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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름특집-계곡] 속리산을 휘감고 있는 세 계곡, 쌍곡·선유동·화양계곡
[여름특집-계곡] 속리산을 휘감고 있는 세 계곡, 쌍곡·선유동·화양계곡
  • 박상대 기자
  • 승인 2005.07.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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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속리산 속 아름다운 계곡 풍경.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속리산 속 아름다운 계곡 풍경.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충북] 속세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산, 속리산에는 아름다운 계곡이 유난히 많다. 충북 괴산에 있는 아름다운 계곡을 다녀왔다. 산이 살아 있음을 일러주는 에너지원 같은 계곡 물을 감상하는 법도 알아본다.

산의 나이를 보려거든 산의 정상을 오르기 전에 계곡을 먼저 살펴 보라. 산을 찾을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계곡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랜 세월, 온갖 풍상이 할퀴고 간 산의 상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곧잘 말한다. 여행의 즐거움에 대해. 맛있는 현지 음식을 먹는 즐거움, 사색하며 걷는 즐거움, 이것저것 구경하는 즐거움,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재미 등등. 좋다. 그러나 오감을 확인하는 재미가 여행의 참맛일 것이다.

사람들은 오감을 가지고 있다. 여행할 때도 오감을 다 즐겨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안 그런다. 매우 말초적이다. 오감을 즐기는 여행, 온몸으로 즐기는 여행은 계곡 여행이다.

충북 괴산. 속리산과 조령산을 사이에 두고 경상북도 문경과 잇닿아 있는 곳. 괴산에 있는 계곡들이다. 쌍곡 계곡은 군자산과 보배산 사이에 있는 계곡이다. 속리산 줄기인데 주변에 문경새재로 유명한 조령산, 칠보산이 있다.

쌍곡 계곡에는 50가구 정도의 토박이들이 살고, 민박집과 펜션도 여럿 있다.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쌍곡 계곡에는 50가구 정도의 토박이들이 살고, 민박집과 펜션도 여럿 있다.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쌍곡 계곡은 오래 전부터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 조선시대 송강 정철 선생이 노년을 보낸 곳이다. 송강 선생이 전남 담양과 쌍곡을 다니면서 살았는데, 장남의 그 후손들이 지금도 살고 있다.

지금은 15대 손자가 예쁜 펜션 <예당>을 지어 놓고 산다. 그런 유명한 문인이 살았다면 풍광은 물어볼 것도 없겠다.

쌍곡 계곡은 깊고 길다. 끝이 막혀 있지도 않다. 마치 강원도 어디를 달리는 기분이다. 50가구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일찌감치 자연보호운동을 실천해서 계곡 물이 아주 맑다. 예쁜 펜션과 음식점도 여럿 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귀를 번쩍 뜨이게 한다. 맑고 고운 소리다. 선유동 계곡은 둘이다. 문경 쪽과 괴산 쪽에 동일한 이름을 가진 계곡이 둘 있다. 이번에는 괴산 쪽 계곡을 다녀왔다.

선유동 계곡에는 신선들이 놀았음직한 너른 바위들이 많다.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선유동 계곡에는 신선들이 놀았음직한 너른 바위들이 많다.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쌍곡 계곡을 통과해서 20여분 가자 선유동 계곡이 나타난다. 신선이 놀다 갔다는 계곡! 초입부터 심상치가 않다. 소나무 숲이 선녀의 치맛자락처럼 계곡을 가리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다운데 신선이 놀다 갔을까?

상류에서 하류로 관통하는 계곡으로 조심조심 자동차를 굴려간다. 신선들이 있다면 많이 짜증났을 터. 계곡 여기 저기에 크고 넓은 바위가 앉아 있다. 아마도 거기서 신선이 놀다가지 않았을까. 바위 밑으로는 녹색 물이 흐르고, 계곡 속에 거꾸로 박힌 산이 둘 더 있다.

선유동 계곡에는 민가가 딱 하나 있고, 사람이 살지 않는다. 길이도 3km 정도. 길지 않지만 깊고, 아름답다. 화양동 계곡은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 선생이 노년을 보냈고,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 후학이 이 계곡 이름을 딴 서원을 짓고 춘추로 제사를 지냈다.

화양동 계곡 상류 진입로의 숲길.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화양동 계곡 상류 진입로의 숲길.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학교 다닐 때 사회 시간에 접한 기억으로, 이 서원이 대원군으로 하여금 서원 철폐령을 내리게 했다는 야사가 떠오른다. 선유동 계곡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가면 화양동 계곡 상류가 나오는데 하류까지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여기에다 차를 세우고 하류까지 내려가거나 계속해서 10여분 더 달려서 하류까지 가야 한다. 어디로 가든 상관없는데 화양 계곡을 제대로 보고 느끼려면 걸어서 관통을 해야 한다. 하류 진입로 가로수가 기다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노년에 글을 읽었다는 암서재. 선생은 효종 임금 서거 소식에 암서재 앞 계곡에서 등창이 날 정도로 한양을 향해 절을 하며 슬퍼했다.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우암 송시열 선생이 노년에 글을 읽었다는 암서재. 선생은 효종 임금 서거 소식에 암서재 앞 계곡에서 등창이 날 정도로 한양을 향해 절을 하며 슬퍼했다.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1km 정도, 야영장을 거쳐 화양대교가 있는 곳까지 느티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괴산이 느티나무 괴(槐)를 쓰는 이유를 알 것같다. 계곡을 따라 걸으면 화양대교 위에, 계곡을 가로막아 놓은 보가 있다. 수채화 같은 계곡과 300평쯤 되는 금모래 사장이 있으니 그것도 보고, 바로 위에 있는 화양동 서원과 송시열 선생이 글을 읽고 지냈다는 암서재도 있다.

아, 화양대교 위 보에서 산과 계곡으로 사그라지는 붉은 태양을 감상할 수 있다. 그렇게 깊은 계곡에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 드물다. 여행의 재미 가운데 보는 재미 못지 않게 듣는 재미도 각별하다.

낮에도 좋은데 밤에, 특히 보름달이 뜰 때, 보름달 아래서, 계곡에 앉아 졸졸졸 계곡 물 흐르는 소리를 들어 보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갔다면 캔 맥주를 한 잔씩 하면 더 운치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아도 야간에는 계곡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낮에도 수영을 금지하지만 밤에는 특히 물이 차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리고 요즘 여행을 하면 시골길에서 개구리의 합창을 들을 수 있다. 도시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소리다.

또 계곡을 산책하다보면 산에서 들려오는 새들-비둘기, 꿩, 뻐꾸기, 어치, 해질 무렵에는 소쩍새-의 노랫소리….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가 도시에서 오염된 영혼을 맑게 해 준다.

Info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국도 수안보/괴산/연풍 IC 중 한 곳으로 나가면 쌍곡 계곡이 있다.
중부고속국도 증평 IC -> 화양동 계곡 -> 선유동 계곡 -> 쌍곡 계곡.

화양동 서원의 모습.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화양동 서원의 모습.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Tip. 화양동 서원에 얽힌 야사
조선 말기, 당시 전국에 서원이 너무 많았고, 서원을 중심으로 지방 유림들의 세도와 폐해가 심했다. 서원의 제각을 높은 곳에 지어 놓고,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돌의 간격이 한 뼘도 안 됐다. 보통 사람은 허리를 펴고 똑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옆 걸음으로 허리를 굽실거리면서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대원군은 키가 작아서 깡충깡충 뛰어서 바로 올라 갔다. 그것을 보고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하인 제지기가 감히 대원군의 턱을 걷어 차버렸다.

흥선 대원군은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고, 제지기의 기세가 저 정도니, 서원 안의 다른 사람들의 기세야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며 한양에 올라가자마자 서원을 철폐하게 한 것이다. 화양동서원은 서원 철폐 때 불타 없어졌는데 현재 복원중이다.

화양식당의 메기 매운탕.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화양식당의 메기 매운탕. 2005년 7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맛집
암서재 앞에 있는 화양식당에서 메기 매운탕을 먹으며 계곡 여행의 여유와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민물 매운탕과 막걸리는 계곡 여행객의 절친한 길동무이자 계곡을 더욱 멋스럽게 즐길 수 있는 메뉴이다. 화양식당은 민박용 방이 11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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