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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디지털미디어솔루션의 리더, 제이씨현시스템 따라 설악산 트레킹
디지털미디어솔루션의 리더, 제이씨현시스템 따라 설악산 트레킹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4.1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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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요청 취재여행
IT회사 제이씨현시스템, 종종 사원 가족들과 나들이, 산행 다녀
하는 일은 첨단, 쉴 때는 아날로그 시대의 정이 넘치는 제이씨현시스템 직원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하는 일은 첨단, 쉴 때는 아날로그 시대의 정이 넘치는 제이씨현시스템 직원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양양] 회사 전 직원이 단체로 야유회나 산행을 가는 문화는 70년대 공업입국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같이 개인화된 시대에 전 직원 단체 나들이? 더구나 그 중 첨단을 걷는다는 IT기업이? 호기심이 일어 따라갔다. 제이씨현시스템의 ‘전사적 설악산 단풍산행.’  

IT기업답게 젊은 직원들이 대부분이라 대학생들이 MT를 가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고 보니 버스 맨 앞자리에 앉은 차현배 회장의 분위기 또한 지도교수 같았다. 단지 출발장소가 캠퍼스가 아니라 서울 용산전자상가앞 터미널이라는 점이 달랐을 뿐. 요즘 IT기업은 회사명만으론 무얼 하는 회사인지 짐작도 안간다. 아니 직접 만나서 한참을 이야기 듣고 나서도 알쏭달쏭한 것이 정말 어렵다.

취재에 앞서 홈페이지를 뒤져봤는데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기업이라는 것 뿐, 솔직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몰라 궁금했다. 옛날처럼 ‘무슨무슨 자동차’ 이러면 쉽게 알 텐데. 어쨌든 계열사까지 포함한 제이씨현시스템 전 직원 1백50명과 떠난 단풍산행지는 설악 주전골이었다.

오색약수터에서 주전골로 올라가는 계곡. 단풍이 소담스럽게 내려앉았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오색약수터에서 주전골로 올라가는 계곡. 단풍이 소담스럽게 내려앉았다.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물이 차가우련만 끄떡 없는 뚝심.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물이 차가우련만 끄떡 없는 뚝심.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옛날 몰래 가짜 엽전을 만들던 곳이라고 해서 ‘주전’이라는 이름 붙은 골짜기이다. 가면서 물어보니 제이씨현 본사는 컴퓨터 주변기기 유통을 주로 하고, 계열사인 엘림넷은 인터넷전용회선과 데이터센터, ASP사업-솔직히 여기서부터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을 하고, 이비커뮤니케이션은 PC와 디지털카메라 포털사이트와 컴퓨터종합쇼핑몰을 운영한다고 했다.

A/V 멀티미디어사업을 한다는 해외합작사 한국크리에이티브기술에 대한 설명에 이르러서는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알아듣는 척 끄덕거리면서 속으로 이러다 정말 IT세상의 낙오자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을 하였다. 그나마 변화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위안이 든 것은, 가는 길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흥 시간에서였다.

다들 노래는 잘 부르는데 끝까지 부르지를 못했다. 왜? 노래방 기기가 없으니까. 자막이 안 뜨니 가사를 몰라 중간에 끊기기 일쑤였다. 70년대 강력한 MT 송 ‘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시작되는 연가를 제외하면 말이다.

앞에서 끌어주는 고마운 사우 덕분에 날렵하게 바위에 안착.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앞에서 끌어주는 고마운 사우 덕분에 날렵하게 바위에 안착.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어쨌든 세상은 변하여 제각각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는 시대이지만 설악산 단풍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또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젊은이들의 싱그러운 웃음이다. 부서 동료끼리, 같은 연배끼리 삼삼오오 모여 오르는 산행 길은 회사 나들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마치 친구들끼리 산을 오르는 것 같았다. 덕분에 나들이 인파와 구분이 어려워 사진을 촬영하는데 애를 먹었다.

회사 나들이라고 해서 누가 인솔하고 통제하는 절차도, 형식도 프로그램도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어슬렁어슬렁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으로 올라갔다. 몇 시까지 내려오라는 시간만 정해졌을 뿐이다. 단체로 T셔츠와 모자를 맞춰 쓰고 조별로 열 지어 오르거나 한군데 모여 장기자랑을 하던 예전의 회사 야유회 문화에서 확실히 바뀌었다.

 

오색약수터에서 올라가는 남설악의 계곡은 오색약수터에서 1시간정도 올라간 미륵암에서 주전골과 용소폭포로 가는 길로 나뉜다. 주전골에서 이어지는, 최근 개방된 흘림골까지 갔으면 좋으련만 단풍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도착 시간이 늦어져서 주전골까지 가기도 어렵게 됐다. 결국 비교적 짧은 용소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 없다. 설악 가을단풍시즌에 그 절정을 맛보는 자체만으로도 만족해한다.

용소폭포에 1백50명이 모두 모여 쉬었다가 내려오는 길에 소감을 물어봤다. “좋죠. 바람도 쐬고 단풍도 구경하고…그거죠 뭐.” 바람에 하늘거리는 설악산 단풍처럼 한가한 대답이 돌아왔다.

제이씨현시스템 차현배 대표이사 회장.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제이씨현시스템 차현배 대표이사 회장. 2004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Interview 제이씨현시스템  차현배 대표이사 회장
가장 큰 고객은 직원입니다 “직원들이 만족해야 고객에게도 친절한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일년에 한번 다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특별히 정한 일정은 없지만 기회 될 때마다 이렇게 회사에서 나들이나 산행을 간단다. 작년에는 한달에 한번 꼴로 다녔다는 것. 굳이 애사심이나 연대감을 강조하려는 것도 아니다. 기분전환이 되고 재충전이 되는 걸로 족하다.

“구태여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는 것보다는 자유스럽게 다녀오곤 합니다. 아무래도 한번 나들이를 다녀오면 활력이 있지요.” 회사 나들이라고 해서 경직된 행사가 아니다. 주로 유명산, 소요산, 대성리 등 근교 산이나 계곡, 여행지를 다니는데 가족들도 함께 오도록 권유하는, 가족적인 분위기이다. 자유복장으로 근무하고 격주로 주5일제 근무를 하는 등 자유스러움이 배인 회사의 분위기가 확실히 IT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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