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강원 영월 (2)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여행, 강원 영월 (2)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6.07.22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을 사람 모두 그 분을 받들고 있네
[여행스케치=강원] 영월 땅에는 비운의 임금 단종의 자취가 깊게 새겨져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0년이 넘은 시점에도 슬픈 사연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영월 사람들은 아직도 단종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서 충절의 고장으로 불리는 강원도 영월을 찾아가는 일은 단종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과 맞물린다.

 

관풍헌 앞쪽의 자규루는 단종이 소쩍새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자신의 처지와 견주어 자규사를 지은 일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단종이 한 많은 생을 마감한 곳, 관풍헌
지금은 빌딩도 제법 서있는 읍내의 중심부에 타임머신이 소환된 것만 같은 관풍헌과 자규루가 있다. 원래는 조선 초기에 지어진 관아 건물들이지만, 영월에서는 단종의 한이 서린 곳으로 더 의미가 있다.

단종의 첫 유배지는 청령포였으나, 때는 여름이라 장마로 섬이 범람할 위험이 있어 단종은 관풍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단종의 또다른 숙부인 금성대군이 단종의 복위를 모의하다 또다시 발각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세조의 신하들은 ‘완전한 해결’을 촉구했고, 결국 세조는 자신의 입으로 조카의 사사를 명한다. 이로써 단종은 짧고도 한 많았던 생을 마감하고, 관풍헌 마당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향년 17세, 피어보지도 못한 소년 임금의 죽음에 영월 사람들은 통곡을 금치 못했다고 전한다.

한편, 야사에 따르면 금부도사 왕방연이 사약을 들고 관풍헌을 찾았으나, 차마 어린 임금에게 명을 전하지 못하고 그저 울었다고 한다. 그때 출세에 눈이 먼 관청의 하인 공생이란 자가 단종을 뒤에서 활줄로 목을 졸라 죽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Info 관풍헌
주소 강원 영월군 영월읍 관풍헌길 34-1

17세의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단종의 능. 사진 / 노규엽 기자

묏자리마저 안타까운 어린 임금
“장릉은 조선의 왕릉 중 한양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봉분 좌우에 세우는 망주석에도 유일하게 세호(細虎)가 없는 등 여느 조선 왕릉들과 구조적으로 다른 점이 많죠.” 장릉관광안내소의 이갑순 문화관광해설사가 마지막까지도 서러웠던 단종의 묏자리에 대해 안타까운 내색을 비친다.

반역죄로 몰려 죽은 단종은 시신을 눕힐 자리도 얻을 수 없었다. 단종을 애지중지했던 영월 사람들도 세조의 노여움이 두려워 차마 시신을 수습할 수 없었던 것. 그러자 영월의 호장 엄흥도와 정사종이 나섰다.

장릉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솔숲. 최근의 장릉은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장소가 되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그들은 밤을 틈타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고, 시신을 안장하기 위해 엄흥도 가문의 선산을 올랐다. 그러던 중 노루가 쉬고 있어 눈이 녹아있던 자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시신을 얹은 지게가 그때부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두 사내는 이곳이 어린 임금님이 원하는 자리라는 생각을 하여, 그곳에 단종의 무덤을 만든다. 물론 어느 누구에게도 장소를 알리지 않은 채….

그리고 200년이 흘러 숙종 때에 이르러서야 명예를 회복하고 노산군 대신 단종이라는 묘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오랜 세월이 흘러, 기존 왕들의 무덤 기준에 맞춰 능을 새로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짧은 생애동안 박복했던 어린 임금은 잠든 자리마저 불편하게 남은 것이다.

그래도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세계유산에 지정되면서 장릉의 입지도 한층 높아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힐링을 선호하면서 장릉이 영월군민과 관광객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500년 넘은 세월이 지나, 사람들이 자신의 무덤가에서 쉬고 있는 모습에 어린 임금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지…. 애달픈 그를 위해 무덤 앞에서 잠시 고개를 조아린다.

Info 장릉
입장료 어른 1400원, 청소년/군인/어린이 1200원
주소 강원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90

Tip
1. 단종의 발자취를 쫓는 형태로는 청령포-관풍헌-장릉 순으로 이어야 하나, 버스시간에 따른 시간낭비를 피하려면 관풍헌-장릉-청령포 순으로 찾아가는 것이 낫다.

관풍헌을 본 후 장릉으로 갈 때는 영월터미널 사거리 인근의 김약국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이용한다. 장릉에서 청령포로는 버스 이동이 쉽지 않아, 영월 저류지 수변공원을 산책하는 방법을 택했다.

김약국->장릉 버스시간
05:55 06:15 06:45 07:06 07:21 08:06 08:36 09:06 09:46 10:06 11:26 12:06 13:26 13:36 13:46 13:56 14:26 14:56 15:16 15:51 16:26 17:06 17:11 17:36 18:11 18:16 18:36 19:06 20:06

2. 영월역과 영월버스터미널 사이, 영월초등학교 인근에 이야기가 있는 벽화가 그려진 골목이 있다. 이곳에는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모델로, 또는 화가로 참여하여 벽화 및 조형물을 남겼다. 관풍헌에서 장릉으로 이동하기 전에 시간이 있다면 골목에 들러 구석구석 숨겨진 조형물들을 찾아보자.

3. 청령포는 배를 이용해 오가는 곳이므로, 특히 시간에 유의해야 한다. 마지막 입장시간은 오후 5시이고, 오후 6시 이전에는 반드시 배를 타고 나와야 한다. 청령포에서 영월읍으로 향하는 버스도 많지 않으므로, 버스시간도 체크하여 청령포 관람을 하도록 하자.

청령포->영월버스터미널 버스시간
08:07 10:30 14:05 16:45 18:11

※영월읍 내를 오가는 버스들 중에 미니버스(일명 유치원 버스)로 운행되는 노선도 있다. 일반적인 모습의 시내버스를 기다리다 버스를 놓칠 수도 있으므로, 이 점을 유의하도록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