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까치와 엄지가... 울진 시골마을의 시간여행
까치와 엄지가... 울진 시골마을의 시간여행
  • 박정웅 기자
  • 승인 2021.09.24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매화면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 느릿한 걸음의 골목여행
경북 울진군 매화면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의 '공포의 외인구단' 등장인물들. 사진 / 박정웅 기자
경북 울진군 매화면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의 '공포의 외인구단' 등장인물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의 3구간 '러브로드'.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의 3구간 '러브로드'. 사진 / 박정웅 기자
옛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매화마을. 사진 / 박정웅 기자

[여행스케치=울진(경북)] 경북 울진의 작은 마을이 시간여행으로 뜨겁다. 1980년대 한국 만화계를 강타한 ‘까치’와 엄지가 만화거리로 돌아오면서다. 매화면의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는 만화 거장 이현세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골목길은 이현세의 만화세계로 안내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해 ‘남벌’ ‘누구라도 길을 잃는다’ 등의 작품이 벽화로 돌아왔다. 

매화마을의 시간여행은 또 있다. 고택, 약방(약포), 구옥, 양조장, 예배당, 다방, 5일장 등 오래된 것들이 눈에 띈다. 오래된 것들은 살아 숨 쉬고 있든 명맥을 다했든 간에 그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다.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서 낡거나 빛바랜 것들을 만난다는 건 정겨운 일이다. 다시 찾은 만화방(만화도서관)에서의 정감 역시 그렇다.

이곳은 매향(梅香) 그윽한 마을이다. 매화나무가 워낙 많아 마을 이름을 원남면에서 매화면으로 고쳐지었다. 왕피천에 합류하는 마을 앞 개울 이름도 매화천이다. 천변에는 매화나무가 지천이다.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의 '공포의 외인구단' 벽화만화.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의 '공포의 외인구단' 벽화만화.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의 벽화만화.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의 벽화만화.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의 벽화만화. 사진 / 박정웅 기자

까치와 엄지의 추억,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
매화면은 여느 시골처럼 고향을 떠난 이들이 많았다. 마을은 늙었고 빈집은 늘어났다. 그러던 매화마을이 이현세 만화거리로 활력을 되찾았다. 만화거리는 2018년 마을공동체 활성화 취지의 마을재생사업인 ‘경북형 행복씨앗마을 주민공모사업’에 선정됐다. 

마을민의 노력이 있었다. 공모사업 선정에 앞서 주민들은 2016년부터 만화거리를 조성해왔다. 여행객이 마을을 찾아왔고 골목은 활기를 띄었다. 마을공동체가 되살아나면서 매화마을은 2020년 농협 주관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전국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지난 8월에는  KBS 1TV '김영철의 동네한바퀴'가 매화마을을 찾았다.

이현세 만화거리 남벌열차 카페와 공포의 외인구단 캐릭터 입상 조성기념 동판.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만화도서관의 이현세 작품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만화도서관의 이현세 작품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만화도서관 입구의 캐릭터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만화도서관 입구의 캐릭터들. 사진 / 박정웅 기자
남벌열차카페. 사진 / 박정웅 기자
남벌열차카페. 사진 / 박정웅 기자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브론즈상. 사진 / 박정웅 기자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브론즈상. 사진 / 박정웅 기자

매화 이현세 만화거리는 이현세 만화가의 작품사용권을 공식 승인받아 조성된 벽화만화 거리다. 이 작가의 작품을 만화와 영화로 접했던 이라면 젊은 날의 추억에 빠져들 수 있다. 대형 창고 벽면에는 ‘공포의 외인구단’ 등장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가장 주목받는 캐릭터는 역시 ‘까치’와 ‘엄지’다. 3구간을 러브로드로 명명한 이유가 있다.

마을 어귀의 복지회관에는 만화도서관이 있다. 입구 벽면에는 이현세 만화의 명장면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만화방에는 이현세 화백이 증정하거나 만화도서관이 구입한 2000여권의 다양한 만화들이 있다. 만화도서관은 무료 개방한다. 

러브로드가 시작하는 쪽에는 남벌열차카페가 있다. ‘남벌’은 이현세의 1990년대 초반 대표작이다. 한일간의 가상 전쟁극화로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현세 화백은 ‘남벌’에 과거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제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일본 극우세력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담았다. 남벌열차 뒷마당에는 오혜성, 마동탁, 엄지 등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브론즈상이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한 동해약포. 사진 / 박정웅 기자

낡은 것들의 아름다움, 정감 넘치는 골목여행
벽화만화를 따라 자연스레 골목여행이 이어진다. 골목여행은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엣 간판을 달고 있는 약방이며 둥치 큰 잣나무 그늘에 놓인 옛 양조장이 인상적이다. 낡은 함석이나 슬레이트 지붕을 인 집들 사이로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옛 동서약방 고택은 일본식 가옥으로 오랜 세월 속에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마당의 이끼 정원과 나무들은 정성스레 가꿔져 있다. 대문이 없어 누구나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영동이네 옛집은 70~80년 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엣집(주인 김영동)을 마을에서 기증받아 마을민의 성금으로 복원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서민 가옥과 일본식 목조 가옥 형태가 섞여 있다. 

오래된 예배당. 사진 / 박정웅 기자
교회의 오래된 종탑. 사진 / 박정웅 기자
영동이네 옛집. 사진 / 박정웅 기자
영동이네 옛집. 사진 / 박정웅 기자

또 오래된 예배당, 옛 모습 그대로 영업 중인 다방과 중국집, 정감 가득한 매화전통시장(5일장), 둘이서 한 나무인 듯한 쌍디은행나무(쌍둥이은행나무) 앞에서 걸음은 절로 멈춘다. 

매화마을의 옛스러움은 불편한 구석이 없다. 그 모습이 자연스럽고 단정하기까지 해 눈이 편안하다. 포근한 느낌의 마을은 추억의 만화를 품었다. 매화마을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걸음은 느릿하다.

박정웅 기자 sutra@daum.net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