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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일본 명물 거리 탐방 ④] 진보초 간다 고쇼텐가이
[일본 명물 거리 탐방 ④] 진보초 간다 고쇼텐가이
  • 모아진, 토시아 부부
  • 승인 2014.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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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미술 관련 전문 서점인 겐키도서점. 동서양을 막론한 미술 관련 책이나 도안이 많다. 가격도 저렴해 이 분야 전문가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 모아진, 토시아 부부
사진 / 모아진, 토시아 부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책을 찾는 모습에서 일본인들의 국민성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 / 모아진, 토시아 부부

[여행스케치=도쿄] 도쿄에는 세계 최대의 헌책방 거리가 있다. 도쿄도 치요다구(千代田區) 간다(神田)지역의 진보초(神保町)에 자리 잡고 있는 '간다 코쇼텐가이(神田古書店街, 간다 고서점거리)'가 바로 그곳이다. 왠지 헌책방 거리라고 하면 고리타분한 거리 분위기에 주인에게 말을 걸기도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막상 이곳을 방문해보면 깨끗한 건물에 어느 곳이라도 들어가기 쉬운 오픈형 공간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간다 쿄쇼텐가이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30여 년 전인 18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이 지역에 개교한 호우리츠대학(法律大學), 주오대학(中央大學), 메이지대학(明治大學) 등의 대학생들을 겨냥한 서점이 차례로 생겨났고, 뒤이어 일본에 문고본 책 붐을 일으킨 이와나미서점(岩波書店), 드래곤볼, 원피스 등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만화를 연재하는 슈에이샤(集英社), 슈에이샤의 라이벌격인 소학관(小學館) 등의 초대형 출판사와 인쇄소, 학술과 관련된 기관이 이 거리에 많이 들어서면서 진보초역 일대는 세계에서 가장 큰 헌책방 거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서점 숫자는 약 200여 곳으로 이중 신간을 취급하는 서점은 약 20여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80여 곳의 서점이 중고서적을 취급하는 헌책방이다. 이는 도쿄에 있는 중고책서점 중에 약 70퍼센트가 이 지역에 몰려있다는 말로서 대충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의 중고책서점은 각 서점 별로 문학, 철학, 사회과학, 연극, 자연과학, 양서(洋書), 분코본 등의 다양한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록밴드나 아이돌 관련 자료만 취급하는 곳,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 등 마니아들을 위한 전문 책방도 많아 일본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진보초 간다 고서점거리의 어느 가게를 들어가도 주인이 정성스럽게 헌 책을 손질하는 장면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먼저 헌 책을 살살 문질러서 먼지를 털어낸 다음 조심스레 페이지를 넘기며 손때를 닦아내고, 붓으로 책의 제목과 가격을 써서 띠를 두르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 아무리 낡은 책이라도 말끔하게 다시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다. 이렇게 하나하나 정성어린 주인의 보살핌이 헌 책의 가치를 높이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예술 관련 전문 서점인 분보도 서점의 고풍 스러운 외관. 사진 / 모아진, 토시아 부부
북하우스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사진 / 모아진, 토시아 부부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는 고서점거리에도 특별히 인기 있는 가게가 있다. 먼저 '분보도(文房堂)고서점' 을 들 수 있다. 이 고서점은 고풍스럽게 화강암으로 지어진 건물 자체가 예술품인 듯한 곳으로 지하 1층부터 7층까지 전부 예술 관련 용품을 취급해 세계 각국의 미술용품부터 아기자기한 문구와 잡화용품까지 팔고 있는 곳이다. 현대미술 기획전과 갤러리도 감상할 수 있다. 진보초역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5분 거리인 스즈란도리(すずらん通り)에 있다. 

'겐키도서점(源喜堂書店)'도 유명한 고서점이다. 사진, 공예, 건축물 등의 희소성이 높은 서적을 400엔에서 3000엔 사이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가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진보초역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7분 거리에 있는 야스쿠니도리(靖國通り에 있다. '북하우스'는 아이를 대동한 젊은 부부들의 사랑을 받는 고서점이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그림책의 일부 같은 느낌이 드는 이곳은 진보초에서 유일한 아동서적 전문점으로서 아기부터 즐길 수 있는 그림책과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동화책이 즐비한 곳이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큰 소파에는 인형들이 직접 책을 읽어준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은 곳으로 직원에게 문의하면 수유실을 사용할 수도 있다. 지하철 진보초역 A1입구와 가깝다.

진보초의 카레 전문점. 키친난카이. 가쓰카레로 유명하다. 사진 / 모아진, 토시아 부부
일본 라면 전문점인 진보초카이의 쓰케멘. 사진 / 모아진, 토시아 부부
분보도의 내부 전경. 예술 관련 종사자들의 방문이 많다. 사진 / 모아진, 토시아 부부

흠뻑 책에 빠진 후에 허기를 달래기 위한 볼륨감 있는 맛 집 두 곳도 소개한다. 진보초 일대는 예로부터 '라면 격전구(激戰區)'라 불릴 정도로 라면 가게의 경쟁이 심한 곳이다. 이곳에서 먼저 소개하는 음식점은 '진보초카이(神保町可似)'라는 이름의 쓰케멘(付けめん) 전문점이다. 쓰케멘이란 라면의 면을 소스에 따로 찍어먹는 음식으로 도쿄 외의 다른 지방에서는 많이 먹지 않는 음식이다. 보통 하나의 쯔유(つゆ, 일본식 맛간장)에 면을 찍어먹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두 가지 쯔유를 선택할 수 있다. 인기 있는 쯔유는 에비쇼유(새우 간장), 가라미소(매운 된장) 맛이다. 가격은 850엔으로 오오모리(大盛り)라고 하는 곱빼기와 보통의 라면 가격이 같으므로, 양이 많은 여행자들은 오오모리를 주문하는 것이 좋다. 도에이지하철 진보초역 5분 거리에 있다. 

또 진보초하면 카레로도 유명하다. 특히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은 키친난카이(キッチン南海)라는 곳이다. 이곳은 카레에 돈가스가 얹혀 있는 가쓰카레(カツカレ一)가 유명하다. 가격은 700엔. 맛도 맛이지만 착한 가격과 많은 양으로 점심 때는 항상 기다란 대기줄이 생기는데 회전율이 빨라 금방 먹을 수 있다. 스즈란도리 중간쯤에 위치한다.

info. 
고서점거리와 가까운 역은 JR오차노미즈역(御茶ノ水驛), JR스이도바시역(水道橋驛), 도에이지하철(都營地下鐵) 진보초역(神保町驛), 도쿄메트로(東京メトロ) 진보초역이다. 그냥 걷다가는 어디가 어딘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서점이 많기 때문에 가고 싶은 서점의 위치를 미리 확인해 가까운 역에서 내리는 것을 추천한다. 'BOOK TOWN 진보초(http://jimbou.info)'라는 진보초 공식사이트에서 서점과 책, 위치를 검색할 수 있다.
 
매년 독서의 계절에 일주일간(보통 10월말부터 11월초까지) 간다 고서축제(神田古本まつり, 간다후루혼마쓰리)가 열린다. 무려 100만 권이 넘는 서적을 선보이는 이 행사는 올해로 55회째를 넘어섰는데, 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책을 구입하고 구하기 힘든 희귀본 경매에도 직접 참가할 수 있어 일본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이 기간에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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