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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여행] 강진만ㆍ탐진강 하류에 몰려온 가을철 대표 생선, 가을 전어
[수산물 따라가는 전남여행] 강진만ㆍ탐진강 하류에 몰려온 가을철 대표 생선, 가을 전어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3.09.13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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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가을이 오면 고소한 맛으로 군침을 삼키게 하는 가을 전어를 만나고 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서늘한 가을이 오면 고소한 맛으로 군침을 삼키게 하는 가을 전어를 만나고 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강진] 징글징글하던 무더위가 밀려가고 서늘한 가을이 왔다. 누가 별소리를 해도 가을에는 전어를 먹어야 입맛이 산다고 남도 사람들은 말한다. 강진만에서 전어회랑 특별한 초무침이랑, 전어구이를 맛보고 왔다.

강진만 전어맛을 기억하면 참을 수 없다
장흥을 휘돌아 흘러 강진만에서 바다를 만나는 탐진강. 먼 옛날에는 제주도랑 육지를 잇는 배가 다니던 포구이고, 고려청자를 싣고 개경과 중국을 오가던 무역선이 입출항하던 유명한 포구가 있던 곳이다.

강진군 도암면 사초리. 한때 전국에서 가장 실한 개불이 잡히던 마을이다. 어른 팔뚝만한 개불이 잡혀서 마을 사람들은 개불만 잡아서 팔아도 온식구가 먹고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요즘 개불은 사라졌다.

가을이면 전어들이 떼지어서 돌아다닌다는 강진만. 갈대밭 속을 거닐 수 있는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가을이면 전어들이 떼지어서 돌아다닌다는 강진만. 갈대밭 속을 거닐 수 있는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강진만 갈대밭에는 백로와 두루미, 도요새 등 철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강진만 갈대밭에는 백로와 두루미, 도요새 등 철새들이 많이 찾아온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지금은 전어가 최고 많은 소득원이다. 지금도 사초마을에서 27척의 배가 전어를 잡아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젊은이가 비교적 많이 살고 있는 마을인데 그게 전어 덕분이라고 말하는 주민도 있다.

여기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고,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르지요. 갯벌이 좋아서 먹을 것도 풍부해서 전어들이 산란기에 올라옵니다. 섬진강 하류 망덕포구랑, 강진의 탐진강 하류 강진만이 유명합니다.”

윤동환 문화관광해설사는 어렸을 때는 전어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녔고, 어른들이 쉽게 전어를 잡았다.”고 한다. 지금은 완도 앞바다에서 전어들이 이동하는 길목에 그물을 많이 쳐서 강진만까지 올라오는 전어가 많이 줄었다고. 그런데 바람이 세게 불고 물길이 거칠면 전어잡이 선단이 큰 그물을 치지 못해서 전어들이 강진만에 훨씬 많이 몰려온다고 한다.

전어회를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기억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회를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기억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초무침은 조리법 때문에 집집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초무침은 조리법 때문에 집집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강진만 하구에 있는 마량포구는 완도 고금도로 연륙교가 놓이기 전만 해도 주말이나 휴일이면 전어회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지금은 그런 호황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강진만 전어맛을 기억한 사람들은 신전면 사초리와 마량포구로 찾아온다.

가을 전어 더 맛있게 먹는 법
전어는 보통 어른 손바닥 크기로 자란다. 주로 동북아시아에서 자생한다. 봄에도 먼바다에서 잡히지만 근해에서는 가을철에 많이 잡힌다. 지방질이 많아지고 살이 찌는 가을철에 더 맛있다고 정평이 나서 수산업자들도 8월부터 본격적인 조업에 나선다.

전어는 주로 회, 초무침, 구이, 젓갈, 찜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회는 척추뼈를 발라내고 잘게 썰어서 상추나 들깻잎에 된장·풋고추·마늘·참기름을 섞어 만든 양념장에 싸서 먹는다. 그 고소한 맛을 기억한 사람들은 가을이면 전어를 찾아 나선다.

전어회는 굵은 뼈를 발라낸 후 만든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회는 굵은 뼈를 발라낸 후 만든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회는 된장·마늘·풋고추랑 버무린 양념장에 싸서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회는 된장·마늘·풋고추랑 버무린 양념장에 싸서 먹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강진에서 사용하는 전어는 모두 자연산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강진에서 사용하는 전어는 모두 자연산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초무침은 그 조리법이 집안마다 음식점마다 다르다. 조리하는 엄마 맘이다. 미나리·대파·들깻잎·양배추·오이 등 야채에 초고추장을 적당히 넣고 버무린다. 식초를 넣은 집도 있고 넣지 않은 집도 있다. 조리사 마음대로다. 초무침은 먹으면서 막걸리를 한 잔 걸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식사시간에는 초무침을 따뜻한 밥과 비벼서 먹으면 혀가 춤을 춘다.

구이는 그 향긋한 냄새가 이웃집 담장을 타고 넘어간다. 오죽했으면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고 했을까.

전어구이와 전어젓갈 속에 잠긴 남도맛
노릇노릇 구운 전어는 젓가락으로 살점을 발라 먹으면 생선을 먹을 줄 모르는 사람 취급받는다. 몸통 가운데를 맨손으로 붙잡고 머리부터 베어 먹어야 전어 먹을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머리부터 우적우적 씹어먹으면 고소한 맛이 온몸에 번진다. 구운 전어 한 마리를 먹는 동안 소주나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면 더 좋을 것이다. 남도 사람들은 손가락에 묻은 전어기름을 쪽 빨아먹는다.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 사진 / 박상대 기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구이.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구이는 머리부터 직접 베어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구이는 머리부터 직접 베어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구이를 콩나물과 함께 먹으면 색다른 맛이 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구이를 콩나물과 함께 먹으면 색다른 맛이 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남 지역에서는 전어를 풋고추와 섞어서 옹기 항아리에 넣어 숙성시킨 전어고추젓을 만들어 먹는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시킨 후 전어는 전어대로 풋고추는 풋고추대로 먹는데 참으로 별미다. 한창 힘을 쓰는 장정들은 오직 전어 젓갈만 가지고 밥을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기도 했다.

또한 전어의 내장()을 따로 소금에 절여서 만든 전어밤젓이 있다. 전어의 위를 골라내서 절인 젓갈로 돔배젓이라고 한다. 매운 풋고추를 잘게 썰어서 버무려 먹으면 독특한 맛을 내는데 전어에 관심이 많은 남도 사람들이나 기억하는 젓갈이다. 따뜻한 쌀밥에 돔배젓을 조금 올려서 먹으면 여운이 오래 남을 것이다.

가게마다 맛이 다른 전어초무침을 다양한 방식으로 먹어보자. 사진 / 박상대 기자
가게마다 맛이 다른 전어초무침을 다양한 방식으로 먹어보자.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초무침을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초무침을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공기가 서늘해지면 일부러 전어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지요. 손님들 말씀이 가을이면 괜히 전어 생각이 난대요. 100% 자연산 전어만 사용합니다. 우리 마을 주민들이 잡아오는데 남의 것을 어떻게 팔겠어요?”

사초리 바닷가에서 전어요리를 판매하는 우정횟집 유승만 대표는 40년째 고향마을에서 전어회를 뜨고 있다고 말한다.

왜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일까?
전어는 한자로 표기할 때 세 가지를 쓴다. 옛날에는 열 마리를 한 묶음으로 대나무에 엮어서 팔아 箭魚라 썼으나 돈을 닮았다고 하여 錢魚라 쓰기도 했다. 한때 전어 가격이 한 마리당 비단 한 필에 맞먹을 만큼 비싸서 錢魚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정약용은 자산어보에서 箭魚라고 썼다. 남녀노소 모두 돈을 걱정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물고기라며 全魚라고도 썼다.

횟집이 늘어선 강진 마량포구의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횟집이 늘어선 강진 마량포구의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강진만을 사이에 두고 가우도라는 섬이 있다. 동서로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강진만을 사이에 두고 가우도라는 섬이 있다. 동서로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어는 이름이 여럿일 정도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전해진 생선이다. 다른 생선들처럼 사계절 바다에서 잡히지만 그 맛이 사계절 다르다.

전어는 봄바람이 불면 근해에서 연안으로 올라온다. 이때는 아직 살이 오르지 않은 상태다. 연안에서 6~7월에 산란하는데 산란 후에는 몸이 허기진 상태다. 여름에 전어를 먹으면 비린내가 나고 고소하지 않다. 전어는 산란 후에 갯벌이 있는 수심이 낮은 바다에서 영양염류를 먹으면서 영양분과 지방을 많이 축적한다. 영양분을 축적한 후 가을이면 다시 깊은 바다로 돌아가는데 이때 잡힌 전어가 가을 전어다.”

강진만에서 잡은 전어. 사진 / 박상대 기자
강진만에서 잡은 전어. 사진 / 박상대 기자
마량포구에서는 다양한 수산물도 판매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마량포구에서는 다양한 수산물도 판매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바다맛기행>의 저자 김준 박사는 가을이 되면 지방량이 봄에 비해 월등히 높고 고소한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구운 전어를 맨손으로 집고 먹으면 손에 기름기가 묻는다. 다른 생선구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기름기가 좌르르 흐른다. 입술에도 일부러 닦아내지 않으면 전어 기름과 냄새가 배어 있다.

그렇다고 전어는 가을에만 먹는 생선이 아니다. 봄부터 전어는 잡혀 오고, 일식집이나 횟집에서는 멍게나 해삼처럼 전어를 잘게 썰어서 초다짐거리로 상에 올리곤 한다. 겨울에는 먼 바다에서 잡히는데 뼈가 세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잘 먹지 않는다. 굵은 뼈를 발라내도 살 속에 박혀 있는 잔가시가 거칠어서 먹기 불편하다. 또한 겨울에는 더 맛있는 생선이 잡히므로 전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다.

우정횟집 유승만 대표. 고향마을에서 40년째 전어회를 팔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우정횟집 유승만 대표. 고향마을에서 40년째 전어회를 팔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INFO 우정횟집
주소 전남 강진군 신전면 운주로 599(사초리)
문의 061-432-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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