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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만화 속 배경 여행] 웹툰으로 미리 만나는 강릉단오제…'단오에 오신(神)!'의 무대, 강릉에 가다
[만화 속 배경 여행] 웹툰으로 미리 만나는 강릉단오제…'단오에 오신(神)!'의 무대, 강릉에 가다
  • 서찬휘 여행작가
  • 승인 2019.05.08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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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단오제를 만화로 풀어낸 문화재청 제작 웹툰 '단오에 오신(神)!'
대관령 산신당부터 국사성황사, 학산마을까지
신에게 바칠 신주를 빚는 장소, 칠사당도 함께 둘러보기 좋아
강릉단오제의 시작인 신주 빚기가 시작되는 장소 칠사당.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강릉] 음력 5월 5일 ‘단오’는 농경사회에서 모내기를 끝낸 농작물이 자라기 전 휴식을 겸해 풍년을 기원하는 잔치를 벌이는 날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많이 사라진 이 세시풍속을 거의 옛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강원도 강릉이다. 강릉단오제를 소재로 한 웹툰 <단오에 오신(神)!>과 함께 관련 유적지들을 훑어본다.

<단오에 오신(神)!>은 대관령 성황신과 대관령 산신, 그리고 대관령 여성황신이 단오제가 열리는 강릉의 축제 현장에 인간 모습으로 ‘오시며’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만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인물은 대관령 일대의 안녕을 관장하는 신이다. 모두 실존 인물이 죽어 신으로 받들어졌다는 점에서 인간과 신의 경계가 엄격하지 않은 한국 신화의 원형적 특징을 잘 담고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대관령 국사성황당 입구 표석. 양떼목장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김유신을 모셔놓은 대관령 산신당.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김유신을 모셔놓은 대관령 산신당.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신이 된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
대관령 성황신은 신라 말 인물인 강릉 학산 출신 고승 범일국사이며, 대관령 여성황신은 조선 숙종 대에 강릉 경방에 살았던 초계 정씨 집안 21대손 정완주의 외동딸 정씨 여인을 신격화한 존재다. 범일은 어머니가 우물가에서 바가지로 물을 뜨자 그 안에 해가 떠 있었는데, 이를 마시고 처녀의 몸으로 잉태해 낳았다는 탄생 설화가 있다.

정씨 여인의 경우 아버지의 꿈속에 대관령 성황신이 나타나 딸을 달라는 말을 했고, 이를 거절하자 애먼 여인이 성황신이 보낸 호랑이에게 잡혀갔다고 한다. 아버지가 대관령 국사성황사에 가 보니 딸은 이미 혼이 나간 채 몸만 비석처럼 서 있었다. 이날이 보름인 음력 4월 15일로, 이후 정씨 여인은 국사여성황으로서 국사성황 범일과 부부로 추앙받게 된다.

대관령 산신은 국사성황인 범일국사보다 널리 알려진 인물인 김유신이다. 신라의 장군으로서 삼국을 통일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그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유명인사다. 어릴 적 명주(지금의 강릉)에 유학 와 생전에 당시의 대관령 산신에게 검술을 전수 받았다는 설도 전해져 오는데, 죽어서는 대관령 산신이 되어 강릉과 대관령을 지키고 있다 여겨진다.

'단오에 오신(神)!' 타이틀. 이미지 / 어린이 청소년 문화재청 갈무리
'단오에 오신(神)!' 타이틀. 이미지 / 어린이 청소년 문화재청 갈무리

웹툰 <단오에 오신(神)!>은 이유 없이 대관령 산신이 맥을 못 추는 일이 벌어져 성황신과 여성황신 부부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산신을 쓰러뜨렸던 건 강한 액운을 담은 잔으로, 산신을 향한 원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잔을 건넨 범인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단오제가 열리던 강릉 일대는 삿된 기운에 휘말려 난리통으로 변한다. 과연 성황신과 여성황신은 산신에게 액운을 먹인 장본인을 찾아내 대관령과 강릉을 지켜낼 수 있을까?

Tip 웹툰 <단오에 오신(神)!>
2018년 2월 27일부터 6월 5일까지 문화재청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연재된 만화. 문화재청이 제작한 웹툰으로는 세 번째로 강릉단오제에 관한 정보를 만화와 함께 제공했다. 스토리는 유성연, 만화 작업은 최은영과 김재겸이 맡았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이자 2005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의 연원 등을 만화로 풀어내며, 관련 정보를 충실히 담은 작품이다. 대관령의 신들이 인간 모습으로 세상에 내려와 사람들 속에 섞여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만화로써의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단오제에 신목으로 쓰이는 뒷산 나무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단오제에 신목으로 쓰이는 뒷산 나무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성황사와 산신당.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성황사와 산신당.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만화 따라 강릉단오제 유적지 답사하기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칠사당에서 신에게 바칠 신주를 빚는 일로 시작한다. 음력 4월 15일 대관령 산신제와 대관령 국사성황제를 치르고, 대관령 옛길을 통해 강릉으로 모셔와 남대천변의 국사여성황사에 합사한다. 이어 음력 5월 3일 영신제를 통해 두 신을 남대천 굿당으로 모셔 음력 5월 5일부터 7일까지 단오굿과 잔치를 벌인다.

국사성황제와 국사여성황사 봉안제 사이에는 대관령 옛길에 자리한 구산서낭당과 범일의 고향인 학산마을의 학산서낭당에서도 제를 지내게 되며, 영신제와 단오굿 사이에는 정씨 처녀가 살았다는 경방댁에서 제를 지낸다. 

따라서 관련 유적 답사는 대관령 산신당에서 시작해 대관령 국사성황사, 구산서낭당, 학산서낭당, 대관령국사여성황사를 거쳐 경방, 강릉 남대천에서 마무리 지으며, 신주 빚기 장소인 칠사당까지 구경하면 단오제 관련 여행지는 모두 챙겨보았다고 할 수 있다. 

<단오에 오신(神)!>은 단오제가 진행되는 강릉 시내의 남대천변에서 시작해 대관령 산신당, 국사성황사, 남대천, 학산마을 등을 두루 담고 있으므로 만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며 돌아봄직하다. 

대관령 옛길 표석. 대관령 시작점과 꼭대기의 중간 지점인 반정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대관령 옛길 표석. 대관령 시작점과 꼭대기의 중간 지점인 반정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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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고갯길 초입에 자리한 구산서낭당.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대관령 산신당에서 첫 걸음을 떼다
대관령 산신당과 대관령 국사성황사는 같은 곳에 자리한다. 강릉단오제가 강릉에서 열리지만 산신당과 국사성황사는 강원 평창군에 있다. 이곳에선 김유신과 범일국사의 초상을 볼 수 있으며, 뒷산에는 단오 때 신목으로 쓰이는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있다. 

대관령 고갯길 초입에 자리한 구산서낭당은 강릉국토관리사무소 맞은편에 있다. 큰 안내판이 없어 운전 중 발견하기 어렵지만, 관리사무소에 닿으면 작은 서낭당을 볼 수 있다. 

학산마을의 학산서낭당은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에 '강원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951-15'로 검색해야 도착할 수 있으며, 원형으로 두른 돌담에 신목과 작은 돌 제단이 놓여 있는 소박한 모양새다. 이곳에서 산을 오르면 강릉단오제 유적 코스에 포함되지 않은 숨겨진 장소를 만날 수 있다. 

범일국사의 어머니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마시고 처녀의 몸으로 잉태를 했다는 석천우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범일국사의 어머니가 바가지에 물을 담아 마시고 처녀의 몸으로 잉태를 했다는 석천우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학산 옆 보호수. 수령이 560년 가량 된다고 한다.
학산 옆 보호수. 수령이 560년 가량 된다고 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범일의 어머니가 아비 없는 자식이라며 버렸다는 학바위.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범일의 어머니가 아비 없는 자식이라며 그를 버렸다는 학바위.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바로 범일국사의 어머니가 바가지에 해가 뜬 물을 담아 마셨다가 처녀의 몸으로 범일을 잉태했다는 우물, 그리고 아비 없는 아이라며 범일을 버렸다는 학바위다. 버려진 범일에게 학이 붉은 열매를 먹이며 보살피고 있었다 하여 이름 붙은 학바위는 작은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긴 하지만 좁은 산길을 따라 10여 분 정도 산행을 해야 나타난다. 

학바위로 가는 산 입구 옆에는 범일의 사리를 봉안한 것으로 전해지는 강릉 굴산사지 승탑(부도탑)도 자리한다. 우물은 <단오에 오신(神)!> 속에서 악령을 막다 쓰러진 성황신 범일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산신 김유신이 찾은 곳이기도 하다.

절의 당간을 매던 굴산사지 당간지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범일의 사리가 봉안되어 있다는 부도탑.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학산서낭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보물 제86호인 굴산사지 당간지주와 석불좌상이 있다. 굴산사는 범일국사가 창건한 절로 현재 터만 남아 있지만, 절의 당간을 걸어놓는 거대한 당간지주의 위용과 제법 떨어져 있는 석불의 위치를 감안하면 그 시기 사찰의 규모와 위세를 짐작게 한다. 

Info 대관령 성황사 및 산신각
주소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대관령마루길 527-35

Info 구산서낭당
주소
강원 강릉시 성산면 구산리 556

Info 굴산사지 당간지주
주소
강원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1181

여성황신의 자취를 좇는 여정
성황신의 흔적을 보았으면 이제 부인인 여성황신의 차례다. 대관령 국사여성황사는 단오제가 열리는 남대천 가에 자리하고 있다. 신격화되어 추앙받고 있지만, 다른 남자와 혼례 치르고 잠시 친정 경방에 머무를 때 졸지에 호랑이에게 업혀 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실존 인물 정씨에게는 얄궂은 운명이었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신격화한 정씨 여인을 모신 대관령 국사여성황사.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신격화한 정씨 여인을 모신 대관령 국사여성황사.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정씨 여인의 실제 친정이었다는 경방댁. 지금은 최씨 집안의 거주지로 들어갈 수 없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정씨 여인의 실제 친정이었다는 경방댁. 지금은 최씨 집안이 거주하고 있어 들어갈 수 없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음력 4월 15일 합사한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은 이곳에서 5월 3일까지 머물다 정씨 여인이 머물렀다는 친정집 경방에서의 간단한 제를 거쳐 단오제가 열리는 남대천으로 향한다. 남대천 곁에 자리한 경방댁은 현재 정씨 집안이 아닌 최씨 일가가 살고 있는 사유지여서 들어갈 수 없으나 멀찍이서 외관을 구경할 수 있다. 영신제 때 두 신은 각자 친정이자 처가인 경방댁에 들러 현 주인인 최씨 일가가 마련한 제물을 맞는다고 한다.

남대천은 대관령에서 발원해 강릉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동해로 향하는 하천이다. 남대천을 끼고서는 시장과 의미 있는 공간들이 자리한다. 남대천과 강릉 일대에서 40여 일간 진행하는 단오제는 마지막날인 음력 5월 8일 신들을 제자리로 모시는 송신제와 사용한 물품들을 남대천에 모아 태우는 소제를 끝으로 마무리 짓는다.

강릉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남대천 풍경.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강릉대도호부 관아 외부 전경.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강릉대도호부 관아 입구.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단오제 유적지들을 살핀 후 단오제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칠사당도 함께 둘러본다. 강릉대도호부 관아 곁에 자리한 칠사당은 조선시대의 관공서로 호적, 농사, 병무, 교육, 세금, 재판, 풍속 등 일곱 가지 업무를 관장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수비대가 썼고, 광복 이후 1958년까지는 강릉군수, 시장의 관사로 활용됐다고 하니 비교적 근래까지 쓰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Info 대관령 국사여성황사
주소
강원 강릉시 경강로1804번길 12-12

Info 칠사당
주소
강원 강릉시 경강로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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