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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1박2일 데이트코스] 합천 드라이브의 낭만, 벚꽃길 호수에 바람 깃든 연인들의 코스
[1박2일 데이트코스] 합천 드라이브의 낭만, 벚꽃길 호수에 바람 깃든 연인들의 코스
  • 이수인 기자
  • 승인 2006.04.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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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해인사 대장경판.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해인사 대장경판.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여행스케치=합천] 굳이 바리바리 여행가방을 싸기도, 여행에 맞는 차림새를 갖추기도 번잡스럽다. 이 봄날이 당신을 유혹하거든 춘정에 못이기는 척 연인의 손을 이끌고 무작정 떠나보자.

첫째날 14:00~17:00
해인사

봄에는 벚꽃길, 가을에는 단풍길로 명성이 자자한 해인사로 향하는 도로는 낭만 만점의 드라이브 코스. 길옆으로 내려다보이는 다랭이밭에는 보리가 푸릇푸릇 솟아올랐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길을 따라 해인사 주차장까지 가는 4km는 수령이 오래된 벚꽃나무가 장관이다.

커다란 가지가 꼬불꼬불 꼬여있는 것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저곳에 서있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해인사 진입로를 따라 올라가는 왼편으로 매화산이 함께 한다. 골 깊은 매화산을 바라보자니 ‘이런 게 바로 원시림이구나’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법보종찰 해인사의 대적광전 앞마당.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법보종찰 해인사의 대적광전 앞마당.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처음 방문해보는 사람들에게 해인사는 당황스럽다. 매표소인 홍류문에서 입장료와 주차료를 내는데 유명 사찰이라지만 너무 비싸다. 계속 진입하면 생뚱맞게도 주유소가 나온다. ‘아니 절 속에 웬 주유소?’ 게다가 제1주차장 주변으로는 관광호텔을 비롯해 음식점과 숙박시설들이 즐비하다.

분명 절 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들은 다 무언가 싶다. 성보박물관 앞에 차를 세우고 해인사까지 1km는 걸어 올라갔다. 잘 닦인 길을 천천히 오르는데 천년 넘은 고찰답게 길섶의 고목들이 울창하다.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을 향해 솟은 졸참나무 가지 위로 ‘겨우살이’ 혹은 ‘더부살이’라 불리는 기생식물이 새집처럼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새들이 옮겨다 놓은 씨앗이 오래된 나무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것이란다.

이 문을 통해 장경각으로 들어선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이 문을 통해 장경각으로 들어선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휑한 나무 가지 위에 겨우살이만이 연초록빛을 띠며 살아있는 것 같아 신기하다. 팔만대장경 목판이 보관되어 있다는 장경각에 들어섰다. 운 좋게 개방시간에 맞춰 들어갈 수 있었다. 법조전 마당에는 방문객들이 안내원을 따라다니며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다.

한때 화재를 우려해 목판을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금세 곰팡이가 슬고 갈라져 다시 돌려놨다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장경각 내에는 벌레들도 살지 못한다고 자랑한다. 그 말을 듣고 처마를 올려다보는데 한쪽에 거미줄이 쳐져 있다.

장경각은 안내원을 따라 개방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장경각은 안내원을 따라 개방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이상과 현실 사이에 이런 재밌는 구석이 있는가 보다. 꼼꼼히 둘러보려면 꼬박 하루가 걸릴 만큼 해인사는 크고 넓다고 한다. 불교에 대해 까막눈이어서일까? 팔만대장경을 보고 나자 해인사를 다 둘러본 것 같아 해지기 전에 내려가자며 발길을 돌렸다.

학사대를 지나 갓길로 빠져 용탑선원쪽으로 내려오는데, 넓은 운동장에 농구대와 축구 골대가 서있다. 행락객들이 이곳까지 찾아와 공을 찼을 것 같지는 않고 아마 스님들의 운동장인가 보다.

승복을 걷어붙이고 골을 좆아 뛰어다니는 비구들을 상상하자니 영화 <달마야 놀자>가 생각나면서 피식 웃음이 난다. 이런 사찰에 오면 굳이 불자가 아니라도 소원 하나쯤은 빌고 가는 것이 예의일 듯싶어 길가 작은 돌탑 위에 돌멩이 하나를 얹어본다.

황매산의 바위산 모산재.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황매산의 바위산 모산재.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둘째날 10:00~13:00
합천호 & 영상테마파크

해인사 주차장 주변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에는 황매산 쪽으로 향했다. 합천읍 방면으로 차를 몰고 가다보면 합천호로 이어지는 황강 상류를 만난다. 꼬불꼬불한 산도로를 끼고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시원하다.

합천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합천 영상테마파크가 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세트장 옆으로 최근에 드라마 <서울 1945>의 세트장이 지어졌다. 일제강점기의 경성역을 비롯한 반도호텔, 총독부 건물 등이 사실적이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서울1945'의 촬영장. 마침 한창 촬영 중이었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서울1945'의 촬영장. 마침 한창 촬영 중이었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합판으로만 지어진 <태극기…>의 세트장에 비해 견고하고 튼튼하게 지었다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마침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다.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엑스트라들이 반도호텔 주변에 모여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합천호가 고즈넉하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합천호가 고즈넉하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벚꽃이 만발한 백리 벚꽃길 풍경. 2006년 4월. 사진제공 / 합천군청
벚꽃이 만발한 백리 벚꽃길 풍경. 2006년 4월. 사진제공 / 합천군청

잡담을 하고 있는 그들 사이를 지나가는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다시 황강 줄기를 탔다. 백리에 달하는  합천호 일주도로는 다니는 차가 거의 없어 여유있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쉬어 갈만한 벤치들이 황강을 마주보고 있다.

합천읍에서 시작한 벚꽃나무 길이 이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이름하여 ‘백리 벚꽃길’. 매년 4월초에는 이 길을 따라 ‘벚꽃마라톤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백리나 달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아름다운 산야가 이렇게 유혹하는데 힘들면 어디든 앉아 쉬어간들 어떻겠는가.

신라의 옛 절터로 추정되는 영암사지. 왼편으로 쌍사자 석등이 보인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신라의 옛 절터로 추정되는 영암사지. 왼편으로 쌍사자 석등이 보인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13:00~14:30
영암사지 & 바람흔적 미술관

둔내리쪽으로 차를 몰아 신라시대의 옛 절터로 알려진 영암사지에 도착했다. 영암사지 입구에 차를 세우고 올라오는데 600년이나 된 느티나무 한 그루 서 있다. 이 나무는 영암사지의 흥망성쇠를 이 자리에서 지켜보았을 것이다.

옛 절터를 복원한다고 축대를 쌓아놓은 모습도 보였다. 영암사지에서 10여분을 내려가면 철제로 만든 커다란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빨간 줄무늬 건물을 만나게 된다. 연인들과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한다는 바람흔적미술관이다.

바람흔적미술관에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 미술관 화장실 낙서에 '바람이 아니라 돛의 방향이 항로를 결정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바람흔적미술관에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 미술관 화장실 낙서에 '바람이 아니라 돛의 방향이 항로를 결정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2006년 4월. 사진 / 이수인 기자

언뜻 보면 이색적인 카페 같기도 하다. 대기마을의 도로에 인접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바람흔적미술관에서는 1년 내내 좋은 전시회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지금은 일러스트레이션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사람 없는 평일이어서일까? 전시장 불이 꺼져있다.

2층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다. 하지만 서빙하는 사람이 따로 없어 직접 차를 타서 마시고는, 사용한 컵은 씻어 놓아야 한다. 한쪽에 ‘미친차’라 불리는 한방차가 담긴 단지가 있는데, 가스레인지에 데워 마실 수 있다.

다른 차에 비해 비싸지만 맛은 별로다. 찻값은 가운데 있는 절구 속에 양심껏 넣으면 된다. 단성IC를 빠져나간다. 정말 바람처럼 무작정 떠나온 여행이었다.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그곳에 그동안 몸과 마음을 부풀게 했던 봄바람의 흔적을 두고 왔을까 궁금해진다.

Info 가는 길
해인사IC 가야산 방향 → 해인사 → 26번 국도 → 묘산 삼거리에서 24번 국도 → 합천읍 남정교에서 15km 지점, 영상테마파크 → 합천댐 → 가회면 방향 → 영암사지 → 바람흔적미술관 → 단성IC

주변정보
숙박 _ 해인사 주변으로 관광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숙박시설이 많다. 해인사를 나와 성주 백운동 온천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맛집 _ 황태촌. 황태구이와 황태찜이 전문. 현지인들에게 더 유명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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