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영양] 숲길로 들어선 지 20여 분이 지나자 휴대폰 인터넷 막대그래프가 점선으로 변했다. 인터넷 먹통이 된 것이다. 휴대폰 인터넷이 안 터진다는 것은 ‘오지로 들어섰다’라는 뜻. 청정 지역의 숲길을 걸으며 느끼는 청량감과 경쾌한 행진곡으로 들리는 계곡의 물소리만으로도 오지 여행지임이 실감 나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를 찾았다.
마을 입구의 이정표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죽파리 장파경로당(마을회관)이다. 마을회관을 지나 삼거리가 나오면 우회전 방향으로 다리가 보이는 곳에 임시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주차장 입구에서 만난 마을 어르신은 “여기서부터 영양 자작나무 숲까지는 4.7km 구간이 임도로 조성되어 넉넉하게 다녀오려면 왕복 3시간은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명한 하늘로 하얗게 뻗은 순백의 자작나무
오르막이 거의 없이 평탄하게 조성된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계곡을 끼고 포토존 액자가 조성되어 있어 잠시 쉬면서 포토타임을 갖는 것이 좋다. 흐르는 계곡물과 자유롭게 뻗은 나뭇가지와 잎은 또 하나의 멋진 배경이 된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숲길은 걷다가 가끔 하늘을 올려 본다. 청명한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붉게 물들어가는 늦가을의 풍경을 바라보니 저절로 힐링 된다.
자작나무 숲길 중간중간에는 계곡을 배경으로 전망대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를 조성 중이다. 나무를 둥글게 감싼 벤치,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도 있어 여행자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드디어 계곡 너머로 자작나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땅으로부터 하얗게 뻗은 자작나무는 하늘로 올라가면서 가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살랑거리는 초록의 잎이 소리를 낸다. 자작나무 숲에도 두 개의 포토 액자가 세워져 있다. 자작나무 전경을 담을 수 있는 포토 액자와 자작나무 숲의 정취를 담을 수 있는 액자가 그것이다.
안동에서 지인과 함께 죽파리 자작나무 숲을 찾았다는 한 여행자는 “자작나무의 이국적인 모습에 반했다”라고 말하며 산책로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산책로는 정겹게 느껴지는 산길과 한 계단 한 계단 발걸음을 내디디며 주변을 감상할 수 있는 나무 계단 등으로 조성되어 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내 감성에 맞는 이국적인 포토존을 찾을 수 있으며, 그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오지에서의 캠핑과 밤하늘 별빛 야행
주말이면 오지 캠핑장인 영양수비별빛캠핑장이 북적인다. 코로나19로 캠핑 여행과 오지 여행의 영향도 있지만, ‘별 따는 영양, 오지 은하수 투어’ 프로그램 베이스 캠핑장이 되면서 주말이면 예약이 힘들 정도라고 한다.
‘별 따는 영양, 오지 은하수 투어’ 프로그램은 영양 국제 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영양 반딧불이 생태공원’ 별빛전망대에서 천체망원경과 개인 휴대폰으로 별 관측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성숙현 안동대학교 어학원 교수는 “낮에는 영양의 먹거리인 영양 산나물 비비고 체험, 영양 고추장 만들기 체험, 목공예 체험을 하고, 별이 잘 관측되는 그믐밤이면 별빛 샤워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자신의 핸드폰을 가지고 별자리를 관측하는 방법과 별 전문 해설사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별을 관측할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자들에게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라며 “내년에도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6회에 걸쳐 시범사업으로 진행된 ‘별 따는 영양, 오지 은하수 투어’ 프로그램은 한국관광공사의 2021 산·학·연·관 협력 지역관광 혁신 프로젝트의 하나이다.
이국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맹동산 풍력발전단지
영양의 이국적인 풍경을 담고 싶다면 맹동산 풍력발전단지를 추천한다. 맹동산길의 초입에 들어설 때만 해도 한 두 개 정도의 풍력단지가 도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맹동산 정상에 다다르면서는 이내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이국적인 장관을 만나게 된다.
바로 수십 기의 풍력이 낙동정맥을 따라 광활하게 펼쳐진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작은 실바람도 거대한 에너지를 만든다’는 영양 풍력발전단지는 영양군의 자연환경과 함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이 밖에도 주변 관광지로는 주실마을에 위치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 문학관, 통일신라 시대의 석탑으로 알려진 보물 제610호의 현리 삼층석탑은 국보 제187호인 산해리 오층모전석탑과 그 주변으로 예쁘게 조성된 코키아(핑크 댑싸리) 군락지도 포토존으로 잘 알려져 있다.
INFO 영양 국제 밤하늘보호공원
영양군 수비면 수하계곡 왕피천 유역 자연경관 보존지구 일부 지역을 포함하여 반딧불이 생태공원 일대 3백9십만㎡가 국제밤하늘협회(IDA)로부터 2015년 10월 31일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IDS Park)으로 지정되었다. 은하수, 유성 등 전반적으로 하늘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육안관측이 가능한 지역으로 육지에서는 가장 밝게 볼 수 있는 은밤(Silver급) 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