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주말 여행] 울산 언양으로 떠나는 소소한 읍내여행
[주말 여행] 울산 언양으로 떠나는 소소한 읍내여행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19.05.07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학의 향기를 느끼는 오영수문학관
신라시대 축성방식을 볼 수 있는 읍성
한옥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음료와 식사
자연과 멋들어진 농도.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자연과 멋들어진 농도.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언양] 불고기가 너무나도 유명해서인지, 삼국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유서 깊은 동네라서인지 울산의 언양읍은 꽤나 큰 도시처럼 느껴진다.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기 전, 에너지충전을 위해 언양읍으로 여행을 떠난다.

산속의 멋들어진 한옥카페
요즘 언양읍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로 자리 잡은 카페 농도는 추억 그 이상의 자랑거리가 되어준다. 젊은이들에겐 자신만의 감성을 펼치기 위한 머무름의 장소로, 나이 드신 분들에겐 친숙한 분위기에서 한 잔의 휴식을 취할 수 장소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가게 내부 곳곳에서는 도자기와 꽃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짙을 농과 법도의 도에서 따온 이름처럼 고풍스러움을 한 층 더 짙게 만들어준다. 이처럼 실내에 고가구와 도자기류가 많아서 안전을 위해 야외공간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덕분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농도의 진면목은 가게의 내부보다 외부이다. 배산임수 지형을 갖추고 있어서 등억저수지와 산줄기의 조화 속에서 예술적인 경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안구정화를 위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야외마루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편, 다양한 전통차와 베이커리 이외에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농도정식이란 점심특선을 만나볼 수 있다. 고추장이 없는 불고기야채비빔밥과 정성담긴 수제다식을 전통차를 마시면 나른한 오후를 보낼 수 있다.

농도의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농도의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오후의 휴식을 취하는 연인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오후의 휴식을 취하는 연인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1만5000원의 농도정식.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1만5000원의 농도정식.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농도
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주소 울산 울주군 상북면 명촌길천로 23
※노키즈존(영유아 포함 11세 미만은 야외에서만 동반 가능)

한국단편 문학의 대부, 오영수를 만나다
“문장은 짧을수록 아름답다”라는 작가적 신념으로 200여 편의 주옥같은 단편소설을 남긴 오영수 작가의 문학정신을 알리기 위해 세운 문학관이 언양읍에 위치하고 있다. 경남 사투리를 문학적으로 녹여낸 오영수 작가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울산 최초의 문학관인 이곳의 1층에서는 국어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그의 친숙한 구절들을 시작으로 집안 가계도와 편지 그리고 그가 살아생전에 즐겨 연주한 만돌린과 같은 유품을 볼 수 있다. <갯마을> 작품을 소개하는 미니어처와 그의 생활을 재현해놓은 공간도 아기자기해서 눈길이 간다. 

아담한 2층 건물의 오영수 문학관.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아담한 2층 건물의 오영수 문학관.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오영수 선생의 아들이자 판화가 오윤 선생이 직접 만든 데드마스크.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오영수 선생의 아들이자 판화가 오윤 선생이 직접 만든 데드마스크.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작가의 데드마스크(죽은 사람 얼굴에 점토를 발라 직접 석고로 모형을 뜨는 것)를 전시하는 문학관은 이곳뿐이기에 방문의 의미가 더 깊다. 후세에 오영수 작가의 온전한 모습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사랑방이란 이름의 2층 작은 도서관은 그의 세계관에 대한 고찰의 공간이 되어준다. 

한국인의 소박한 일상생활을 감성적으로 다룬 그의 작품들은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리얼리즘으로 소설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오영수를 만나볼 수 있는 오영수문학관은 크게 보면 한국 단편 소설의 발전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한편, 오는 5월 15일에는 난계 오영수 선생의 40주기 추모제가 오영수문학관에서 열린다. 그를 기억하는 문인들과 지역주민 그리고 유족들이 참석할 예정인 이번 행사에서는 추모시 낭송과 하모니카 음악을 듣는 추모음악회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오영수 문학관의 내부
오영수 문학관의 내부.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오영수문학관
입장료 무료
주소 울산 울주군 언양읍 헌양길 280-12

삼국시대의 터를 볼 수 있는 언양읍성
읍내 중심에 위치한 언양읍성은 왕을 보호하기 위한 도성과 달리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올린 성이다. 언양읍성의 출입은 동서남북 어디로든 가능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가장 복원이 잘된 남문 영화루를 이용한다. 

삼국시대에 토성으로 만들어진 읍성은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시 돌로 쌓아올려 확장했는데 축성방법이 참 독특하다. 성벽을 반듯한 돌로 쌓아올린 다른 성들과 달리 큼지막한 돌을 대충 갈아 쌓은 후 틈 사이로 잔돌을 끼워 박은 거친 형태의 성벽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라시대 당시 왜구의 침략을 대비하여 만든 축성방식이 조선시대에 계승된 것이다. 당시에는 경주와 울산 그리고 밀양이 교통의 중심지이자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방어에 힘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복원이 된 남문보다 옛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북문에서 독특한 축성방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데 웬만한 충격에도 끄떡없는 견고함을 느낄 수 있다. 

과거에 우물과 객사와 같은 관공서가 있었던 성안에는 현재 언양초등학교와 논밭이 있다. 순천의 낙안읍성과 비교하면 초라한 내부일 수 있지만 휴대폰을 이용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로 언양읍성의 옛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올해 5월부터 읍성 내부의 큰 면적을 차지하던 초등학교가 철거하고 복원작업을 제대로 시작한다고 하니 문화재를 보존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게 평지에 네모꼴로 쌓은 언양읍성의 복원소식은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에게 또 다시 찾아올 여행의 이유가 되어준다.

언양기와집불고기와 마주보고 있는 언양읍성의 남문 영화루
언양기와집불고기와 마주보고 있는 언양읍성의 남문 영화루.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복원작업이 예정중인 논과 밭에서 즈강현실을 체험하다.
복원작업이 예정중인 논과 밭에서 증강현실을 체험하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신라시대부터 계승된 조선시대 초기의 축성방법을 볼 수 있는 언양읍성의 읍문.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신라시대부터 계승된 조선시대 초기의 축성방법을 볼 수 있는 언양읍성의 읍문.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언양읍성
주소 울산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 291

전국적으로 유명한 언양식 불고기
불고기는 김치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불고기’란 이름은 현대에 와서 탄생했다. 그런 불고기의 시작은 고기에 부추와 마늘을 넣고 장으로 조미하여 일일이 꼬챙이에 꿰어서 구워먹던 맥적이란 고구려의 음식부터 흘러내려왔다. 조선시대에는 쇠고기를 저민 뒤 조선간장으로 재워 석쇠에 굽는 너비아니로 발전하기도 했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 조상들의 다양한 지혜로 간직된 궁중요리인 불고기는 현대에 와서 지역마다 다른 형태의 조리법을 가진 채 발전했다. 특색 있는 지역별 불고기 중 울산의 언양 지역에서 시작된 언양식 불고기는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도축장이 있었던 탓에 1960년대부터 빠르게 지역의 명물로 입소문이 났다. 다른 지역과 달리 한두 마리의 새끼를 낳은 암소를 도축한 뒤 24시간 이내로 싱싱한 상태의 등심과 안심을 고르는 것이 언양불고기의 특징 중 하나이다. 

쇠고기를 얇게 다진 뒤 배즙과 양파즙으로 재우고 육질이 부드러워질 때쯤 양념을 버무려 숙성의 과정을 거친 뒤 석쇠로 굽는다. 그 맛 또한 일품이라 언양불고기 거리까지 형성되어 있다. 저녁 무렵에는 수많은 간판들이 휘양 찬란하게 반짝이는데 그 중에서도 언양읍성과 마주보고 있는 기와집불고기가 단연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언양읍에서 가장 오래된 기와집에서 운영하는 기와집불고기는 <생생정보통>과 <수요미식회>에 방영될 정도로 불고기에 대한 풍미가 가득한 식당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식사 전부터 아름다움에 심취하게 된다. 고즈넉한 전통 한옥과 어우러진 꽃들과 소나무 그리고 돌들의 배치가 아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뜨거운 불에 직접 고기를 구워 먹어야하는 다른 식당들과 달리 완전히 구워진 상태로 나오므로 바로 식사가 가능해서 아주 편하다. 인상 깊은 한옥에서 짭짤한 맛의 불고기를 한 입 먹고 풍성한 언양의 식감을 느껴보자.

저녁 무렵의 고풍스러운 기와집.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저녁 무렵의 고풍스러운 기와집.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100년이란 세월이 담긴 한옥에서 먹는 언양불고기.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100년이란 세월이 담긴 한옥에서 먹는 언양불고기.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Info 기와집불고기
운영시간 평일 - 오전 11시~오후 9시(명절 전날, 당일 휴무)
주소 울산 울주군 언양읍 헌양길 86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