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진도] 꽃게는 봄철과 가을철에 두 번 제철을 만난다. 남도 여행중에 가을꽃게를 만났다. 전남 최대 꽃게 산지인 진도군 읍내에서다. 진도군에서 꽃게의 거리를 조성하여 진도꽃게를 널리 알리겠다고 한다. 벌써 일곱 집에서 꽃게 요리를 판다.
꽃게 어획량이 늘고, 값은 내렸다는데
진도에 사는 친구가 자꾸만 가을 꽃게를 먹으러 오라고 부른다. 몇 해 전 진도 서망항 꽃게 위판장에서 쏟아지는 꽃게를 본 적이 있다. 바다 가운데 꽃게를 잡는 어선이 있고, 어선에서 잡은 꽃게를 서망항까지 운반하는 운반선이 있다. 운반선의 사각 철망에 가득 담긴 꽃게들은 위판장에 있는 수조로 옮겨진다. 오랜 시간 배에 실려 온 꽃게들은 다시 물을 만나 헤엄을 치고, 게거품을 뿜어낸다.
꽃게는 위판장에서 경매가 이루어지면 중매인들 손을 거쳐 상인이나 음식점으로 팔려간다. 진도군청 수산과에서는 1년에 서망항을 통해 팔려나간 꽃게만 1천톤을 오르내린다고 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말까지 서해에서 어획한 꽃게가 6,672톤이라고 하니 진도의 어획량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겠다. 다른 농수산물처럼 꽃게도 풍년이 들면 값이 조금 내려간다. 수협에서는 전국적으로 꽃게값이 전년 대비 30% 정도 싸다고 한다.
값이 다소 저렴하다고 하여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을 꽃게는 산란기를 거친 후 몸에 살이 오르는 중이라 조리해 먹으면 살이 꽉 차 있음을 느끼게 한다. 친구의 유혹을 받고 진도읍내 꽃게의 거리에 있는 꽃게 전문 음식점에 들러 꽃게탕과 꽃게 무침, 그리고 수산시장에서 사온 꽃게로 찜을 만들어 먹었다. 단풍 구경만 가을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제철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로 가을 서정을 즐길 수 있다.
근래 바닷물 수온이 높아져서 꽃게가 더 많이 잡힌다
꽃게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주로 서식한다. 제주도 근해의 깊은 바다에서 지내다가 산란기가 되면 서해로 이동한다. 산란기는 5∼10월이며, 보통 2년생 한 마리가 2만 4000개를 산란한다. 그리고 수십 번 허물을 벗으면서 몸집을 키워 성체가 된다.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서식하는데 산란기에는 서해 연해로 몰려온다고 한다. 올해 가을 꽃게 어황이 좋은데 이는 서해 연안의 수온이 예년보다 1~1.5℃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해 연안 수온이 작년 대비 따뜻한 편이고, 꽃게가 선호하는 수온대여서 연안으로 이동하는 꽃게가 늘었다는 이야기다.
꽃게는 옆으로 긴 마름모꼴 딱지를 등에 짊어지고 다닌다. 마름모 갑각(게딱지) 끝은 뾰족하고, 이마에 3개의 톱날과 같은 돌기가 있다. 어른 게는 갑각의 길이 10㎝, 너비 22㎝에 달하며 양옆 가장자리에는 각각 10개 남짓의 톱날 모양 돌기가 있다. 이마 쪽을 향한 집게다리가 두 개 있는데 집게는 크고 톱니 같은 이를 가지고 있다. 그 톱니는 매우 억세게 생겼는데 실제 어른들도 손가락을 물리면 피를 흘릴 정도로 날카롭고 거세다.
그래서 음식점 수족관에 있는 게들은 집게다리 한 끝을 잘라 버린다. 서로 물어뜯기도 하고, 사람을 물어서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네 쌍의 걷는 다리 가운데에서 맨 뒤에 있는 것은 납작하여 헤엄치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그 발 덕분에 꽃게는 20∼30m 깊이의 모래질이나 진흙질 바다 밑에서 살지만 이동할 때 헤엄을 쳐서 이동한다. 다른 게들은 헤엄을 치지 못하는데 꽃게만 헤엄을 친다. 불행하게도 꽃게는 헤엄쳐 이동하는 동안에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어부들이 내려놓은 통발에 걸려든다.
봄에는 암꽃게 가을에는 숫꽃게, 조리법도 달라
어부들은 꽃게가 떼 지어서 헤엄치고 이동하면 큰 바람이 불 징조라고 말한다. 꽃게의 몸에 무슨 네비게이션이 있는지 전파탐지기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수온과 풍랑에 따라 서식지를 옮겨 다니고, 산란지를 선택할 줄 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꽃게는 사계절 서남해 연안에서 잡힌다. 봄과 가을에 많이 잡히고, 그때 잡히는 꽃게가 더 맛있다고 한다. 봄에는 암꽃게가 더 많이 잡히고 더 맛있다. 이때 잡힌 꽃게는 주로 간장게장을 만들어 먹는다. 꽃게 전문 음식점에서는 봄에 잡은 암꽃게를 급랭시켜 저온창고에 보관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한다. 봄에 잡은 암꽃게는 누런 알을 품고 있어 간장게장을 만들어 먹고, 게살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숫꽃게는 간장게장보다 꽃게탕이나 꽃게무침, 꽃게찜, 꽃게 미역국을 만들어 먹는다. 꽃게 요리는 산지에서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신선하고 오랜 세월 요리해 온 조리사의 경험에서 우러난 맛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도시 수산시장에서도 꽃게를 판매한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꽃게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꽃게는 간장게장이나 꽃게탕으로 만들어 먹을 때와 찜을 해서 먹을 때 살의 맛이 확연히 다르다. 익혀서 먹을 때 게살은 너무나 부드럽다. 속살이 익으면 하얗게 변해서 무슨 맛이 날까 싶지만 단맛이 난다.
성인병 예방에 좋은 꽃게의 효능
가을부터 겨울까지 생물 꽃게가 보이면 사다가 쪄 먹거나 꽃게탕을 만들어 먹어도 좋겠다. 단맛이 일품인 꽃게는 가을부터 겨울이 제철이다.
꽃게탕이나 꽃게찜을 조리할 때 너무 오래 불을 켜놓을 필요는 없다. 적당히 익었을 때 불을 끄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불을 켜놓으면 꽃게살이 흘러내릴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꽃게는 고단백 식품으로 근육의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꽃게는 인, 칼슘, 철, 마그네슘 등을 함유하고 있어 뼈와 혈액 건강에 이롭다. 또한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 심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염증을 감소시키는 데 효능이 있다.
꽃게는 비타민C와 E, 아연 등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노화를 예방시켜 주며, 간 기능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꽃게의 타우린 성분은 당뇨병,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준다.
꽃게가 함유하고 있는 키토산은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항암 효과를 높여 준다. 키토산은 식물과 과수의 성장에도 도움을 주므로 액비로 만들어 사용하는 농가도 있다.
TIP. 꽃게 손질 및 꽃게탕 끓이는 법
1. 솔을 이용해 잘 씻어주고, 게딱지를 분리하고, 아가미와 모래주머니는 잘라낸다.
2. 먹기 좋은 사이즈로 마리당 4조각으로 잘라준다.
3. 된장, 고추장 등 양념을 넣고 물(쌀뜨물)을 끓인다.
4. 국물이 끓을 때 몸통을 넣고 계속 끓인다.
5. 보글보글 끓을 때 생긴 거품은 걷어내는 것이 좋다.
6. 호박과 두부, 양파와 대파, 다진마늘, 고춧가루를 적당량 투입한다.
7. 게딱지가 빨갛게 되면 잠시 후 불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