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서울] 목말랐다. 서서히 타 들어가 입술이 바짝 말랐다. 출퇴근의 반복. 주말에나 겨우 가까운 교외를 다녀오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인의 삶. 자연에 대한 목마름이 마침내 해갈방안을 찾았고 그 첫 단추가 풀렸다.
무려 35만평, 여의도 공원의 5배나 되는 숲이 뚝섬에 들어섰다. 숲에 도달하니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2만 2천여 그루가 뿜어내는 숲의 향기가 콧등을 간지럽힌다. 방대한 숲을 두 다리로만 다 돌아보려다 결국 물집이 잡히고 나서야 자전거 생각이 났다.
직원의 자전거를 빌렸다. 숲 이곳저곳을 헤매며 맞는 바람이 상쾌하다. 워낙 규모가 커서 이왕이면 숲이 우거지고 한적하며 전망이 좋은 곳으로 코스를 잡아봤다. 서울 숲은 A-Zone부터 E-Zone까지 다섯 개의 테마로 나뉜다.
정문인 A-Zone 숲 속 길에서 출발하여 D습지 초화원을 둘러보고 B의 사슴이 뛰노는 생태 숲, C곤충박물관을 둘러보면 좋을 듯. 생태 숲의 <전망보행교> 다리는 응봉산의 전경, 사슴과 고라니가 뛰노는 모습, 한강까지 연결된 강변의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어 적극 추천한다.
드넓은 서울 숲이지만 볼거리가 그득해 그리 지루한 느낌은 주지 않는다. 숲이라지만, 아직은 묘목이 대부분이다. 1~3년 정도 후에는 물을 머금고 울창한 숲의 면모를 보여주겠지만, 그늘 밑에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자 숲을 찾은 시민들은 아쉬움이 크다.
숲이 우거진 곳이 몇 군데 없어 처음 온 사람들은 그늘을 찾으러 뙤약볕에서 몇 시간씩 걷는 수고를 한다. 막무가내 선탠을 하며 35만 평을 누빈 끝에 찾은 응달을 살짝 공개하자면, 습지 초화원 끝자락의 다리 밑, 숲속 길에서 환경놀이터 가는 길목, 뚝섬 가족마당 주변, 야외무대 오른편, 숲속 놀이터에서 체육공원 가는 길, 사슴우리 반대편 길가 등이다.
이곳에서 잠시 일상의 옷을 벗어두고, 숲의 안락함에 기대보자. 누워서 보는 푸른 구름, 나무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따사로운 햇살, 은은히 퍼져오는 숲의 향기, 몸을 지탱해주는 부드러운 잔디의 기운이 바람에 실려온다.
서울 숲의 바람은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뛰어노는 것이다. 미래를 짊어진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꿈을 꿀 수 있도록, 어른들의 지친 몸과 마음이 자연에서 쉴 수 있도록 지금, 숲으로 가자!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 이양하, <신록예찬> 중에서.
Tip.
숲의 전체풍경이 궁금하다면 방문자 센터 옆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편히 쉬길 원한다면 한 곳을 정해놓고 가자.
서울 숲에는 6개의 매점이 있지만, 편의점 수준이니 음식은 미리 준비해 가자. 또한 주차공간이 넓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주말에는 미아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방문자 센터에서 미리 아이의 명찰을 달자.
Info 가는 길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 걸어서 5~10분. 버스 간선버스(파랑)141, 145,148 지선버스(초록)2014, 2224, 2412, 2413
실종된 시민의식을 고발합니다
개선된 서울 환경을 못 따라가는 시민들의 행동을 서울 숲에서 많이 목격했다. 잉어가 사는 연못인데도 버젓이 들어가(부자가!) 수영을 하거나, 자장면 배달 오토바이가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돌리고, 금지구역인 생태 숲에 들어가 동물을 놀라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곤충식물원에서는 매일매일 다른 품종의 물고기와 곤충들을 얕은 물에 풀어 놓아 시민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한 아이들이 체험의 의미보다 잡으려는 욕구가 커서인지 대부분의 고기와 곤충이 풀어 놓은지 하루도 안 되어 죽고 만다.
서울 숲은 혼자만의 장소가 아닌 서울 시민, 나아가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이 함께 즐기고 쉬다가는 휴식처라는 점을 잊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