
아이 손잡고 나선 여행이라면 여행지도 한 장 펼쳐놓고 산골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즐길거리를 찾아다니는 게 재미있다. 대치면 광대리에는 청양군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이 있는데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즐거움과 교육적인 도움을 준다. 목재문화체험은 나무놀이터, 나무 장난감, 나무공작소 등 나무를 활용한 자연놀이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특히 유아들에게도 안전한 놀이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어 젊은 엄마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농촌에서 쉽게 보기 힘든 어린이 인형극 상설공연도 두 차례 공연된다.

자연사체험관 코너는 개인에게 기증받은 자연사 자료들로 가득한데 그 규모가 생각보다 크다. 호랑이와 곰 같은 박제 맹수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고 육상동물뿐 아니라 해상동물에 대한 자료도 많아 아이들의 눈망울이 갈수록 초롱초롱해진다.

아이와 가볼 만 한 청양군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청양군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에서는 토요일마다 어린이 인형극이 공연된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대치면에 산만 있는 건 아니다. 칠갑산에서 발원한 지천이 굽이굽이 흐르니 사람들은 ‘지천구곡’이라고 부른다. 특히 지천은 깊어야 1m일 정도로 수심이 얕은 것이 특징이다. 어린이들에게도 안전한 가족 여행지인 셈이다. 지천의 까치내계곡에는 청양군에서 조성한 칠갑산오토캠핑장이 있어 캠핑하기에 좋다. 카라반 구역과 자동차 구역으로 나뉘어 있어 취향껏 쾌적한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 물가에 더 가까이 가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은 캠핑장 바로 아래 물가에 차를 대고 캠핑을 즐기기도 한다.

장곡사 입구에 있는 백제문화체험박물관도 어린이들에겐 매력적이다. 폐교를 활용하여 청양군에서 세운 시설이다. 백제문화라면 공주나 부여를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이웃한 청양 역시 발굴된 백제시대 가마터가 말해주듯 백제문화권에 속했다.

아이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백제문화체험박물관.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백제문화체험박물관의 백제시대 가마터 재현 모습.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백제시대와 청양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전시물은 어려울 수 있어도 체험거리는 재미있다. 대표적인 게 도예체험 프로그램인데 그림을 그려서 머그컵에 입히는 전사출력 체험은 아이들도 손쉽게 할 수 있어서 인기다. 박물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1960년대 추억의 거리가 재현되어 있어서 어른들이 ‘그 시절’을 떠올리며 웃음을 짓는다.

호젓하고 운치 있는 장곡사 가는 길
청양군 대치면 광금리는 ‘칠갑산산꽃마을’로 통한다. 2006년에 체험 마을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얻은 이름인데 마을 주민들이 꽃 가꾸기를 좋아하고 꽃처럼 예쁜 심성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을을 관통하는 645번 지방도로는 벚꽃터널로 입소문 났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었을 정도다.

이곳의 벚꽃은 산간지방 특성상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아 서울보다도 1주일 가량 개화기가 늦은 4월 중순에야 절정에 달한다. 그래서 바쁘게 사느라 뒤늦게 벚꽃이 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더 늦기 전에 청양 장곡사 가는 길로 차를 몰아볼 것을 권한다.

4월 중순 무렵 늦게 만개하는 칠갑산산꽃마을 벚꽃터널.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청양 대치는 예부터 칠갑산과 장곡사로 유명하다. 아름답고 청정한 산세로 ‘충남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칠갑산인데 오래전에 히트한 대중가요 ‘칠갑산’ 덕에 더욱 유명해졌다. 그 노래 가사 속에 나오는 ‘콩밭 매는 아낙네’는 어느새 칠갑산을 상징하다시피 되었고 상징 조형물까지 세워졌다. 장곡사 들어가는 길은 4km 가량의 아름다운 벚꽃터널이 반기고 길이 좋아서 자전거 라이딩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줄줄이 열을 지어 들어가는 자전거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힘이 솟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장곡사는 신라 문성왕 12년(850년)에 창건되었다는, 천 년을 훌쩍 넘긴 고찰이다. 보유하고 있는 국보급 문화재도 여럿이고 분위기도 운치 있지만 관광객이 많지 않아 산사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경내에 이색 볼거리가 있어서 꼼꼼하게 살펴보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우선 사찰의 금당 격인 대웅전이 두 곳이라는 점부터 남다르다. 위에 있는 대웅전은

상대웅전에서 바라본 장곡사.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장곡사 상대웅전의 전돌 바닥.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상대웅전, 아래 대웅전은 하대웅전으로 불린다. 둘다 보물로 지정된 조선시대 건물이며 안에 모셔진 부처님 또한 국보로 지정되었다. 두 대웅전의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을 보면 두 개의 사찰이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가 된 것이 아닐까 추측만 할 뿐 정확한 내력은 알 길이 없다. 상대웅전 법당 바닥은 나무 마루가 아닌 전돌이 깔려 있는데 그중에는 고려시대 만들어진 연꽃문양도 있다고 한다. 상대웅전 전돌은 장곡사 아래 백제문화체험박물관에 재현되어 있기도 하다.

상대웅전과 하대웅전에 모셔진 약사여래부처님은 중생들의 질병을 낫게 하고 고통을 덜어준다는 영험한 부처님이다. 친견한 김에 온 가족의 건강까지 빌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장곡사 범종루에 걸린 법고는 울퉁불퉁한데다가 찢어지기까지 했지만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더 눈길이 간다.

장승공원. 높이 10m 국내최대 규모의 장승이 인상적이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대치에서 가까운 천장호출렁다리도 가볼 만 하다.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장곡사 아래에는 장승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옛날, 민간에서는 마을마다 장승을 세우기도 하였는데 산간지방이었던 청양은 장승문화가 더 발달하였다. 장승공원에는 키 10m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대 크기의 장승뿐 아니라 각 지방의 장승, 외국의 장승까지 야외 전시되어 있어서 가볍게 둘러보기에 좋다.

장승공원 맞은편에는 거대한 알 조형물이 있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생명의 근원을 표현한 것이라는데 청정 자연의 고장 청양을 강조하고픈 마음일 것이다. 대치면에서 칠갑산을 넘어가면 정산면이 나오는데 그 곳 천장호의 출렁다리도 인기가 높아 연계 여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여행쪽지>

칠갑산맛집 청국장나물비빔밥 상차림. 사진/ 김수남 여행작가

칠갑산맛집 장곡사 장승공원 앞에 있으며 청국장을 비롯하여 맛깔나고 푸짐하고 저렴한 한식 상차림으로 인기가 높다. 고추장과 청국장은 물론이고 먹었던 반찬들과 동네에서 나오는 산채 같은 농산물을 따로 팔기도 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문의 041-943-5912.

• 청양군에서 발행하는 <청양투어패스>를 구입하면 청양군이 운영하는 시설들과 고운식물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주요 카페의 커피음료도 무료로 맛볼 수 있다. 음식점과 체험업소 등도 할인된다. 네이버나 오픈마켓, 소셜커머스에서 구입 가능. 9,900원.
• 작년에 보물에서 국보로 승급된 장곡사 하대웅전의 금동약사여래좌상을 한시적으로 서울에서 친견할 수 있다. 서울 불교중앙박물관 ‘만월의 빛 정토의 빛’ 기획전 행사에 나온다. 6월 25일까지. 문의 02-2011-1960.
백제문화체험박물관 (041-940-4871) 박물관 바로 앞에는 어린이체험관이 새로 개관하였다.
청양군목재문화자연사체험관 (041-940-2841~5)
칠갑산오토캠핑장 (041-94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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