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권다현의 아날로그 기차여행] 하늘 아래 첫 기차역, 태백 추전역
[권다현의 아날로그 기차여행] 하늘 아래 첫 기차역, 태백 추전역
  • 권다현 여행작가
  • 승인 2021.11.12 0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 아래 첫 기차역, 추전역 전경.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하늘 아래 첫 기차역, 추전역 전경.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여행스케치=태백] ‘검은 진주’로 불릴 만큼 석탄이 귀한 대접을 받던 시절, 조금이라도 빨리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선로를 건설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찻길 한복판에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추전역이 자리한다. 해발 855m, 웬만한 산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높이다. 석탄산업은 이제 저물었지만 하늘 아래 첫 기차역은 여전히 제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섰다.

‘검은 진주’의 도시 태백에서 생산되는 석탄을 조금이라도 빨리 실어 나르기 위해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기찻길이 놓였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추전역이 자리한다. “한여름에도 난로를 피운다”는 추전역은 웬만한 산보다 높은 해발고도 855m 자랑한다. 이제 석탄산업은 저물었지만 한겨울에는 눈부신 설경을 자랑하는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되고, 중부내륙순환열차 덕분에 추전역이 간직한 특별한 이야기를 찾아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근처 태백체험공원에 가면 화려했던 태백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다. 이웃 고한역에서 마을 전체가 호텔이 되는 특별한 하룻밤을 경험해 봐도 좋겠다.

추전역을 지나는 화물열차.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추전역을 지나는 화물열차.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적설량을 재는 나무기둥.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적설량을 재는 나무기둥.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추전역에서 바라보이는 매봉산 바람의 언덕.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추전역에서 바라보이는 매봉산 바람의 언덕.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한여름에도 난로를 피운다는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1981년 강원도 삼척군 장성읍과 황지읍이 통합돼 출범한 태백시는 ‘검은 진주’의 도시로 불렸다. 석탄이 주요 에너지였던 시대, 50여개 광산이 운영됐던 태백은 전국생산량의 30%를 차지했다. 캐도 캐도 끊임없이 나오는 석탄 덕분에 “개도 천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만큼 경제적으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태백에서 생산되는 석탄을 조금이라도 빨리 실어 나르기 위해 1973년 정선 고한역에서 태백 황지역(현 태백역)을 잇는 15km 길이의 철로가 만들어졌다.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이 노선이 만들어진 후에야 영월선, 함백선, 고한선으로 불리던 태백선은 비로소 제 이름을 얻게 되었다. 험준한 산악지형을 지나다보니 당시 남한에서 가장 긴 4,505m의 정암터널도 탄생했다. 이 터널을 지나면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추전역을 만난다.

추전역에 전시된 광차.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추전역에 전시된 광차.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매봉산 바람의 언덕을 떠올리게 하는 풍차.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매봉산 바람의 언덕을 떠올리게 하는 풍차.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추전(杻田)이란 이름은 예부터 싸리밭골로 불렸던 것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추전역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한국에서 제일 높은 역, 해발 855m’라고 적힌 표지석이다. 북한산 백운대가 836m이니 웬만한 산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높이다. 자동차로 추전역을 오르면 그 높이가 더욱 실감난다. 구불구불 아찔한 경사를 몇 번이나 견뎌야 하늘 아래 첫 기차역에 이를 수 있다. 해발고도가 제일 높은 만큼 연평균 기온은 한국의 기차역 가운데 가장 낮다. 

추전역에서 근무한 역무원들 사이에선 “한여름에도 난로를 피운다”, “한여름에도 선풍기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눈도 가장 많이 내리는 역이어서 역무실 앞마당에 적설량을 재는 나무기둥이 세워져 있다. 그 기둥 끝에 적힌 숫자가 1m인 것만 보아도 추전역의 겨울이 얼마나 혹독할지 짐작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태백선을 오가는 모든 비둘기호는 물론 통일호와 무궁화호도 한두 대씩 추전역에 멈춰 섰다. 그러나 석탄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1995년, 마침내 여객취급이 중지됐다. 화물열차만 오가는 썰렁한 기차역이 다시 활기를 얻게 된 건 눈이 많이 내리는 태백선의 특징을 활용한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되면서부터. 하얀 눈에 파묻힌 기차역이 빚어내는 낭만적인 설경에 인적 드물었던 기차역은 색다른 겨울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추전역 대합실에 마련된 역무원 제복 체험.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추전역 대합실에 마련된 역무원 제복 체험.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이들을 위해 역무실 내부엔 역무원 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뒀다. 2013년부터는 중부내륙순환열차(오트레인 O-Train)가 정차해 추전역이 품은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근처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 인기를 끌면서 기차역 한편에 풍차도 세워졌다. 추전역 풍경을 담은 시비도 일부러 찾아온 이들에게 서정적인 감상을 더한다.   

추전역 표지석.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추전역 표지석.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INFO 추전역
주소 강원 태백시 싸리밭길 47-63

광부들이 가족과 함께 생활했던 탄광사택촌.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광부들이 가족과 함께 생활했던 탄광사택촌.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실감나게 재현된 광부들의 탈의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실감나게 재현된 광부들의 탈의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과거 석탄산업의 현장을 돌아볼 수 있는 태백체험공원.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과거 석탄산업의 현장을 돌아볼 수 있는 태백체험공원.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태백의 화려한 시절을 돌아보는 태백체험공원
태백에서도 제법 큰 규모를 자랑했던 함태탄광이 폐광된 자리에 들어선 태백체험공원은 생생한 사진과 자료, 실감나는 재현을 통해 당시 석탄산업 현장과 광부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옛 모습 그대로 생생하게 재현된 탈의실과 샤워실, 장화세척실은 매일 막장을 드나들어야 했던 광부들의 고단한 하루를 짐작케 한다. 

옛 생활모습이 그대로 재현된 탄광사택촌 내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옛 생활모습이 그대로 재현된 탄광사택촌 내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시커먼 탄가루로 범벅된 옷가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우리네 아버지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진폐증에 걸린 광부의 흉부방사선 사진이나 실제 갱도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한 목격자 진술서 등 가슴 뭉클해지는 자료들도 있다. 

체험공간도 다양하다. 2층 전시관에선 광부의 옷을 직접 입어볼 수 있고, 대규모 수갱시설이 자리한 갱도 내부도 관람 가능하다. 1층에선 작은 연탄을 만들어보는 이색체험이 이뤄진다. 또 현장학습관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탄광사택촌도 자리한다. 광부들이 가족과 함께 생활했던 공간들이 시대별로 재현돼 누군가에겐 향수를, 누군가에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광부의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공간.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광부의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공간.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INFO 태백체험공원
주소 및 전화번호 강원 태백시 소도길 9-11, 033-554-3905
이용시간 및 요금 하절기 09:30~17:30 동절기 10:00~17:00,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마을 전체가 호텔이 된 마을호텔18번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마을 전체가 호텔이 된 마을호텔18번가.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마을카페에서 갓 만든 신선한 조식.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마을카페에서 갓 만든 신선한 조식.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이웃 고한역에서 만나는 특별한 하룻밤   
추전역과 사북역을 잇는 정선 고한역에는 마을 전체가 호텔이 된 특별한 숙소가 자리한다. 추전역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자리한 마을호텔18번가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허물어진 빈집을 멋스런 호텔로 변신시켰다. 호텔이란 이름에 걸맞게 조식카페는 물론 비즈니스센터와 세탁실, 이발소까지 갖췄다. 

바로 옆 카페에서 매일 아침 신선한 음식을 만들고 컴퓨터와 프린터, 팩스를 갖춘 사무실이 투숙객들을 위한 비즈니스센터를 자처했다. 또 오래된 동네 세탁소와 이발관이 호텔 세탁실과 이발소를 대신하면서 이름 그대로 마을호텔이 탄생한 것. 이곳 마을 역시 옛 탄광의 기억을 간직한 곳이어서 추전역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기 제격이다.      

빈집을 활용한 마을호텔18번가 객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빈집을 활용한 마을호텔18번가 객실. 사진 / 권다현 여행작가

INFO 마을호텔18번가
홈페이지 https://hotel18.co.kr
주소 및 전화번호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2길 36, 070-4157-8487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