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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가족체험여행] 4만km를 헤엄쳐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를 만나다, 양양 연어축제
[가족체험여행] 4만km를 헤엄쳐 고향으로 돌아온 연어를 만나다, 양양 연어축제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4.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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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커다란 연어를 잡은 아이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커다란 연어를 잡은 아이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양양] 따뜻한 봄날 남대천에 방류된 새끼연어들은 한 달쯤 남대천에 머물다가 멀리 북태평양의 북쪽 베링해까지 나간다. 그리고 3, 4년이 지나면 어미 연어가 되어 알을 낳기 위해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삼 년 전 우리가족이 연어연구센터를 찾았을 때도 연어를 잡는 작업을 했었다. 작업을 하는 분들은 우리가족이 첫 작업을 보게 되었다며 연어를 잡는 작업을 함께 해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남대천에 들어가서 연어를 모는 작업을 했었다. 연구센터에서는 연어가 거슬러 올라가는 길목에 그물을 쳐 놓고 연어를 잡는데, 알을 채취하고 인공수정을 시켜 새끼연어를 생산한다.

체험장으로 연어를 옮기는 모습. 자연적으로 잡힌다면 정말 좋겠지만, 개체수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체험장으로 연어를 옮기는 모습. 자연적으로 잡힌다면 정말 좋겠지만, 개체수를 보존하기 위함이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10월 중순부터 11월 하순까지 계속되는 작업을 통해 연어들은 다시 남대천에 방류되었다. 몰아온 연어를 두 평 남짓의 작업장으로 옮기는 마지막 작업. 연어를 들어 올릴 때마다 어찌나 파닥거리는지. 세찬 파닥거림은 먼 바다를 헤엄쳐 왔던 연어의 생명력을 느끼게 할 만큼 강한 전율로 다가왔었다. 그 감동을 아이들도 느껴보고 싶어 했지만 사정상 아쉬움으로 돌아섰어야 했는데 드디어 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문득 동해 바다가 보였다. 연어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달려온 차가 어느새 대관령을 넘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산 정상을 보았다. 가지만 앙상한 겨울이 벌써 그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때쯤의 강원도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산이며 바다, 그리고 하늘까지도 모두 마음에 든다. 점심때가 되어 연어축제장이 마련된 양양의 남대천 둔치에 도착했다. 오대산을 굽이굽이 헤쳐 나온 남대천이 시퍼런 동해바다를 코앞에 두고 있다.

그곳은 연어들이 알에서 깨어난 뒤 한 달쯤 새끼 연어로 머물렀던 곳이며, 어린 연어들이 바다로 나가 자란 뒤 알을 낳기 위해 되돌아오는 곳이기도 했다. 먼저 찾은 곳은 연어전시관. 연어에 대한 자료들을 보고, 암수 연어를 구별하는 법도 배웠다. 아가미가 더 뾰족한 것이 수놈이었는데, 암놈보다 더 힘이 세고, 싸움도 잘할 것 같았다. 다음에 찾은 곳은 연어와 송어 잡이 체험장이었다.

연어와 송어를 잡는 체험을 기다리는 대기자들.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하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와 송어를 잡는 체험을 기다리는 대기자들.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하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를 잡고 환호하는 체험 참가자.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를 잡고 환호하는 체험 참가자.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축제장이니 연어를 잡아보는 체험이 더 좋겠지만, 몇 가지 이유로 크기가 연어보다 작은 송어 잡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연어는 워낙 커서 아이들끼리만 잡기에는 벅찰 것 같았고, 체험 시간도 맞지 않았다. 송어잡기가 5천원인데 비해 연어잡기 체험에 참여하려면 아이들도 1인당 1만5천원이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연어를 잡으면 그 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루를 더 묵고 집으로 돌아갈 일정이어서 잡은 연어를 가져가기도 어려웠고, 가져가더라도 요리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연어 잡기는 기념촬영으로 대신 하기로 했다. 그곳에도 연어가 몇 마리 있었다. 더욱이 그 연어들은 좁은 개울에 있어 아이들이 잡기에는 더 좋았다. 현석이와 다솜이는 그곳에서 연어를 잡아 사진을 찍었다. “아빠. 연어가 너무 무거워 사진 좀 빨리 찍어줘.”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 아빠에게 다솜이는 그런 투정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연어와 사진을 찍는 동안 송어잡기 체험시간이 되었다.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체험장으로 들어섰다. 체험장은 남대천의 위쪽과 아래쪽을 그물로 막아 만든 곳이었다. 진행팀에서 주의사항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체험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렸다. 체험을 기다리던 1백여 명의 참가자들이 “와~” 함성을 지르며 물로 뛰어 들어갔다.

물 반, 송어 반.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물 반, 송어 반.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물의 깊이는 무릎 정도, 거기에 물 반 고기 반이니 고기 한 마리 잡는 것쯤은 식은죽 먹기 같았다. 하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사람의 걸음보다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였기 때문에 물이 금방 흐려졌다. 물 반 고기 반인 그 곳에서도 물고기 찾기는 보물찾기처럼 어려웠다. 사람들은 흐려진 물을 더듬으며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물고기 몸통을 만지기도 했지만 막상 잡으려면 손에서 미끄러져 도망쳤고, 다행이 몸통을 잡았어도 위로 올리다가 놓쳐버리곤 했다. 그래도 손놀림이 빠른 사람들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송어 한 마리씩을 잡아 물 밖으로 나왔다. 20분쯤 지났을까? 현석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현석이 손에는 커다란 송어 한 마리가 잡혔다.

“물고기도 정말 힘이 세네.” 현석이가 제 손안에서 파닥거리는 송어를 가져오며 환하게 웃었다. 잡은 송어를 아빠에게 맡긴 현석이는 그때까지 물고기를 잡지 못한 다솜이를 도와주어 한 마리를 더 잡았다. 체험을 마치고 나온 현석이는 처음엔 어려웠지만 요령을 터득하여 얼마든지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즐거워했다. 하지만 잡아 온 송어들이 숨을 헐떡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불쌍해했다.

연어치즈 구이. 맛은 담백하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치즈 구이. 맛은 담백하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를 말리는 모습.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를 말리는 모습.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정말 많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정말 많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송어잡기 체험을 마친 우리가족은 축제장의 음식 판매장에서 연어 음식 몇 가지를 먹었다. 연어 스테이크, 연어 가스, 연어 치즈구이와 훈제 등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우리는 스테이크와 훈제를 먹었다. 조금 퍽퍽한 훈제보다는 기름에 튀겼지만 담백한 스테이크가 더 맛이 좋았다. 음식을 먹은 뒤에 연어축제장에서 나와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연어연구센터를 찾았다.

연어연구센터에서 철갑상어를 관찰하고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연구센터에서 철갑상어를 관찰하고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연구센터에서 연어에 관한 생태공부를 할 수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연구센터에서 연어에 관한 생태공부를 할 수 있다. 2004년 12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연어를 연구하고, 남대천으로 되돌아오는 연어를 잡아 인공수정을 시켜 작은 물고기가 되었을 때 방류하는 작업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 근무하시는 연구사 분으로부터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한 설명도 듣고, 그곳에서 키우는 철갑상어도 구경을 했다. 철갑상어 알인 캐비어는 1㎏에 3백만 원도 넘는단다. “우리도 상어 한 마리 키울까?” 돈을 많이 받는다니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포획장이었다. 연어를 잡아 인공수정을 시키는 곳으로, 삼년 전 연어 잡는 작업에 함께 참여했던 곳이기도 했다. 그물에는 많은 연어들이 잡혀 있었다. 거슬러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듯 가끔씩 힘찬 솟구침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한참동안 그 연어들을 보았다. 살아가는 일은 늘 떠남과 돌아옴의 연속인데….

태어난 곳으로 기어이 다시 돌아와 죽어가며, 연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문득 강산에의 노래가 떠올랐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 그 언제서 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오는 이 길 /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생략)” 강원도의 아름다운 가을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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