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열린관광지①] 대체로 만족스런 환경 조성…경사로 설치한 식당은 '2곳' 울산 십리대숲
[열린관광지①] 대체로 만족스런 환경 조성…경사로 설치한 식당은 '2곳' 울산 십리대숲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8.02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흙길로 된 바닥, 턱 없어 휠체어 둘러보기 좋아
정자에 휠체어 전용 통행로 따로 조성하기도
전동휠체어 충전기 외부에…전망대 오르는 길은 계단뿐
사진 / 유인용 기자
지난 2017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울산 십리대숲. 바닥에 턱이 없고 너비가 넓어 휠체어나 유모차도 편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조성됐다. 장애인 화장실과 점자 안내판, 나무벤치 등 시설을 잘 갖춰 놓았지만 대숲 일부 공간에서는 좀 더 개선해야 할 점이 발견됐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울산] 울산 중구의 십리대숲은 울산의 유일한 열린관광지로 지난 2017년 선정됐다. 전체 대숲 중 열린관광지로 조성된 곳은 오산광장부터 죽림욕장까지 약 400m 구간이다. 대숲뿐 아니라 생태관광센터와 태화강국가정원이 일부 포함돼 있다.

평일 오후 십리대숲에서는 지팡이를 짚는 어르신부터 휠체어 이용객,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까지 다양한 방문객들을 만날 수 있다. 태화강변으로는 보행자 통로가 있어 자전거뿐 아니라 유모차나 휠체어를 탄 상태로도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조성됐다.

휠체어 충전기, 외부 설치 아쉬워
십리대숲 서쪽 오산광장에 자리한 생태관광센터는 십리대숲과 태화강국가정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센터 2층에는 다양한 전시물이 있지만 점자 전시물이나 청각 전시물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센터 내에 엘리베이터는 있으나 주변 경치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옥상정원으로 오르는 길은 계단뿐이다. 센터 1층의 전동휠체어 충전기 또한 외부 공간에 있어 계절에 따라 이용이 힘들다는 평이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김영자 씨는 “척수장애인들의 경우 체온 조절이 어려워 비교적 더위와 추위를 더 많이 타는데 충전기가 외부에 있어 여름이나 겨울에는 이용이 어렵다”며 “충전할 때 나는 소리 때문에 외부에 설치한 것 같은데 소리가 전시 관람에 지장을 줄 정도로 크지 않다”고 말했다.

생태관광센터 입구에 설치된 점자 안내판. 사진 / 유인용 기자
생태관광센터 입구에 설치된 점자 안내판.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센터 1층 외부 공간에 설치된 전동휠체어 배터리 충전기. 체온 조절이 어려운 척수장애인들은 여름이나 겨울에 이용하기 어렵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대숲 내 대부분 포토존은 높이를 낮춰 만들어졌지만 일부의 경우 뒤쪽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휠체어를 탄 채 정면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센터에서 나와 대숲으로 들어가면 숲 곳곳에 포토존이 만들어져 있다. 대부분 포토존은 높이가 낮게 만들어졌고 뒤쪽 공간이 넉넉한 편이지만 일부의 경우 뒤쪽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휠체어를 탄 채 정면을 바라보기 위해 방향을 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십리대숲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경사로가 있는 식당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숲에서 큰길 건너편의 ‘십리대숲 먹거리단지’에는 100여 곳 이상의 식당들이 모여 맛집 골목을 형성하고 있지만 골목의 폭이 넓지 않고 대로변에 있는 식당들도 대체적으로 입구가 좁다. 대부분 식당은 입구가 계단으로 돼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가 들어가기 힘들다.

울산의 휠체어 관광 동호회 ‘휠투웍’의 회장을 맡고 있는 오대현 씨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십리대숲을 종종 찾는 편인데 인근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두어 곳 뿐”이라며 “그나마 카페의 경우 최근 경사로가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INFO 십리대숲
주소 울산 중구 내오산로 67

정자에 휠체어 전용 통행로 따로 조성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십리대숲은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지 2년이 지난 만큼 대부분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생태관광센터의 입구에는 점자 안내판이 비치돼 있고 안내데스크에는 대여 가능한 휠체어가 2대 있다. 전시실 앞의 장애인화장실은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형식으로 돼 있어 편의성을 더했다. 장애인화장실은 비장애인화장실 외부에 따로 만들어져 있어 활동보조인의 성별이 다르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비장애인 화장실 외부에 조성된 장애인 화장실. 활동보조인의 성별이 다르더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내부도 쾌적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전시물들의 높이가 낮게 조성된 생태관광센터. 요청 시에는 전시 내용을 담은 영상을 음성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전시실 내의 전시물들과 VR 체험 기구는 높이를 낮춰 유아나 휠체어를 탄 방문객들도 쉽게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또 요청할 경우 전시 내용을 녹여낸 6분 30초 가량의 영상을 음성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센터 옆쪽으로는 만회정이라고 불리는 작은 정자가 있다. 인근보다 고도가 높아 태화강의 경치를 조망하기 좋은 곳으로, 기존에는 야자매트를 통해서만 오를 수 있었는데 옆에 경사로를 따로 조성했다. 정자에 앉기 위해서는 계단을 딛고 올라가야 하는데 계단이 두 종류다. 간격이 널찍한 오른편 계단에는 ‘이곳은 신발 벗는 곳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길입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휠체어 높이에 맞춰 조성한 통행로로, 팔 힘을 이용해 휠체어에서 내려 곧바로 정자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십리대숲의 바닥은 모두 흙길로 조성돼 있다. 길에 턱이나 요철이 없고 자갈과 돌이 잘 정리돼 이동에 큰 불편함이 없다. 통로도 꽤 넓은 편으로 휠체어 3대가 나란히 설 수 있을 정도다. 대나무숲 사이를 따라 400m 가량 이동하면 나오는 죽림욕장에 태화강정원으로 빠지는 경사로가 있다. 길 옆의 보행자 손잡이에는 점자 안내 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대숲의 정자 만회정에는 휠체어용 통행로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숲의 보행자 통로에는 손잡이에 점자 안내 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대나무를 만져보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성체험존. 사진 / 유인용 기자

길을 따라 나오면 여러 개의 대나무를 크기를 달리해 매달아놓은 감성체험존이다. 매달린 대나무들을 손으로 쭉 훑으면 빈 대나무끼리 서로 부딪치면서 소리가 나 촉각과 청각으로 대나무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대숲에서 나와 펼쳐지는 정원에는 곳곳에 나무벤치 쉼터가 마련돼 있다. 양쪽으로 마주보고 앉는 형태의 벤치는 한쪽을 비워두어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더라도 누구나 테이블 가까이에 앉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십리대숲의 생태관광센터에서는 대숲 점자 안내책자를 8월 중 배치할 예정이다. 점자 안내판의 경우 숲 곳곳에 3개가 있었으나 지난 7월 12일 태화강정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명칭 변경으로 인해 잠시 철거한 상태로 8월 중 다시 설치할 계획이다.

국가정원과 십리대숲
울산의 중심에 자리해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하는 십리대숲은 이름 그대로 대나무가 10리 가량 이어진 숲이다. 처음엔 홍수의 피해를 막고자 주민들이 조성한 것으로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도 대숲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에는 도시 개발로 대숲이 모두 베어질 뻔했지만 시민들의 손으로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휠체어를 탄 상태로도 함께 둘러앉을 수 있도록 한쪽을 비워둔 나무 벤치.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숲 곳곳에는 열린관광지 조성 이전과 이후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푯말이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턱이 없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태화강국가정원. 사진 / 유인용 기자

전체 면적이 약 7만평 이상에 달하는 십리대숲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음이온이 뿜어져 나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한다. 숲이 끼고 있는 태화강은 지난 1960년대 울산의 공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심각하게 오염돼 이른바 ‘죽음의 강’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시민들의 힘으로 현재의 깨끗한 수질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 강변과 대숲 옆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에서는 자전거뿐 아니라 유모차와 킥보드 등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십리대숲이 포함된 태화강정원은 순천만에 이어 지난 7월 12일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탁 트인 태화강국가정원은 봄에는 꽃이 한가득 피고 가을에는 피크닉 장소로 사용되는 등 사계절 내내 울산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 역할을 한다. 십리대숲과 정원이 연결되는 길에는 턱이 없고 대로변에서 정원으로 내려오는 길에도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어 접근이 편리하다.

울산 주민 김민수(가명) 씨는 “2살, 7살 아이 둘이 있는데 둘째 아이가 유모차를 탄다”며 “태화강국가정원은 공원 내에 턱이 없어 유모차를 끌고 오기도 좋고 들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기 때문에 주말 나들이로 즐겨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대숲 옆으로 태화강을 따라 만들어진 보행자 통로.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지난 7월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은 울산 시민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십리대숲 남쪽의 태화강동굴피아는 내부에 턱이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한편 십리대숲을 찾았다면 강 건너의 태화강동굴피아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만들어진 인공 동굴로 총 4개의 동굴로 나뉘어 있으며 6.25전쟁과 관련된 전시물 관람부터 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까지 가능한 곳이다. 입구에 완만한 경사로가 있고 내부 전체에 턱이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 등 누구나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단 점자나 청각 관련 전시물은 부족한 편이고 네 번째 동굴은 계단을 내려가야만 관람할 수 있다. 넉넉히 1시간이면 모두 돌아볼 수 있어 십리대숲을 관광한 후 가볍게 들러보기 좋다.

INFO 태화강동굴피아
관람요금 어린이 1000원, 청소년‧군인 1500원, 어른 20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울산 남구 남산로 314번길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