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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달달하고 찰진 생홍어 먹어 보셨오?”
“달달하고 찰진 생홍어 먹어 보셨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3.07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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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흑산도 위판장_참홍어
흑산도에서 잡힌 참홍어는 먼저 무게별로 분류된 이후 위판이 진행된다.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신안] 코를 자극하는 암모니아 냄새와 입 안에 넣으면 혀를 톡 쏘는 강렬한 맛을 지녀 사람에 따라 좋고 싫음이 분명하게 나뉘는 홍어. 그러나 홍어 본고장인 흑산도에 가보면 홍어의 맛에 대해 반만 알았음을 깨닫게 된다. 싱싱한 홍어는 새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홍어를 홍어라고 불러왔지만 학회에 보고된 정식명칭은 ‘참홍어’다. 특히 흑산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서해에서 잡히는 종을 참홍어로 지칭하는데 목포ㆍ나주 등 전라도 서부권에서 소비량이 워낙 많아 다른 지역에서는 구경도 힘들다는 귀한 어종이다.

참홍어의 집산지 흑산항
날이 채 밝지 않아 어두컴컴한 흑산도 흑산항. 항구 한쪽에서 불을 환하게 밝힌 어선에서는 선원들이 박스에 차곡차곡 참홍어를 채우고 있다. 밤사이 낚시(주낙)에 걸려있던 몸들을 데려와 위판장으로 옮기고 있는 풍경이다.

참홍어를 따라 위판장으로 이동하니 분류작업이 한창이다. 전자저울에 한 마리씩 올려졌다 내려온 참홍어는 몸무게에 따라 1~6번의 번호를 부여받고 무게별로 나열된다. 그 틈 속에서 홍어 체장을 체크하고 있는 임금숙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도 덩달아 바쁘다.

참홍어는 8kg 이상이 1번을 부여받지만, 아주 큰 것은 14kg에 이르기도 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생홍어 체장 조사를 하고 있는 임금숙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 사진 노규엽 기자

“홍어는 개체 보존을 위해 가로(좌우 양날개) 길이 42cm 이하는 어획을 금지하고 있어요.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여 길이를 재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답니다.”

설명을 하면서도 위판장을 채워가고 있는 참홍어들을 살피며 움직이는 임금숙 조사원. 그 옆으로 홍어 몸통에 표찰을 다는 사람이 지나간다. 임 조사원은 “흑산도 참홍어라는 증명을 하기 위해 바코드를 다는 것”이라며 “다른 바다에서 잡힌 어종과는 값도 맛도 차별된다는 증거”라고 알려준다.

그의 말처럼 참홍어는 흑산도에서만 잡히는 건 아니다. 참홍어는 계절에 따라 서해 전역을 이동하는데, 봄에는 서북쪽 대청도 같은 수심 50~100m 깊이의 펄과 자갈이 섞인 모래에서 살다가 겨울이면 흑산도 인근 서남해역으로 남하하여 월동을 한다. 그래서 대청도도 흑산도에 버금가는 참홍어 산지이지만, 제철이라 부르는 것은 겨울 흑산도 산이다. 예부터 많이 잡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흑산도 해역에서 잡은 참홍어가 맛이 최고이기 때문이란다.

“어류의 맛은 서식환경이 결정하잖아요. 대청도 참홍어는 모래와 잔자갈에 서식하는 반면, 흑산도 참홍어는 뻘이 형성된 곳에 살아요. 뻘에 사는 홍어가 더 부드러운 맛을 지녔죠. 대청도에서 원정 어업을 오신 선장들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비싸다고 알려진 참홍어 가격의 진실
새벽에 입항한 어선들에서 참홍어가 모두 내려오고 나면 위판이 시작된다. 참홍어는 한 마리씩 위판이 진행되는데, 경매사가 한 마리씩 들어 올려 사이즈를 보여주고 가격을 읊으면 중매인들의 손짓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유명한 만큼이나 비싸다는 흑산도 참홍어답게 기십만 원 소리가 쉬이 들린다.

참홍어는 한 마리씩 위판이 진행되며, 기십만 원 소리가 쉬이 들린다. 사진 노규엽 기자
흑산도 산임을 증명하는 바코드가 부착되어 있는 참홍어. 사진 노규엽 기자

“흑산도 참홍어가 무조건 비싸다고만 알고 있는데, 값싼 칠레산 홍어가 수입되면서 가격 차이가 많이 나니까 더 심하게 느껴지는 거라 생각해요. 물론 흑산도에서 생산량이 적을 때는 큰 놈 1마리에 100만원을 호가할 때도 있지만, 어획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가격도 적정선으로 내려갑니다.”

그렇기에 흑산도에서 어획되는 참홍어를 TAC 어종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일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개체수가 안정되어야 어획량이 늘고 당연히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가격도 낮아지는 것이다. 다만 참홍어는 한 번에 2개의 난각을 만들고 고작 4~6개의 알만을 낳는다고 하니 개체 번식력이 높지 않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6월 1일부터 7월 15일까지는 금어기로 지정하고 있다.

참홍어는 내장을 제거한 뒤 바닷바람에 말려 먹기도 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찰지면서 부드러운 참홍어의 맛
홍어는 몸집도 크고 부위도 다양한 만큼 한 마리로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맛볼 수 있다. 가장 양이 적은 애(간)는 날 것을 소금장에 찍어먹거나 국으로 끓여먹기도 하고, 몸통과 날개살 부위는 찜으로도 먹는다. 가장 대표적인 식용법은 역시 회인데, 부위가 다양한 만큼 맛도 각각 달라 홍어를 즐기는 미식가들을 환호케 한다. 가장 양이 많은 몸통살은 말할 것도 없고 뼈와 함께 오도독 씹히는 날개살, 하나인 만큼 더욱 특별한 코 등 특유의 고소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참홍어를 먹는 방법으로 전국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음식은 홍어삼합일 것이다. 홍어회와 돼지고기, 그리고 김치를 함께 싸먹는 삼합의 맛은 황석영 소설가도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 버리는 맛의 혁명”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런데 흑산도에서는 전통적으로 홍어삼합을 먹지 않았다.

흑산도에서 맛볼 수 있는 부드럽고 찰진 생홍어회. 사진 노규엽 기자

“흑산도에서 멀어 생홍어를 먹을 수 없는 목포나 나주 영산포에서 삭힌 홍어회를 먹는 방법으로 삼합이 만들어진 거죠. 요즘은 흑산도에도 삭힌 홍어회를 먹는 사람이 생겼지만, 원래는 신선한 홍어를 그대로 회를 떠서 먹는 게 일반적입니다.”

신선한 상태로 회를 뜬 생홍어회는 기존에 지녔던 홍어회에 대한 생각을 모두 날려버릴 정도로 강렬하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강한 암모니아 향도 없고, 입안에서 톡 쏘는 맛도 지니지 않았다. 떡처럼 찰지면서도 부드럽게 살살 녹는 맛. 찰지면서 부드럽다니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산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생홍어회의 참맛이다.

“요즘은 삭힌 홍어회가 일반적이니 흑산도에서도 홍어를 삭혀서 판매하기도 해요. 홍어는 워낙 빨리 부패하는 종이라 갓 잡은 홍어를 바로 회를 떠서 택배로 보내도 이동하는 1~2일 사이에 자연스럽게 살짝 삭힌 향과 맛이 나게 됩니다.”

참홍어의 참맛을 보려면 목포에서 배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흑산도를 방문해야 한다. 사진 노규엽 기자
흑산도 앞바다에 보이는 외영산도와 내영산도의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홍어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는 생홍어회는 흑산도와 같은 산지에서밖에 먹을 수 없다는 말. 삭힌 홍어회를 좋아하는 마니아에게도 홍어 맛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해줄 생홍어회를 알고 싶으면 흑산도를 방문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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