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거듭나
[여행스케치=제주] 우리는 남녀노소 사랑받는 제주에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자세히 말하자면 우리 부부 둘이 아닌 9개월 딸아이와 셋이서 말이다. 우리는 결혼 계획 중 임신이 되었고, 임신 초 유산 위기가 있어 뒤늦게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신혼여행은 젖먹이였던 딸과 청주 공항에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
요즘은 신혼여행이라면 해외로 나가는 게 너무나 당연한 시대인지라 주변에서도 아이를 맡기고 해외로 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 또한 결혼 전 여행이라면 남부럽지 않게 다닌 여행 마니아여서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3박 4일 일정 중 하루는 우도를 여행했는데, 다행히도 날씨가 좋아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었다. 바이크를 대여해 섬 전체를 드라이브하며 중간중간 경치가 예쁜 곳에 내려서 사진도 찍었는데 예쁜 해변과 작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우리도 우도 특산품인 땅콩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고, 아이에게도 살짝 맛을 보여줬는데 연신 더 달라고 옹알이하는 게 정말 귀여웠다.
우도를 다 둘러보고 성산항으로 돌아와서는 성산 일출봉으로 이동했는데 애초에 아이를 고려한 여행 계획을 짰기에 중턱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기로 했었다. 그런데 남편이 아이를 업고 정상까지 올라가야겠다고 해서 만류했지만, 딸에게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꼭 보여주겠다며 괜찮다고 말하는 남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엔 성산 일출봉 정상까지 올라 제주도 바다를 내려다보자니 이보다 더 환상적일 수는 없었다. 때마침 우리가 올라간 시간대가 초저녁 시간이라 주황빛 노을까지 바다에 비쳐 더더욱 경치가 장관이었다. 꼭 제주 감귤같이 주황빛 가득한 노을이었다. 가끔 그때 얘기를 하면 “내가 왜 그랬지” 하며 웃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그때로 돌아가면 아이를 업고 또 오르겠다는 딸 바보 남편이다.
제주도 하면 맛집도 빼놓을 수 없다. 애월 해변을 바라보며 먹는 전복죽부터 시작해 제주도 은갈치 구이, 고기국수, 흑돼지 구이,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나온 치킨까지 맛있는 음식이라면 누구보다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다양한 맛집을 섭렵했다.
그때는 아이가 어린지라 같이 먹지 못해 아쉬웠으나 지금은 딸이 컸으니 조만간 제주도로 다시 떠나면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당시엔 딸 우유도 시간에 맞춰 챙기랴, 칭얼대면 달래도 주고 잠도 재워줘야 해서 이래저래 쉽지 않고 힘들었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신혼여행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