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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2월호
[여행 레시피]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진주의 겨울
[여행 레시피]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진주의 겨울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8.12.10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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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경남의 중심, 진주의 진주성 둘러보기
촉석루와 의암을 시작으로 수목원까지
운석빵과 튀김소보루도 함께 즐길 수 있어...
2차 진주성싸움에서 패한 최경희와 장수들이 자결하자 논개 역시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로 뛰어들었다는 설이 있는 진주성.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2차 진주성싸움에서 패한 최경희와 장수들이 자결하자 논개 역시 왜장을 끌어안고 강물로 뛰어들었다는 설이 있는 진주성.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진주]동서로 영호남을, 북으론 대전을 거쳐 서울로, 남으로는 사천(삼천포)바닷길과 연결된 교통 요충지 진주는 남쪽의 가운데 위치했으면서도 전국 어디서든 비교적 접근이 쉬운 곳이다.

고려시대 문신 이인로가 '진주의 아름다운 산천은 영남에서 제일'이라며 극찬한 곳, 경주와 상주의 경상도 이전엔 경상진주도로 불렸던 곳, 작가 유시민이 서부 경남의 서울로 표현한 곳. 이 도시엘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이들도 '진주' 그 이름을 가만히 되뇔 때면 수만 개의 등불로 환한 유등축제나 꽃잎처럼 진 논개를 쉬이 떠올리곤 한다.

진주역 출입구 양쪽엔 '진주의 자랑'이란 글귀와 함께 김시민 장군과 논개의 애니메이션 입간판이 각각 하나씩 세워져 있다.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성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충무공 김시민과 6만여 명이 죽어나간 2차 전투에서 스스로 목숨을 버린 꽃다운논개 말이다.

변영로는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으로 뛰어든 스무 살 여인을 ,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라고 읊조렸다. 기차역 앞에 나란히 서, 무심히 오가는 이들을 마주한 두 인물은 모두 진주성(사적 제118호)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진주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진주성의 표지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주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진주성의 표지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주성, 진주의 역사와 문화 집합체
1592년 가을, 바다를 넘어온 왜는 진주성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지만 진주목사 김시민과 수하의 군사들, 또 큰 돌을 던지고 뜨거운 물을 쏟아 붓는 등 전투에 힘을 보탠 성안 백성들에 밀려 대패하고 만다. 유등축제의 유래도 이 진주대첩에서 찾을 수 있다.

풍등과 유등은 외곽의 지원군에게 보내는 군사신호이며 남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저지하는 군사전술, 성 밖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재침한 왜의 공격으로 진주성은 무참히 무너진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때 죽은 이의 수는 6~7만. 촉석루를 중심으로 성안에 서로 겹쳐 쌓인 시체의 수가 1천이 넘었다고 한다.

국립진주박물관, 촉석루, 의암, 강변 산책로 등 볼거리가 많은 진주성.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성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국립진주박물관, 촉석루, 의암, 강변 산책로 등 볼거리가 많은 진주성.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성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전북 장수의 몰락한 양반가에서 태어나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논개도 이즘 목숨을 버렸다. 주색잡기에 빠진 숙부에 의해 지역 토호 김 풍헌의 민며느리로 팔린 논개는 영취산 민재를 넘어 몰래 도망치다 관아에 잡힌다. 이후 무죄로 방면됐지만 갈 곳이 없어 장수현감 최경회(1532~1593)의 계집종으로 살다 훗날 그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

2차 진주성싸움에서 패한 최경회와 장수들이 자결하자 논개 역시 왜군의 승전 축하연에 기생으로 변장해 잠입, 가락지 낀 손으로 왜장을 꽉 끌어안고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게 근래의 정설이다.

진주성에는 김시민장군전공비를 비롯해 쌍충사적비, 영남포정사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주성에는 김시민장군전공비를 비롯해 쌍충사적비, 영남포정사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촉석루 아래 논개가 왜장을 안고 뛰어든 의암이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촉석루 아래 논개가 왜장을 안고 뛰어든 의암이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논개과 왜장을 안고 뛰어는 의망으로 가는 길. 위험하다 하여 '위암'으로 불렸다던 바위에 서면 금방이라도 바다에 빠질것 같아 다리가 흔들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논개과 왜장을 안고 뛰어는 의망으로 가는 길. 위험하다 하여 '위암'으로 불렸다던 바위에 서면 금방이라도 바다에 빠질것 같아 다리가 흔들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주성 내의 김시민장군전공비, 쌍충사적비, 영남포정사, 북장대, 국립진주박물관, 서장대, 창렬사, 호국사 등의 문화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의 발길이 닿는 곳은 역시 촉석루와 의암이다. 국보 제276호였지만 한국전쟁 때 불에 타면서 국보 지정이 해제된 촉석루는 국비와 시민 성금 등을 모아 1960년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 촉석루 아래 논개가 왜장을 안고 뛰어든 의암이 있다.

성곽 사이 좁은 문을 통과하면 남쪽 바다로 향하는 강물과 마주한다. 위험하다 하여 '위암'으로 불렸다던 이 바위에 서면 어질어질 아찔아찔, 금방이라도 차갑고 푸른 물에 빠질 것 같아 다리가 흔들린다.

질기고 고된 삶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린 논개, 혹여 왜장을 안은 손이 풀릴까, 열 손가락에 가락지를 끼고 죽음을 옥죈 젊은 여인의 숨결은 이미 발아래 물길을 따라 400년 전 떠났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이 성에서 끝까지 맞선 김시민과 논개, 수많은 장군과 백성들의 숨결은 강물이 다 말라도 결코 마르지 않을 것이다.

특색 있고 맛있는 진주성 먹거리
공북문 앞으로 나서면 2차선 도로 너머 카페를 겸한 빵집들이 나란히 짝을 맞춰 늘어서 있다. 횡단보도 건너편은 '한국인의 밥상'에도 소개된 진주약선한과 판매점이다. 현지 농가가 공급한 재료와 전통적 공정 과정, 쌀을 삭혀 만든 조청, 지치를 포함한 천연 생약재에서 추출한 색소 등이 진주한과의 특징이다.

그 옆의 운석빵은 실제 진주에 떨어졌던 운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징어 먹물로 색을 낸 까만 반죽은 머나먼 우주를 방황하다 진주의 품에 뛰어든 신비한 돌을 닮았다. 그렇다고 반죽까지 딱딱한 건 아니다. 한 입 베어 물면 흰콩과 밤과 견과류를 넣은 뽀얀 앙금이 달콤한 맛을 낸다. 인기가 많아 빵을 다시 굽고 있다는 안내문이 종종 문 앞에 붙어 있곤 한다.

진주성 공북문 앞의 운석빵. 실제 진주에 떨어졌던 운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데 인기가 많아 곧잘 매진되곤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주성 공북문 앞의 운석빵. 실제 진주에 떨어졌던 운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데 인기가 많아 곧잘 매진되곤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연꽃과 치자를 이용해 만든 튀김소보로는 치자 물로 단팥을 삶고 우리밀과 천연발효종을 배합해 만들어 담백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연꽃과 치자를 이용해 만든 튀김소보로는 치자 물로 단팥을 삶고 우리밀과 천연발효종을 배합해 만들어 담백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그 옆집은 연꽃과 치자를 이용해 튀김 소보로를 만든다. 달걀을 넣은 진주빵과 진주파이를 팔았지만 지난해 달걀 파동사건으로 메뉴를 변경한 집이다. 문제의 달걀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소비자의 건강과 예방 차원에서 변경했다는 게 그 이유다. 치자 물로 단팥을 삶고 우리밀과 천연발효종을 적절히 배합해 만들어 여느 튀김 빵에 비해 담백하다.

경상남도수목원, 숲은 언제나 옳다
"아름답고 희귀한 꽃과 남국의 열대식물 그리고 나무와 숲의 이야기가 가득한 산림과 동식물에 대한 자연생태 종합학습체험장"이란 거대한 설명 문구가 아니어도 수목원은 늘 좋다.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에도 수목원은 항상 좋다. 매표소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마음이 편하고 차분하다. 야박한 겨울 볕에 불만도 없는지 숲은 계절에 순응하며 침묵하고 있었다. 바람을 막고 볕을 들인 열대식물원은 사방이 초록이다.

물을 흠뻑 마셨는지 뾰족한 잎 끝에서 똑똑 물이 떨어진다. 타국에서 옮겨온 식물들은 진주 동쪽의 한끝에서 싱그럽게 자랐다. 방문자센터 옆으론 메타세쿼이아 길이 펼쳐진다. 이미 잎을 떨군 나무지만 흙 위에 가지런히 깔린 진갈색 잎들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경상남도수목원의 열대식물원. 야외엔 사철 푸른 침엽수도 있어 한겨울에도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경상남도수목원의 열대식물원. 야외엔 사철 푸른 침엽수도 있어 한겨울에도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수목원 내에는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벤치가 여럿 구비돼 있다. 내부에 매점과 카페도 있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수목원 내에는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벤치가 여럿 구비돼 있다. 내부에 매점과 카페도 있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카페테리아를 지나 작은 연못 옆 데크를 올라선다. 계절은 수목원만 비껴간 듯 앙상한 가지도 색색이 화려하다. 활엽수의 황량함과 침엽수의 꼿꼿함이 어우러져 산중턱을 오르는 일이 오히려 즐겁고 활기찰 정도다.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정자도 많아 가벼운 간식을 챙겨 와도 좋다.

야생동물관찰원, 규화목, 주상절리석 등도 볼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연인, 친구, 또는 홀로 걸어도 한없이 행복한 길이다. 산림박물관이 있는 입구로 돌아오는 데는 보통 2시간쯤 걸린다. 그래도 밟아본 곳보다 밟지 못한 곳이 훨씬 더 많다.

수목원을 벗어나며 진주, 한 번 더 되놰 본다. 진주, 그 이름은 얼마나 맑고 예쁜지, 한파의 한 가운데에서도 서부 경남의 중심 도시 진주는 남강의 푸름과 수목원의 밝은 빛깔로 겨울 여행자를 포근히 맞는다.

원데이 진주 여행 레시피
진주성 공북문 앞에 주차를 한다. 매표소(2000원)에서 제공하는 안내도를 지참해 이동한다. 대체로 영남포정사~북장대~국립진주박물관~의가사~의암~촉석루~김시민장군 전공비 등을 거쳐 다시 공북문으로 돌아오는 편이다. 강변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성곽 둘레만 1,760m인데다 꼼꼼히 들여다볼 생각이라면 2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공북문 앞에 카페를 겸한 진주약선한과, 운석빵, 진주빵(튀김소보빵) 판매 매장이 나란히 붙어 있다. 세 곳 모두 들러 조금씩 먹어본다. 포장도 가능하다.

진주성에서 동쪽으로 27km(35분)남짓 달리면 경상남도수목원에 닿는다. 무인 매표소(1500원)를 지나 산림박물관~열대식물원~방문자센터~야생동물관찰원~선인장원~전망대~무궁화홍보관 등을 들러보고 매표소로 돌아 나온다. 약 2시간쯤 걸리며 월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 인근 일반성면소재지에 카페와 식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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