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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호수 드라이브] 짧고도 강렬했던 10분간의 데이트, 운문호
[호수 드라이브] 짧고도 강렬했던 10분간의 데이트, 운문호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4.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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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운문호 풍경. 2005년 4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운문호 풍경. 2005년 4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청도] 고인 물이 흐르는 물처럼 깨끗할 수는 없는 법. 그러나 운문호를 두 눈에 담는 순간 가끔 자연의 섭리도 거스르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이 수면을 후후 불어까슬까슬한 파도를 만들어내는 옥색빛 호수. 1급수의 청정호 운문호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청도읍에서 20분쯤 달렸을까? 운문사를 간다며 금천면 소재지에서 우회전을 해서 69번 지방도로 들어섰다. 갑자기 나타난 옥색빛 물결. 이 물빛을 어디선가 본 듯 한데…. 옳거니 청학동 지리산 계곡에 가둬놓은 저수지 물이 그랬고, 캐나다 로키산맥의 에메랄드빛 호수 ‘레이크 루이즈’가 그랬다.

오묘한 빛깔은 수심을 나타내는 듯 햇빛이 비치는 위치에 따라 2가지 색이 되었다가 3가지 색이 된다. 어느 미술학도의 팔레트처럼 녹색에 파랑을 섞었다가 검정을 섞었다가 여린 갈색을 섞는다. “혹시 여기 바다 아니예요?”

운문댐 관리사무소. 옆에는 자그마한 벤치가 있는 휴식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2005년 4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운문댐 관리사무소. 옆에는 자그마한 벤치가 있는 휴식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2005년 4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병풍처럼 둘러쌓인 산을 보고서도 어이없는 질문을 해본다. ‘어떻게 고인 물이 이런 물빛을 만들 수 있겠어?’ 라는 생각 때문에. 어느덧 차창에 코와 이마가 다닥 붙어버렸다. ‘정말 아름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꽃샘바람이 고요한 호수를 자꾸만 성가시게 군다.

하얀 포말과 함께 일어난 파도는 바람에 실려 물가에 피어난 갈대를 적셨다가 유유자적 먹이를 찾는 철새들을 멀미나게 뒤흔든다. 손이 근질근질하니 카메라 위로 올라갔다. 저 물빛과 산과 파란 하늘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차 좀 세워주세요. 그렇지만 솔직히 운문호는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차 세우기가 만만치가 않다.

북대암에서 내려다 본 운문사의 전경. 2005년 4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북대암에서 내려다 본 운문사의 전경. 2005년 4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변변한 갓길도 없는 왕복 2차선. 겨우 차를 세울 수 있었던 곳은 댐 관리사무소가 있는 주차장에서였다. 읍에서 운문호로 들어오다 보면 운문댐 둑에 팔각정이 있는데 그곳은 지나치고 말았다. 대구와 경산, 영천과 청도에 사는 경남도민들이 마시는 식수원 운문호.

97년도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상업적으로 배를 띄울 수 없다. 물론 근처에 식당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수질검사를 위해 띄우는 배 한척만이 고요한 선착장을 지키고 있다. 봄이 무르익을 때면 운문호 주위로 벚꽃과 키 작은 노란 꽃이 피어오를 것이다. 운문사 가기 10분 전, 운문호와의 데이트는 짧고도 강렬했다.

Tip.
경부고속국도 경산 IC -> 왼쪽 진량 방면 -> 자인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69번 지방도 -> 학교가 보이는 3거리에서 우회전 -> 919번 지방도 -> 동부4거리에서 좌회전 ‘운문’ 표지판을 보고 달려 운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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