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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청춘을 다시 쓰다, 옛 화랑대역
청춘을 다시 쓰다, 옛 화랑대역
  • 권다현 여행작가
  • 승인 2022.01.13 0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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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의 마지막 역이었던 옛 화랑대역
다양한 볼거리 갖춘 화랑대철도공원으로
경춘선의 추억이 담긴 전시관으로 활용
서울시내에 남은 경춘선의 마지막 역이었던 옛 화랑대역.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서울] <춘천 가는 기차>의 목적지는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이었다. 그 시절 못 견디게 아름다운 청춘들을 춘천으로 실어 나르던 경춘선은 201012,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서울시내에 남은 경춘선의 마지막 역이었던 옛 화랑대역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철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아스라한 경춘선의 흔적을 돌이켜볼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청춘열차의 역사를 새롭게 이어가고 있다.

서울 청량리와 강원도 춘천을 잇는 경춘선은 201012월 폐선 될 때까지 70여년 동안 수많은 이들의 사연을 담고 강을 따라, 산을 따라 달렸다. 1939년 경춘선의 '태릉역'으로 처음 영업을 시작한 옛 화랑대역은 서울에 남은 보기 드문 간이역이다.

눈 내린 옛 화랑대역에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방문객들을 위한 기차카페.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비대칭의 이어내림 지붕구조가 희소할 뿐 아니라 장식적 요소가 돋보이는 포치가 건축적, 철도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2017년 화랑대철도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이곳은 경춘선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낸 전시관을 비롯해, 역사적인 협궤열차와 체코에서 들여온 트램 등 기찻길을 따라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밤에는 알록달록 조명으로 화려한 야경을 선사한다.

청춘의 또 다른 이름, 경춘선

서울 청량리와 강원도 춘천을 잇는 경춘선은 일제강점기였던 1939년 경춘철도주식회사에서 건립한 사설 철도다. 조선총독부가 이미 철도가 설치된 철원으로 강원도청을 옮기려 하자, 이에 반발한 춘천의 부자들이 사재를 털어 서울에서 춘천까지 연결하는 철도를 만든 것. 당시 건설된 철도 대부분이 일제의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한 것과 달리, 경춘선은 일본 중심의 행정에 반발해 조선의 자본으로 직접 만든 철도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옛 철길을 따라 걷는 산책길.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경춘선 열차를 재현한 포토존.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이렇게 민간자본으로 개통한 경춘선은 70여년 동안 수많은 이들의 사연을 담고 강을 따라, 산을 따라 달렸다. 누군가는 이 열차를 타고 춘천으로 데이트를 갔을 테고, 누군가는 낯선 까까머리로 지금은 사라진 춘천 102보충대로 향하며 이별의 눈물을 삼켰을 테다. 입석표로 명당인 객차 사이 공간을 차지하고는 소주를 마시며 통기타를 치던 이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1970~1990년대엔 대성리역과 강촌역이 대학교 MT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풋풋한 스무살들로 연신 북적였다. 당시엔 입석표를 무제한으로 판매하다보니 72석짜리 기차 한 량에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탑승해 열차와 바퀴 사이의 스프링이 주저 않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용객이 많은 경춘선이었기에 복선전철화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1999년에 착공된 경춘선 복선전철은 기존 철로의 절반을 활용해 11년만인 20101221일에 개통했다. 이전에 무궁화호가 하루 38회 운행했던 것에서 137회로 대폭 증가하면서 춘천에서 수도권으로의 출퇴근도 가능해졌다. 덜컹이는 레일 위를 달리던 경춘선은 20101220일 밤 103, 무궁화호 제1837열차가 청량리역을 마지막으로 출발하면서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

비대칭의 이어내림 지붕구조가 독특한옛 화랑대역.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현재는 운행을 멈춘 화랑대역.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서울에 남은 아름다운 간이역, 옛 화랑대역

옛 화랑대역은 1939년 경춘선의 '태릉역'으로 처음 영업을 시작했는데, 육군사관학교가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1958년 화랑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화랑대역은 1930년대에 지어진 간이역으로는 매우 특이한 모습을 가지는데, 당시의 간이역 대부분이 일자형 평면 위에 십자형 박공지붕을 얹은 것과 달리 비대칭의 이어내림 지붕구조가 희소하다. 또 전면의 출입구에 2개의 기둥이 세워진 포치를 두었는데, 철로변에 나 있는 출입구에도 포치를 두어 전체적으로 장식적 요소가 돋보인다.

옛 대합실에 마련된 전시공간.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경춘선의 추억을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내부는 대합실과 사무실, 숙직실로 나누어져 있으며 대합실은 다른 역사처럼 박공부분에 자리한다. 현재까지 외형과 내부도 원래의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고, 무엇보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경춘선 기차역이라는 서정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6년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됐다.

경춘선 이설과 함께 20101221일 폐역되었는데, 당시 역장이었던 권재희 역장이 나서 시낭송과 합창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했다. 경춘선 일반열차 운행 마지막 날이었던 1220일 오후 2시에는 종운 기념식도 열렸다. 이듬해 가수 윤종신의 <나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잠시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나, 폐역 이후 오랫동안 방치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옛 화랑대역을 밝히는 야간조명. 사진/ 권다현 여행작가

밤이 더욱 아름다운 화랑대철도공원

옛 화랑대역은 노원구에서 추진하던 경춘선숲길 조성공사에 포함되면서 2017년 철도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역사는 경춘선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낸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내부에 무궁화호 열차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이 마련돼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포토존으로 인기다. 승무원이 카트에 담아 팔던 사이다와 삶은 달걀도 정겹다. 또 옛 화랑대역의 마지막 역장이었던 권재희 역장의 유니폼을 비롯한 관련 기록물과 기증품도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옛 철길과 플랫폼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채워졌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옮겨온 협궤 증기기관차와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에 있던 대한제국 시절 서울전차의 복원품도 운치를 더한다. 체코 프라하에서 들여온 트램은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운영된다. 방문객들을 위한 기차카페도 자리해 잠시 걸음을 쉬어가기 좋다. 해가 저물면 화랑대철도공원은 더욱 화려한 빛깔로 옷을 갈아입는다. 불빛정원이란 이름으로 알록달록 야간조명을 밝히는데, 철로는 물론 플랫폼에 설치된 미디어트레인을 활용해 풍성한 빛의 축제를 이룬다.

INFO 옛 화랑대역

주소 서울 노원구 공릉동 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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