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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강원 영월 (1)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강원 영월 (1)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6.07.19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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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임금의 넋이 서린 곳으로 가다
[여행스케치=강원] 영월 땅에는 비운의 임금 단종의 자취가 깊게 새겨져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0년이 넘은 시점에도 슬픈 사연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영월 사람들은 아직도 단종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서 충절의 고장으로 불리는 강원도 영월을 찾아가는 일은 단종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과 맞물린다.

 

영월 청령포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역사를 잇는 교두보, 영월5일장
영월역에서 몸을 내리면 70년대 풍경이 남아있는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마을을 보게 된다. 과거 동강 물줄기를 따라 뗏목꾼들이 드나들던 커다란 포구가 있던 곳이다. 그 시절에는 동강에 뗏목이 가득했고, 강변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이 붐볐다.

지금은 뗏목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덕포리 강변에는 4, 9일마다 장이 선다. 딱히 규모가 크지 않고 대단한 살거리가 있지도 않지만, 다양한 물건과 이야기 거리가 모인 시골장터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영월역 인근의 덕포리에서는 5일마다 장이 열리며 여러 물건과 이야깃거리가 모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살 사람이 있을까 싶은 골동품을 팔러 온 장사꾼, 싸구려 옷을 걸어놓고 호객을 하는 사람, 농작물ㆍ해초류 등을 잔뜩 갖고 나온 장꾼들. 옛날, 보부상들이 물물교환을 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스쳐지나가는 재미가 있다.

장터의 최고 재미는 역시 먹을거리다. 강원도의 장터답게 메밀부침, 메밀전병, 감자전이 있고, 큰 가마솥에 옛날식으로 통닭을 튀기는 곳도 있다. 아무 것도 사지 않더라도 면박을 주는 이 하나 없는 영월5일장에서는 저렴한 즉석 음식들을 즐기기만 해도 충분하다.

여인들의 충절이 남은 곳, 금강정과 창렬암
“금강정 오른편의 절벽을 영월 사람들은 낙화암이라고 불렀지요. 조선후기 영월부사를 지낸 조하망이 ‘그들은 충절을 지킨 것’이라는 의미로 ‘창렬암’이라는 명칭을 다시 지었답니다.” (전순희 영월군 문화관광해설사)

금강정은 영월 선비들이 풍월을 읊던 장소이나, 단종 사후에 궁인들이 목숨을 던진 슬픈 사연이 남아있기도 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장터를 벗어나기 전에 동강 건너편의 바위 병풍을 살펴보면 정자가 하나 보인다. 정자에 앉아 푸른 동강과 영월의 명산인 계족산, 태화산 정취를 조망할 수 있는 금강정이다. 강을 건너가기 전에 먼저 바라봐야하는 이유는 금강정 오른편에 깎아지른 절벽으로 남은 창렬암 때문이다.

창렬암은 단종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임금을 따르던 궁인들이 몸을 던져 목숨을 버린 곳이다. 그 수가 어마어마하여 강물에 뜬 시체가 온 강을 가리고, 하늘도 노했는지 비와 천둥이 밤새도록 내리쳤다고 한다.이를 알게 됐다면 금강정 뒤편 언덕에 있는 민충사에서 단종을 위해 몸을 던진 궁인들의 넋을 기리고 돌아서길...

영월의 새로운 식구, 라디오스타 박물관
금강정 바로 옆에 2006년 상영작인 영화 <라디오스타>와 관련된 박물관이 있다. 영화의 배경이었던 (구)KBS 영월방송국이 있던 자리다. 2004년 10월을 마지막으로 방송국으로서의 역할을 끝냈던 영월방송국은 <라디오스타>로 인해 촬영명소가 되었고, 2015년 라디오스타 박물관으로 개관하며 새 생명을 얻었다.

(구)영월방송국을 개조해 각종 라디오 관련 체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라디오스타 박물관. 사진 / 노규엽 기자

<라디오스타>는 한때 영월을 찾아오는 여행객들의 로망이었다. 관객수 180만 정도로 크게 흥행은 하지 못한 영화였음에도, 촬영지 투어를 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영월 사람들은 촬영지였던 가게들에 간판을 하나씩 달아놓으며 볼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지금은 라디오스타의 흔적이 많이 사라지고, 라디오스타 박물관이 새로운 명소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릿적 사용했던 라디오들을 볼 수 있고, 라디오 기기 제작과 라디오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해보는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방송에 관심이 많은 아이와 함께라면 꼭 한 번 찾아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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