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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호수 드라이브] 내륙의 다도해 위로 풍경 소리 청아하다, 대청호
[호수 드라이브] 내륙의 다도해 위로 풍경 소리 청아하다, 대청호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5.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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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현암사 대웅전 앞에서 본 대청호. 불타는 석양을 볼 수 있다면 그만한 행운이 없다고 한다.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현암사 대웅전 앞에서 본 대청호. 불타는 석양을 볼 수 있다면 그만한 행운이 없다고 한다.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여행스케치=청주] 호수의 산허리를 돌아들면 섬 하나가 툭 다가섰다 멀어진다. 사방에서 이어져 오던 산줄기가 바다 같은 호수에 풍덩풍덩 발을 담그고 있다. 물기 잔뜩 머금은 굴참나무와 살구나무, 그리고 느티나무가 봄을 기다리는 대청호 호숫길. 32번 지방도. 대청댐 보조댐을 지나 금강변을 따라 3백m 더 직진하면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청원군 현도면과 문의면 쪽으로 올라가는 ‘대청호길’, 오른쪽 길로 가면 추동과 옥천 방향으로 내려가는 대전의‘대청호수길’이다. 한 끝 차이다. 눈 딱 감고 아무 길이나 가자. 돌고 도는 길에 왕도 있겠나.

다양한 볼거리, 청원군 방향 코스
직진을 선택하면 이것저것 볼거리와 호수를 끼고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드는 맛이 있다. 대신 가파르고 조금 위험하다. 3km 정도 가면 대청댐 정상 공원. 쪽빛 호수를 품은 느긋한 산책이 드라이브의 목적이라면 기름 낭비할 것 없다. 여기 잔디 광장과 댐 위를 거닐면 딱이다.

물문화 홍보관에서 물박사 컴퓨터와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정겹다. 대청댐에서 내려와 현도면 쪽으로 강을 건너면 오가 삼거리. 여기서 32번 도로로 산길의 굴곡을 오르는 게 대청호 북쪽 코스의 출발이다.

호수를 건너는 다리 문의교.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호수를 건너는 다리 문의교.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조금만 가면 현암사 입구다. 주차공간이 없다. 3백m 더 가면 나오는 현암정 휴게소에 주차해야 한다. 게다가 급한 산길을 15분 올라야 한다. 그래도 올라야 한다. 현암사에 오르면 그 수고를 보상받고도 남는다. 대청호를 내륙의 다도해라 했던가. 현암사 대웅전 앞에 서면 신들의 공중 정원이다.

섬처럼 솟은 봉우리의 아우성이 천지사방에서 하늘을 찌를 듯하다가도, 어느새 대청호에 이는 바람에 댓잎이 서걱서걱거리는 고요가 찾아든다. 청아한 풍경 소리 하나 호수를 쓰다듬는다. 문의교를 지나 계속 가면 왼쪽 언덕에 문의문화재단지다.

지난 80년 대청댐이 건설되면서 물에 잠기게 된 문화재를 옮겨오거나 재현해 놓았다. 산성과 유물 전시관, 양반 가옥과 각종 민가가 알차게 단장돼 있고, 자동차 전용극장도 있다.

2백m 더 가면 청남대 매표소다. 청남대는 과거 대통령의 별장이었다가 지난 2003년 공개된 곳이다. 자가용이나 도보로는 입장할 수 없고 매표소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들어가야 한다. 수목원을 떠올리게 하는 정원과 대청호 조망 포인트가 유명하지만 셔틀버스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대청댐에서 청남대 매표소까지는 10km 남짓한 코스.

대청호 주변 삼정 마을. 원래 강에서 좀 떨어진 산골마을이었지만, 지금은 호숫가 마을이 됐다.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대청호 주변 삼정 마을. 원래 강에서 좀 떨어진 산골마을이었지만, 지금은 호숫가 마을이 됐다.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슬픈 연가’ 촬영지, 대전 추동 방향 코스
추동 방향의 대청호수길은 비교적 야트막하고 한적해 청원군 쪽 길보다는 한결 여유가 있다. 연인들의 코스로 제격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호숫가 마을의 풍경도 오붓하다. 추동의 끝 부분인 동명초교까지 대략 16km 정도다. 초입인 삼정동과 추동 지역에서는 호수가 시원하게 열린다.

호수와 잠깐 멀어졌다 해도, 중간중간의 호수로 이어지는 비포장 길로 걸어들면 거기에 또 동화 같은 풍경이 숨어 있다. 잔잔한 수면을 스치며 파문을 일으키는 객쩍은 물새 한 마리를 만나면 행운이다. 그중 대표적인 비경이 사스미골과 은골이라 불리는 호숫가.

갈림길에서 추동 방향으로 14km 지점 마산리 버스 정류장 부근. 뜬금없이 차들이 주차해 있길래 차를 세우고 따라가 봤다. 과수원 사이를 지나 갈대 우거진 호숫길을 5백m 정도 들어가니 거기 그림 같은 통나무집과 소나무 한 그루가 섬처럼 떠 있다.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 세트장.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 세트장.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호수가 만들어지기 전의 옛 나루터를 그리워하듯 나룻배 한 척이 시리다.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호수가 만들어지기 전의 옛 나루터를 그리워하듯 나룻배 한 척이 시리다.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드라마 ‘슬픈 연가’의 오두막 세트장이 있는 곳이다. 극중 혜인과 준영의 비밀 아지트 장소로,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인 탓에 올 봄 철거될 세트장이라 지도에도 안 나오고 도로에는 별다른 표지판도 없다. 드라마 제작진에게 이런 곳을 알려준 사람이나, 용하게 알고 찾아온 연인들이나 모두 참 대단하다.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사랑하고픈 연인들, 여기 호숫가를 찾고도 가슴 뛰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청원군 쪽에서 청남대 매표소를 지나 509번 도로로 내려오든지, 추동 쪽에서 4번 국도를 통해 아래쪽을 돌아 올라오면 회남면 코스에서 만나게 된다. 회남면 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울창한 숲터널로 숨어드는 맛이 있다. 한낮에도 길이 어두울 정도. 대신 호수와 제법 오랫동안 헤어져야 한다. 내친 김에 회남대교를 건넌다면 나름대로 대청호를 일주했다 해도 무방할 듯하다. 하지만 하루로는 시간이 빠듯하다.

Tip. 
대청호 드라이브 하루 코스
제안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 대청호로 향한다면 정오 무렵 식사를 하고 추동 쪽 드라이브를 시작하는 게 좋다. 그 다음 대청댐 방향으로 차를 돌려 청원군 현도면과 문의면 쪽 코스로 향할 것. 현암사와 문의문화재단지를 둘러보고 청남대 매표소 부근에서 민물 매운탕으로 저녁 식사를 한다. 거기서 대전시까지 되돌아나올 필요 없이 문의교까지 되돌아오면, 문의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청원 IC로 빠지는 길이다.

가는 길
경부고속국도 신탄진 IC ->두 번째 신호에서 17번 국도로 좌회전 -> 1km 직진해 대청길로 우회전 -> 강변길 2.5km를 가면 대청댐 보조댐 (서울에서 2시간 30분 소요)

호수 위를 유유히 떠있는 나룻배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호수의 그림 두 편' 전경.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호수 위를 유유히 떠있는 나룻배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호수의 그림 두 편' 전경. 2005년 4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맛 집
호수의 그림 두 편 : 추동 쪽 코스로 접어들어 1km 정도 가면 나오는 삼정동의 호숫가 레스토랑 겸 카페. 만수 때는 코 앞까지 물이 차오른다.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호수와 너무 잘 어울린다. 주인장이 직접 띄워 놓은 나룻배 한 척이 낭만을 더하는 곳. 

대청호 가든 : 청남대  매표소 부근의 대표적인 민물 매운탕집. 인공호수인 대청호가 생기기 전 이곳 사람들은 원래 강마을 사람들이었다. 마을이 호수에 잠기면서 지금은 호수 주변에서 민물 매운탕집을 많이 운영한다. 대청호 가든은 그 중에서도 풍광 좋고 맛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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