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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사진 맛집] 오묘한 사진 속 세상
[사진 맛집] 오묘한 사진 속 세상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2.08.17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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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서울] 계절이 넘어가는 문턱,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색다른 느낌의 남원과 제주, 부안에서 찾은 사진 명소들.  

연못에 비친 완월정 반영.
연못에 비친 완월정 반영.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야간이면 빛을 발하는 달 풍선.
야간이면 빛을 발하는 달 풍선.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매일 밤 뜨는 꿈같은 보름달 남원 광한루원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 깃든 남원 광한루원에는 밤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뜬다. 달이 하늘에 뜬 것이 아니다. 작은 연못 위에 세워진 수중누각 완월정(玩月亭) 앞에 매일 밤 모습을 드러낸다. 누각 건너편 잔디밭에 커다란 달 풍선을 설치했는데 주변 야경과 어우러져 무척 그럴싸해 보인다. 광한루가 옥황상제와 선녀들이 사는 천상의 광한전을 재현했다면 완월정은 지상 사람들이 하늘 높이 뜬 달나라를 꿈꾸며 지은 것이다. 검은 비단을 깔아놓은 듯 누각 아래 연못이 어둠에 잠기면 보름달은 더욱 밝게 빛난다. 불빛에 반짝이는 연못이 은하수처럼 흐르고 완월정에는 지상에 내려앉은 달을 구경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옛적 춘향과 이도령도 밝은 달 아래서 영원한 사랑을 꿈꾸었을까. 사랑의 언약을 담은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연인들이 달콤한 꿈처럼 느껴진다. 


입장시간 08:00~21:00 (하절기 4~10월), 08:00~20:00(동절기 11월~3월) 

입장요금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500원 

주소 전북 남원시 요천로 1447 

열대우림처럼 우거진 야자나무 숲.
열대우림처럼 우거진 야자나무 숲.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많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열대우림에서 한 컷! 제주 상가리야자숲 

동남아나 남미에라도 온 듯 열대우림처럼 야자나무가 울창하게 숲을 이룬 이곳. 분명 제주도이긴한데 이국적이고 낯선 느낌이 든다. 요즘 제주는 마을 구석구석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통에 숨은 명소라고 할 만한 곳들이 거의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상가리야자숲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야자나무 농장이었던 곳을 한 두해 전부터 개방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정비를 마치지 않은 까닭인지 눈에 띄는 홍 보물 하나 없어 사진 찍는 이들만 알음알음 찾아오고 있다. 야자숲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워낙 나무들이 우람하고 잎들이 무성해 근사한 사진이 연출된다. 주인장의 배려일까. 곳곳에 알록달록한 벤치와 작은 의자들이 놓여 있어 소품처럼 활용할 수 있다. 간혹 숲 안에 차를 주차시켜 놓기도 하는데 나무가 상할 수 있으니 도로변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주소 제주 제주시 애월읍 고하상로 326 

한라산이 품은 것 같은 이호테우해변.
한라산이 품은 것 같은 이호테우해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착시 현상을 활용해 찍은 사진.
착시 현상을 활용해 찍은 사진.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소인국으로의 초대 제주 이호테우해변 

한때 착시 현상을 이용해 커다란 건물이나 사물을 손 위에 얹어 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리저리 각도를 빈틈없이 맞춰야 해서 촬영 때 품이 좀 들지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흐뭇해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제주 시내에서 멀지 않은 이호테우해변에는 추억이 방울방울 피어나는 재미난 사진 명소가 있다. 눈처럼 흰 거대한 말 등 대를 손바닥 위에 가뿐히 올려 놓아보자. 하늘빛이 가득한 프레임 안 에 소인국에 온 것 마냥 하얀 말과 내가 나란한 키로 서 있다. 맞은편에 빨간 말 등대도 있지만 흰 등대가 사진 찍기는 더 좋다. 등대가 있는 곳에서 해변을 바라보면 푸른 숲 뒤로 한라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티끌하나 없이 맑은 날엔 액자 속 그림처럼 보인다. 해변까지는 걸어서 5~10분 정도면 닿는다.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과 출렁이는 파도를 넘나드는 서퍼들, 파라솔 아래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 등 초가을의 제주 바다는 여전히 북적인다. 


주소 제주 제주시 이호일동 1665-13

사위를 붉게 물들인 채석강 일몰.
사위를 붉게 물들인 채석강 일몰.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오묘한 형상이 나타나는 채석강 해식동굴.
오묘한 형상이 나타나는 채석강 해식동굴.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자연이 빚은 천연 포토 스폿 부안 채석강 해식동굴 

바닷가에 형성된 해식동굴들은 하나같이 기이하고 신비롭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오랜 시간, 비와 바람과 파도가 공들여 빚은 자연의 작품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오묘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할 뿐이다. 전국에서도 부안 채석강 해식동굴이 유명한 건 독특하게 나타나는 실루엣 때문이다. 어두컴컴한 동굴 안과 환한 빛이 쏟아지는 바깥의 대비가 만들어낸 매혹적인 판타지이다. 명암이 극도로 갈리는 낮보다 빛이 은은하게 깔리는 일몰 때가 더 아름답다. 해가 질 무렵이면 수평선 주위가 주홍빛에 물들고 점점 더 멀리 번져나간다. 동굴 주변까지 석양빛이 넘쳐 흐르는 순간, 해넘이는 하이라이트를 맞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기묘한 어둠 안쪽에 바다와 맞닿아 있는 태양이 오롯이 담긴다. 피사체를 동굴 밖에 놓고 찍으면 분위기 있는 사진이 완성된다.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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