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신안] 남도 사람들이 여름철 최고 보양식으로 여기는 생선 민어. 민어떼가 연안에 다가오면 목포·신안·완도·해남 일대 음식점에서는 일제히 민어 요리를 만들어 판매한다.
“최고 복달임은 민어탕이제”
민어는 잘 생겼다. 몸매가 날씬하고 튼실하다. 직접 보면 섹시한 매력을 풍기는 물고기다. 몸체는 등쪽이 회청색이고, 배쪽은 연한 흰빛이다. 꼬리지느러미는 길고 참빗 모양을 하고 있다. 몸길이는 보통 90㎝에 달한다. 우리나라 서·남해에 주로 서식하며 동해안에는 살지 않는다고 한다.
“언제 안 내려온가? 민어철인디 민어 한 점 먹으러 오시게.”
여름이면 남도에 사는 친구들이 심심찮게 전화를 걸어온다. 직접 낚싯배를 몰고 나가서 민어 낚시를 하자는 이야기다. 어쩌다 남도에서 만나면 포구에 있는 횟집으로 데려가서 민어를 먹자고 한다. 벗들이 모여 민어탕으로 복달임을 하는 것은 참으로 정겨운 풍경이다.
전남 서해안의 바닷가 마을에는 여름철이면 민어 낚시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어떤 마을에서는 낚시객이 너무 많아서 민폐를 끼칠 정도라고 한다. 그들이 타고 온 차량이 마을 진입로나 어항 주변을 장악하고 있어서 난감할 때도 있다는 하소연이다.
어촌마을 골목길에서는 담장 너머 시골집 마당에서 민어를 말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민어를 여름에만 먹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건조해서 두고두고 먹겠다는 생각에서다.
뽀얀 민어탕 안 먹으면 촌놈 소리 듣는다
민어는 옛부터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물고기이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민어(民魚)라는 이름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전라도·충청도·황해도 및 평안도에서 많이 잡혔다고 한다.
민어는 수온이 따뜻해지는 여름철에 산란을 위해 남도 연안으로 찾아온다. 갯벌이 깔려있는 깊지 않은 바닷가에서는 민어들의 휘파람 소리가 들릴 정도라고 한다.
민어는 몸뚱이가 황백색이고 등은 회청색이다. 비늘이 크고 입이 크다. 비늘을 벗겨내고, 살과 뼈와 내장을 발라낸 후 살은 껍질을 벗겨내고 회를 뜬다. 머리와 등뼈는 일부 내장과 탕을 끓이는 데 사용하고, 부드러운 뼈는 쪼아서 뼈다짐 볼을 만든다. 껍질은 껍질대로 먹고, 내장 특히 부레는 따로 발라서 먹는다. 껍질이나 내장, 뼈다짐 볼은 고춧가루를 뿌린 소금에 찍어 먹는데 그 고소함이 민어 애호가들을 불러들인다고 한다.
민어의 살점은 투명하다고 할 정도로 맑다. 살점을 씹을 때면 적당한 힘이 느껴진다. 맛은 담백하고 약간 단맛이 난다.
민어의 알로 만든 민어 알젓은 진귀한 식품이고, 옛날에는 손님 접대용으로 쓰였다고 한다. 한 뼘 정도 자란 어린 민어는 ‘통치’라고 한다. 통치는 말렸다가 조림을 만들어 먹고,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바삭 튀긴 통치는 막걸리 한 잔을 마시게 한다.
민어회를 먹은 뒤 센스 있는 횟집에서는 밥과 생미역을 조금 넣고 끓인 민어탕을 내온다. 뽀얀 민어탕 국물은 정말 고소하다. 한 그릇을 다 먹기 전에 얼굴에 따뜻한 기운이 올라온다. 배가 부르다고 민어탕을 안 먹으면 촌놈 소리를 듣는다. 밥은 안 먹어도 민어탕은 먹는 것이 좋다. 민어탕을 먹어야 ‘민어 먹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 임자도 앞바다는 민어의 산지로 유명하다. 1920년대 일본 사람들이 안강망 어업을 시작한 이래 민어의 산란기인 7, 8월이면 임자도 일대에선 민어 파시가 열렸다.
얼마나 많은 민어를 잡아 갔을지 미루어 짐작하기도 어렵다. 두 달 동안 바다를 가득 채운 어선과 상선이 몰려들었고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닐 정도로 흥청거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