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장수]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올라간 계곡에서 용오름의 전설을 간직한 용소를 만난다. 용소에 들어서면 급류를 따라온 물줄기가 굉음을 내며 쏟아져 온몸이 떨려온다. 신비의 계곡은 그렇게 숨겨왔던 자신의 민낯을 외부인에게 내보인다.
전북 장수의 장안산(1237m) 남서쪽 기슭에는 용의 전설을 간직한 덕산계곡이 있다. 울창한 원시림과 맑은 물, 기암괴석이 잘 어우러져 있는 데다, 가을 단풍까지 좋으니 가을 걷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겠는가. 코스도 그리 길지 않고,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으니 온 가족이 함께 걸어 두 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길이다.
덕산계곡 트레킹의 들머리는 덕산계곡과 잇닿아 있는 방화동계곡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방화동계곡에는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주차장, 매점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방화동가족휴가촌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출발해 용소(龍沼)나 장안산군립공원관리사무소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량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덕산계곡 위쪽에서 시작해 덕산계곡을 거쳐 방화동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나 반대로 올라가는 코스도 괜찮지만, 이 지역을 오가는 대중교통편이 많지 않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오토캠핑장 주차장에 차량을 두고 길을 나선다. 걷기 편한 흙길과 가을을 머금은 산과 계곡이 붉고 노란 기운으로 여행자를 맞아준다. 잠시 계곡을 따라 편하게 걷기를 십 분여, 길은 징검다리를 건너 잘 가꿔진 숲으로 이어진다. 전날 비가 내려서인지 바위마다, 돌멩이마다 물기를 머금은 이끼들이 초록융단처럼 아늑하게 깔려 있다. 손바닥으로 가만히 쓸어보니 부드럽다. 마치 오랜만에 집을 찾은 자식을 맞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여행자를 맞는다.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온 고목에도 세월의 흔적인 양 이끼가 가득하다. 고향집에 온 것 같이 아늑하고 조용하다. 지난여름 피서객의 환호성으로 가득했을 계곡이 물 흐르는 소리와 바스락 거리는 발자국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길을 걸을 때는 청력을 활짝 여는 것이 좋다. 사락사락 바람결에 조릿대 이는 소리,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 찌륵 찌르르 가을 산새 소리와 섬진강으로 가기 위해 묵묵히 흘러가는 덕산계곡 물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꿈결처럼 무릉도원을 걷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가을 정취에 반해 취한 듯 정신없이 걷다 보니 누군가가 정성껏 쌓아둔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이 돌탑을 쌓으면서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계곡 건너편에서 바지런히 움직이며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다람쥐가 내 사색을 방해한다.
땀이 서서히 이마를 적실 무렵, 잘 가꿔진 나무 데크길이 나타나고 멀리서 들리던 물소리도 점점 커진다. 물소리를 따라 걸어가니 덕산계곡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아랫용소(龍沼)에 도착한다. 용소 주변에 서니 급류를 따라온 물줄기가 굉음을 내며 쏟아져 온몸이 떨려온다. 깊게 파인 웅덩이와 짙푸른 물색깔이 소의 깊이를 가늠하게 한다.
아랫용소에서 위로 10여분쯤 올라가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며 윗용소가 나타난다. 아랫용소가 용맹하다면, 윗용소는 장엄한 느낌이 든다. 산책로에서 내려 윗용소 쪽으로 다가가보니 넓적한 바위에 그려진 바둑판이 눈에 띈다. 정말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뒀다고 해도 믿을만한 절경이다. 이 아름다운 절경을 배경으로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오감으로 자연을 느껴본다. 온몸이 자연과 동화돼 서서히 깨어난다. 이 맛에 계곡트레킹을 하는가 보다. 이 가을, 용의 전설을 간직한 수려한 덕산계곡을 따라 오감으로 느끼는 계곡 트레킹은 어떨까.
INFO. 방화동 덕산계곡 트레킹
2코스 : 오토캠핑장-산림문화관-아랫용소-윗용소-아랫용소-산림문화관-오토캠핑장
거리 : 1코스 4.5km, 2코스 8km
소요시간 : 1코스 1시간 10분, 2코스 2시간.
문의 : 방화동가족휴가촌
주소 : 전북 장수군 번암면 방화동로 778번지(사암리 625)
휴양림 요금 :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