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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서해안 맛 기행] 영광 오도리, 고만 기절했네! 깨나기 전에 통째로 해치우자!
[서해안 맛 기행] 영광 오도리, 고만 기절했네! 깨나기 전에 통째로 해치우자!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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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영광 오도리. 보리새우 모습.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영광 오도리. 보리새우 모습.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영광] 영광하면 굴비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데 사실 영광만큼 볼거리, 먹거리 많은 곳도 없다. 백제불교도래지, 원불교성지, 기독교순교지 등 다양한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거기에 갯바람 살가운 법성포구, 설도포구가 있다.

영광 설도포구에서 맛본 오도리 맛을 잊지 못해 또 찾았다. 우리말로 보리새우. 색깔이 곱다! 옅은 갈색 바탕에 짙은 갈색 줄무늬가 있고 꼬리와 다리는 노란색이다. 워낙 싱싱하고 근력이 좋아서 그런지 기절시켜도 금세 깨어난다.

꼭 잡지 않으면 옷이 초고추장으로 범벅이 된다. 꼬리와 머리를 잡고 머리를 벗겨낸 다음 몸에 붙은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고 속에 실처럼 생긴 긴 내장을 빼내고 먹는다. 그래야 배탈이 나지 않는다.

설도포구 선창횟집 사장님의 오도리 자랑.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설도포구 선창횟집 사장님의 오도리 자랑.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오도리는 껍질째 먹어야 제 맛인데, 좀 깔깔하다. 껍질은 벗겨내도 다리는 잘라내면 안된다. 다리랑 먹어야 씹히는 맛이 있다. 담백하고 뒤 끝이 고소하면서 달착지근하다. 바다를 눈처럼 뭉쳐서 먹는 기분이랄까.

설도포구는 볼 때마다 정이 붙는다. 포구 주위로 생선 좌판이 많이 있는데 크게 시끄럽지도 않고 또 반대로 너무 허전하지도 않다. 오도리처럼 작은 포구의 맛이 있다. 어디나 사람이 모이는 곳이 살갑기는 하다.

설도는 오젓, 육젓, 중하젓 등 새우젓으로 유명하다. 잡젓, 조기젓, 꼴뚜기젓, 조개젓, 액젓 등 다양한 젓갈이 있다. 광주, 전남 지역에서 많이 찾아온다. 서울 사람들은 흰 새우젓을 많이 찾고 광주 사람들은 빨간 새우젓을 많이 찾는다고. 새우젓은 탱글탱글하고 껍질이 얇아야 좋다.

포구에 정박되어 있는 배는 새우잡이 배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포구에 정박되어 있는 배는 새우잡이 배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포구에는 새우젓 배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노란 상자에 탱글탱글한 새우가 갯바람에 반짝반짝 빛나면 보석이 따로 없다. 횟집들 뒤로 젓갈 파는 집들이 늘어서 있어 구경하면서 심심찮게 맛도 볼 수 있다. 젓갈은 맛이 짜면서도 개운하다.  

Tip.
영광 오일장 (매일시장)
장구경 만큼 재미난 게 있을까! 장터를 배경으로 김형수님이 쓴 ‘나의 트로트시대’란 소설이 있다. 옆 동네 함평 밀래미가 배경이지만 어느 장에 가도 소설 속 시장 풍경이 떠오른다.

장이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영광 장은 다르다. 1일, 6일, 11일, 16일에 열리는 5일장. 5일장은 같지만 장이 서는 곳이 터미널이다.

영광 오일장 풍경.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영광 오일장 풍경.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영광 시외버스터미널과 시내버스터미널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그 한쪽 통로에 길게 시장이 열린다. 바다에서 막 올라왔을 꽃게, 농기(전남 서해안 지역은 ‘게’를 ‘기’라 한다), 서렁기, 낙지, 바지락, 조기 등. 개펄에서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이 많이 있다.

장사하면서 틈틈이 아주머니는 바지락을 까서 통 속에 담는다. 포구만큼이나 진한 바다냄새가 난다. 굴비가게, 미용실, 분식집, 좌판생선가게가 있고,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버스터미널 앞에 해바라기처럼 웃고 있다. ‘나의 트로트시대’에 이런 말이 나온다. ‘도시는 소설 같고 농촌이 시 같다면, 장터는 유행가 같은 곳이다.’ 영광의 유행가가 있는 5일장 한번 둘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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